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전기 및 자기 현상을 다루는 분야가 전자기학으로 정립이 됐는데 그 효시는 쿨롱(Charles-Augustin de Coulomb)입니다. 앞 강의에서 언급했듯이 쿨롱에서 출발해서 앙페르(André-Marie Ampère)와 패러데이가 전자기학의 확립에 많은 공헌을 했습니다. 전기 및 자기 현상은 마당(field) 개념을 써서, 전기마당(electric field) 등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주 편리합니다. 마당이라는 개념이 꼭 전자기 현상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요. 여러분은 고등학교 때 마당 대신에 '장'이라고 배웠죠? 전기장, 자기장 등으로요. 마당에 대해 잠깐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서로 떨어져 있는 두 물체가 어떻게 힘을 주고받을까요? 종래 방식으로는 한 물체가 다른 물체에 직접 힘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먼 거리 작용(action-at-a-distance)이라고 합니다. 서로 떨어져 있어도 직접 힘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극히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끼리 과연 어떻게 직접 힘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요? 예컨대 해와 북극성도 서로 중력을 주고받을 겁니다. 그런데 북극성과 해는 1000광년 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빛이 1000년을 가야 할 만큼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데 힘을 어떻게 직접 주고받는지 납득하기 어렵지요. 그래서 다르게 해석해 보자는 것입니다.
힘을 직접 주고받는 대신에 물체는 자기 주위 공간에 마당을 만든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 마당에 놓인 다른 물체는 마당에 의해서 힘을 받는다고 생각하지요. 이렇게 하면 멀리 떨어진 데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바로 놓인 자리의 마당에서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이른바 한곳성(국소성; locality)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전기력의 예를 들지요. 전하, 곧 전기를 띤 알갱이가 둘 있을 때 전기력을 직접 주고받는다고 생각하는 대신에 각 전하가 각각 자기 주위에 전기마당을 만든다고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한 전하가 만든 전기마당에 다른 전하가 놓여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전하는 자기가 놓인 자리의 전기마당 - 다른 전하가 만든 - 에 의해 힘을 받는 것이지요. 서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까 두 전하가 힘을 직접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전기마당에 의해 간접적으로 주고받는 거지요.
전기력이 힘이니까 벡터이듯이 전기마당도 벡터로 주어지며, 단위전하, 곧 1 C의 전하가 받는 전기력으로 정의합니다. 따라서 전기마당
중력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무게(weight)란 지구로부터 받는 중력의 크기를 가리키는데, 이를 지구가 직접 나를 당겨서라고 생각하는 대신에 지구의 중력마당에 내가 있기 때문에 그 중력마당에 의해서 힘을 받는다고 해석하자는 것입니다. 지구의 질량을 M, 반지름을 R라 하면 지표면에서 지구가 만드는 중력마당은
마당이라는 개념은 흥미롭게 발전해왔습니다. 처음에는 대체로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을 편리하게 기술하는 보조적인 관점에서 시작했지만 점차 물리적인 실체로서 개념이 확장되었지요. 고등학교에서 물리를 배운 학생은 운동량(momentum)을 기억하지요? 일반적으로 운동량은
마당 개념은 역시 전자기 현상의 기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전기마당과 자기마당에 대해 들어 봤지요? 앞에서 지적했지만 전기와 자기는 본질적으로 한 가지 현상이라 할 수 있으므로, 합쳐서 '전자기'라고 부르지요. 일반적으로 전기마당이 변화하면 자기마당을 만들어냅니다. 그 반대 과정도 성립하지요. 결과적으로 진동하는 전기마당과 자기마당은 서로 상대방을 변화시키면서 공간을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마치 소리가 퍼져나가듯이. 이를 전자기파라고 하지요.
빛이 바로 이러한 전자기파인데 에돌이와 간섭이라는 파동의 특징적인 성질을 나타냄은 이미 논의하였습니다. 호이겐스와 영, 프레넬(Augustin-Jean Fresnel) 등에 의해서 빛이 파동이라는 사실이 확립되었지요. 그러면 어떤 파동이냐? 전기마당과 자기마당이 진동을 하는 전자기파라는 것입니다. 이를 이론적으로 보여서 전자기이론을 완성한 사람이 여러 번 언급한 맥스웰입니다.
전자기이론은 이른바 맥스웰의 방정식(Maxwell's equations)이라고 부르는 네 가지 식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전기마당
여기서 적분 기호에 동그라미가 겹쳐있는 것은 한 바퀴 돌려서 전체에 대해 적분하라는 뜻입니다. 주어진 부피의 겉면 넓이
첫 식은 임의의 부피 겉면에서 전기마당을 모두 합치면 그 부피가 품고 있는 전기량과 같다는 뜻으로 가우스의 법칙(Gauss' law)이라 부르는데, 사실은 쿨롱의 법칙을 모양만 바꾸어 쓴 것입니다.
둘째 식은 자기에 대한 가우스의 법칙이라 하는데 전기량에 대응하는 자기량이란 없다, 곧 N극이나 S극이 혼자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모든 자석은 N극과 S극이 같이 있지요. (N극이나 S극이 혼자 있는 자기홀극(magnetic monopole)이 과연 있는가는 현대물리학의 또 다른 흥미로운 문제입니다.)
셋째 식은 전기마당을 임의의 면의 둘레를 따라 합치면 그 면에서 자기마당
마지막 식은 오른쪽에서 첫 항만 생각하면 전류
이 네 식을 맥스웰의 방정식이라고 부르는데 보통 이들을 적분 형태 대신에 미분 형태로 표현합니다. 여러분들이 알 필요는 없지만 물리학에서 대단히 중요한 식이므로 참고로 써 보지요.
거꾸로 된 삼각형
이 네 가지 맥스웰의 방정식을 연립해서 풀면 전기마당과 자기마당이 서로 어울려서 자기마당의 변화가 전기마당을 만들고 그것이 변화하면서 자기마당을 만들게 됩니다. 그러면 이 자기마당이 변화하면서 다시 전기마당을 만들어내지요. 이렇게 서로 변화하면서 얽혀서 퍼져나가게 되는데 이것이 전자기파이고 바로 빛입니다. 결국 자동으로 빛이 나오는 거지요. 여러분 중에 기독교 신자가 있을 텐데 구약 창세기에 보면 태초에 빛이 있었다고 하죠. 하느님이 "'빛이 있어라"고 말한 것은 사실은 이 맥스웰의 방정식을 쓴 것이고, 그러면 반드시 빛이 생겨나야 되지요.
맥스웰의 방정식을 풀면 빛의 빠르기
이것이 고전물리학의 끝인 셈입니다. 고전물리학의 핵심내용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고전)역학이고 다른 하나는 (고전)전자기학입니다. 뉴턴에 의해서 운동을 기술하는 데 완벽하게 성공했고 맥스웰에 의해 전자기 현상 및 빛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현상을 모두 이해했으니 이제 물리학은 완성되었고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고전)물리학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에 들어오면서 고전물리학 자체 모순에 의한 심각한 문제가 알려지게 됐습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이것은 역사적으로 당시 시대정신하고 묘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이른바 쿤의 관점에 따르면, 변칙 또는 비정상성이 급격하게 쌓여 결국 패러다임의 전환, 과학혁명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20세기 초에 과학혁명이 시작해서 유명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는 다음 시간에 공부하겠습니다.
(매주 화, 목, 금 연재)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