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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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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뉴턴역학

[최무영의 과학이야기] <23> 고전역학 <중>

뉴턴역학

먼저 고전역학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지요. 고전역학은 과학이론의 전형이라고 불립니다. 이것은 매우 명예로운 호칭으로, 고전역학만큼 훌륭한 이론이 없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도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완성도가 높은 이론이 고전역학이고, 따라서 과학사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을 남긴 한 사람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뉴턴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뉴턴이 만든 고전역학은 요약하면

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대상의 운동을 기술하는 이러한 식을 운동방정식(equation of motion)이라 부르는데, 대상에 작용하는 힘이 주어지면 그에 맞춰서 가속도가 생겨난다는 관점입니다. 가속도가 결정되면 수학적으로 적분이란 과정을 통해 속도라든가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문자 위에 붙인 화살표는 가속도와 힘이 이른바 벡터(vector) 양임을 나타냅니다. 공간에서 위치를 표시하려면 x 좌표와 y 좌표 및 z 좌표가 필요하지요. 즉 위치는 x, y, z 방향으로 각각 성분을 가지는데 이러한 양을 벡터라 부릅니다. 흔히 크기와 함께 방향도 지닌 양이라고 설명하지요. 벡터를 미분해도 역시 성분을 지닌 벡터이므로 위치를 시간에 대해 미분한 속도나 속도를 미분한 가속도도 역시 벡터입니다. 그러니 위의 식은 x, y, z 각 방향의 성분 별로 성립하지요. 앞으로 벡터 표시를 가끔 쓰겠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데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잘 모르는 학생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에너지

고전역학은 형태를 바꾸어서 에너지라고 하는 개념을 써서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힘 대신에 에너지라는 양을 생각하면 편리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대부분 에너지란 개념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으리라 추정합니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이 좀 잘못돼 있어서, 여러분이 고등학교 때 에너지는 아마도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배웠을 겁니다. 사실 그것은 좀 부정확한 개념입니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표현 자체도 다소 모호해서 과학적 개념으로 쓰기에 적절하지 않고, 또한 일을 정의해야 에너지를 정의할 수 있게 되는데 이보다는 에너지를 먼저 정의하고 일을 정의하는 쪽이 자연스럽고 편리합니다.

에너지는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먼저 질량이 m인 물체가 속도가 v로 움직이고 있다면 이 물체는 운동에너지(kinetic energy)

을 가진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일단 운동에너지의 정의입니다. 다시 말해서 어떤 물체가 속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을 때 그 물체 속도의 제곱에 질량을 곱한 값의 반이 운동에너지이지요.

지우개를 손에 들고 있으면 움직이지 않으니까 운동에너지는 없습니다. 지우개의 운동에너지는 0이죠. 그런데 이것을 놓으면 떨어지면서 속도가 생깁니다. 운동에너지를 가지게 되지요. 놀랍게도 처음에 없던 운동에너지가 단지 손만 놓았는데 저절로 생겼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지우개가 손에 들려 있었을 때는 없는 듯 보였지만, 무엇인가 숨어 있던 녀석이 나타나게 됐다고 생각하면 매우 편리합니다. 이렇게 숨어 있다가 결국 운동에너지로 나타나게 되는 것을 잠재에너지(potential energy)라고 표현합시다. '에너지'의 개념을 운동에너지로부터 확장하는 거지요.

일반적으로 어떤 물체가 내부나 주변 상황의 변화에 의해 자신의 운동에너지 K 를 U 만큼 증가시킬 수 있다면 이 물체는 숨어있는 에너지, 곧 잠재에너지를 U 만큼 가지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간단한 예로 질량 m인 물체가 지면에서 높이 h의 지점에 있는 경우에 잠재에너지는

로 주어집니다. 여기서 g는 지상의 물체가 지구로부터의 중력에 의해 가지게 되는 중력가속도로서 대략 9.8 m/s2의 값을 가지지요.

지우개가 들고 있으면 운동에너지는 없지만 손을 놓으면 떨어지면서 스스로 운동에너지가 생깁니다. 주변 상황,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구와의 관계 변화에 의해서 저절로 운동에너지를 가지게 되는데, 원래 그만큼 에너지가 잠재해 있었다고 생각하자는 겁니다. 즉 그만큼 잠재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는 거지요. 여러분은 위치에너지라고 배웠을 겁니다. 그러나 위치뿐만 아니라 다른 상황이나 내부의 변화에 의한 경우도 있으므로 위치에너지란 용어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두 가지 에너지, 즉 운동에너지(K)와 잠재에너지(U)를 합쳐서 '역학적 에너지(mechanical energy)'라고 부릅니다. 간단한 경우로 지상에서 지구 중력에 의한 잠재에너지를 생각해보지요. 질량 m인 물체는 지구로부터 크기 mg의 중력을 받습니다. 이 물체가 h만큼 아래로 떨어져서 속도 v를 가지게 되었다고 합시다. 이 경우에 잠재에너지 U는 mgh만큼 줄어드는 한편 운동에너지는
이 되지요. 이렇게 새로 생겨난 운동에너지는 줄어든 잠재에너지와 크기가 같게 됩니다. 따라서 잠재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형태를 바꾸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석하면 아주 편리합니다. 특히 운동에너지 K와 잠재에너지 U를 더한 역학적 에너지 E는 변하지 않고 일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체가 정지 상태로부터 떨어지는 경우에 처음에는 K = 0 이고 U만 있었는데 나중에는 U가 줄어들고 그만큼 K가 생겨서 U와 K를 더한 것은 언제나 똑같다는 것이지요. 식으로 나타내면

K + U = E

이며 각 에너지 기호에 아래첨자 if를 붙여서 처음 값과 나중 값을 표시하면
가 됩니다. 변화량, 곧 나중 값과 처음 값의 차이를
등으로 표시하면



로 쓸 수도 있습니다. 역학적 에너지 E는 일정하니까
이지요.

