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펼치기 위해
천하를 주유하기 시작한 학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처음 찾은 나라의 군주는
무척 어리석은 사람이어서
그 부인이 실권을 잡고 있었습니다.
학자가 왔다는 말을 전해들은 군주의 부인이
어느 날 학자를 초대했습니다.
이런 식의 초대는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었으나
학자는 참고 초대에 응했습니다.
휘장을 사이에 둔 그 날의 만남에서 학자는
군주 부인의 치마에 달린 옥구슬들이
흔들리는 소리만 들었을 뿐
자신의 생각을 말할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쯤 후
군주가 부인과 함께 수레를 타고 거리 구경을 나가며
학자에게 함께 나갈 것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신들이 탄 수레에는 내시까지 태우면서도
학자에게는 뒤의 수레를 타도록 했습니다.
또 어찌나 요란스럽게 시장 거리를 지나는지
사람들이 모두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에 학자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곧 그 나라를 떠났습니다.
공자(孔子)가 56세에 주유열국(周遊列國)을 시작하면서
첫 번째 찾았던 위(衛)나라에서 겪었던 일입니다.
당시에 위나라의 군주는 영공(靈公)이었고
그의 부인은 남자(南子)라는 여자였는데요.
남자는 영공에게 시집온 후에도
이전부터 연인 관계에 있던 자신의 이복형제와
계속해서 정을 통할 정도로
음탕했다고 합니다.
그런 여인과 단 둘이 만나야 했고
또 영공과 남자의 행차에 들러리를 서야 했던 공자가
위나라를 떠난 것은 당연한 일이었겠지요.
이 이야기로부터
허풍을 떨면서 요란스럽게 시장 거리를 지나는 일처럼
내용 없이 겉만 그럴듯하게 만들어
남의 주목을 끄는 일을 가리키는
'초요과시(招搖過市)'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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