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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 '제2의 모스크바 올림픽'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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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 '제2의 모스크바 올림픽' 되나

"스타급 선수들, 보이콧 고려"…시위 날로 확산

티베트 유혈사태로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거부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은 16일(현지시간) 독일 언론들과의 기자회견에서 "상당수의 스타급 선수들이 중국 정부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하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IOC의 고위급 관계자가 티베트 사태로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흐 부위원장은 특히 "일부 스포츠 스타들이 올림픽을 떠올릴 때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는 (올림픽 참가를) 취소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현재의 상황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문제 삼아 미국 등이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보이콧하기 직전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공산권에서 열린 모스크바 올림픽은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서독·일본·한국 등 67개국이 불참해 '반쪽 올림픽'으로 파행을 겪었다.

IOC "중국 당국과 인권 문제 협의하겠다"

바흐 IOC 부위원장의 발언에 앞서, 베르나르 큐슈네르 프랑스 외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티베트에 대한 중국 정부의 무력진압이 계속될 경우 유럽 국가들은 베이징올림픽에 특별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며 일부 유럽 국가들의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물론 자크 로게 IOC 위원장과 바흐 부위원장은 올림픽 보이콧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순수한 운동선수들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며, 중국과 소통의 끈이 끊어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나타냈지만, 중국 당국과 인권문제에 대해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티베트 사태가 더 큰 유혈 사태로 확산될 경우 정상적인 베이징올림픽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체코 프라하에 있는 중국 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티베트 독립시위에 대한 유혈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하지만 이미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는 티베트 자치주 뿐 아니라 티베트인들이 살고 있는 인근 지역, 그리고 티베트인들이 망명해 살고 있는 세계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관련 기사:베이징올림픽, 티베트 유혈사태로 흔들)

16일 <AP> 통신 등 외신들은 티베트 관련단체들을 인용해, 티베트(시짱)와 맞닿아 있는 쓰촨성의 아베에서 1000여 명의 티베트 승려와 일반 주민이 티베트 독립 지지 시위에 나서자 현지 공안이 발포해 적어도 7명의 티베트인이 사망한 것으로 전했다. 또한 칭하이, 간쑤,윈난 등 티베트 자지주 주변 지역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독일 총리 "중국 정부, 달라이 라마와 직접 대화에 나서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는 400여 명의 시위대가 중국 대사관 앞에 모여 항의 집회를 가졌고, 시위대 가운데 100여 명은 대사관 경내로 진입해 중국 오성홍기를 내리고 티베트 국기를 걸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와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수백여 명의 시위대가 시위를 벌였고, 베이징 올림을 거부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중국에 대한 공세도 이어졌다. 불교신자인 리처드 기어는 15일 "중국이 티베트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올림픽 참가를 거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은 수단 다르푸르에서 인종학살을 벌이고 있는 수단 정부를 비호한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를 비난하며,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중국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 바 있다.(☞관련 기사:스필버그 "양심에 찔려서…" 베이징 올림픽 고문직 사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도 16일 "올림픽을 원하며 중국 국민도 자부심을 느낄 필요가 있다. 중국은 올림픽을 개최할 만한 자격이 있다. 다만 중국 정부는 선량한 올림픽 주최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중국 정부를 압박했다.

올해 들어 티베트 독립 시위가 격렬해진 것도 이처럼 베이징올림픽을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전략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효과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15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중국 정부의 자제를 요청하고 나선 데 이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중국 정부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달라이 라마를 만나 중국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후진타오, 티베트와의 악연

그러나 집권2기를 시작한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티베트 독립시위에 온건한 입장을 취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후진타오 자신이 바로 티베트 분리 요구를 철저하게 짓밟으며 정치적으로 성장한 악연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89년 3월 티베트의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당시 시짱 서기로 있던 후진타오는 철모를 쓰고 진두 지휘해 진압했다. 덩샤오핑은 분리주의 세력에 강력하게 대응한 후진타오를 눈여겨 보고 후계자로 발탁했고, 후진타오는 2003년 국가 주석에 올랐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16명이 사망한 89년보다 훨씬 많은 인명피해가 난 이번 시위도 후 주석이 임기 5년의 국가 주석에 재선돼 공식 출범한 바로 전날에 일어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인도 다름살라에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 측은 지금까지 티베트 유혈사태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가 시체로 확인된 것만 80명, 부상자는 72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중국은 16일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닷컴(YouTube.com)에 티베트 시위 장면이 담긴 동영상 10여 편이 올라오자 곧바로 이 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다. 중국 정부가 티베트 독립시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신장 위구르 등 중국 내 다른 소수 민족들의 분리 요구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티베트 질서 회복을 위한 '인민전쟁'을 선언하고 17일 자정까지 시위대는 자진 투항하라는 최후 통첩을 발표하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무장진압에 티베트 수도 라싸에서는 15일과 16일 시위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티베트 사태는 언제 다시 더 큰 불씨로 터져나올지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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