그러면 지상에서 h 만큼 아래쪽으로 떨어진 물체의 경우에
이므로
이고 잠재에너지는 줄었으니까
입니다. 그러면
에서 속도
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뉴턴의 운동방정식을 풀어서 구할 수도 있지요.

다시 한 번 강조하면 운동방정식을 이용하든지 (곧, 힘을 알아내서 가속도를 구하고 속도와 위치를 구하든지), 운동에너지와 잠재에너지를 정의하고 그 둘의 합이 일정하다는 관계를 이용하든지 주어진 위치에서 속도를 구한 결과는 같습니다. 고전역학을 힘과 가속도로 표현한 것이 뉴턴의 운동 법칙이고, 에너지로 표현해서 역학적 에너지가 일정하다고 표현한 것을 '역학적 에너지 보존법칙'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운동 법칙으로부터 쉽게 얻어집니다.
그림 1: 흔들이 추에 작용하는 힘

위의 경우는 간단하니까 뉴턴의 운동 법칙을 이용해서 속도 등 원하는 물리량을 구해도 되지만 복잡한 경우에는 운동방정식을 푸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적분하는 과정이 상당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역학적 에너지 보존법칙을 이용하면 아주 쉽게 풀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림 1에 보였듯이 길이 l인 줄의 한쪽 끝이 O점에 고정되어 있고 다른 끝에 질량이 m인 추가 매달려서 움직이는 흔들이(진자;pendulum)를 생각하지요. 추는 반지름 l인 원둘레를 따라 움직입니다. 줄이 연직선과 이루는 각
를 추의 각위치angular position로 정의하고 처음에
에서, 곧 줄이 수평이 되는 지점에서 추의 운동이 시작되었다면 임의의 각위치
에서 추의 속도를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요?

추에 작용하는 힘은 지구로부터 받는 아랫방향의 중력 mg와 줄이 당기는 켕길힘(장력)tension T인데 서로 방향이 평행하지 않으므로 벡터 계산을 해야 합니다. 방향에 따라 성분으로 나누어 계산해야 하지요. 중력의 줄 (지름) 방향 성분은 켕길힘과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이므로 더해서 없어집니다. 식으로 쓰면
이 되지요. 따라서 두 힘을 더한 알짜힘net force은 줄과 수직, 곧 원의 접선 성분만 남아서 가 됩니다. 여기서 (-) 부호는
가 줄어드는 방향을 향한다는 뜻입니다. 원둘레 방향으로 거리, 곧 호의 길이가
로 주어짐을 생각하면 속도는 이를 시간에 대해 미분한 도함수
, 가속도는 속도를 다시 미분하여
가 되지요. 따라서 운동방정식 a = F/m은 결국
의 꼴로 주어집니다. 이 식은 수학적으로 미분방정식(differential equation)의 형태를 가지는데 힘이
로 주어지므로 이른바 비선형(nonlinear)이라 풀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역학적 에너지보존법칙을 이용하면 임의의 위치에서 속도를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추가 가장 낮은 지점, 곧
인 위치를 높이의 기준으로 하면 추의 높이는
로 주어지므로 역학적 에너지는

가 됩니다. 여기서 처음 위치
와 속도
를 이용했지요. 이 식으로부터 각위치
에서 속도가
로 쉽게 얻어집니다.

일반적으로 운동에너지는 없고 잠재에너지만 있는 물체를 가만히 놓아두면 움직이면서 운동에너지가 점점 커지고 잠재에너지는 작아집니다. 지상에서 떨어지는 물체가 널리 알려진 예이지요. 물체가 지면에 도달하면 잠재에너지가 전부 운동에너지로 바뀝니다.

그런데 이 물체가 지면에 부딪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땅에 떨어진 물체는 결국 멎어버리니까 운동에너지가 0이 됩니다. 잠재에너지도 다 없어져 버렸지요. 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역학적 에너지가 보존이 되지 않았습니다. 명백하지요.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겠습니까?

자연이 원래 그런가보다 하고 내버려두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그러나 물리를 하는 사람들은 그걸로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적당히 생각하고 살면 다른 사람도 편했을 텐데, 물리에는 좀 까다로운 사람들이 많아서 쉽게 만족하지 않지요. 사실 보존은 대칭성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연속대칭성이 존재하면 그에 해당하는 물리량이 보존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뇌터의 정리라 합니다.

20세기 초 독일의 수학자 뇌터(A. Emmy Noether)에 의해 얻어졌지요. 뇌터는 당대 최고의 수학자라 할 힐버트(David Hilbert)와 아인슈타인으로부터 최고로 인정받을 만큼 뛰어났으나 여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독일 대학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대학 사회는 지금도 보수적인 면이 있지만 당시 독일에서는 특히 심했지요. 아무튼 대칭성이란 개념이 자연을 해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전제했으니, 보존이 안 된다는 것은 기분이 좋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다르게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에너지는 운동에너지와 잠재에너지, 곧 역학적 에너지만 있다고 배웠는데 다른 종류도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에너지의 종류를 확장하자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역학적 에너지는 없어졌지만 다른 형태로 바뀌었다고 해석하고, 이에 따라 전체 에너지는 보존된다고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는 겁니다. 에너지 보존 법칙을 일반화하자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지우개가 바닥에 떨어질 때 조용히 떨어지지 않고 소리를 내지요. 역학적 에너지가 없어질 때 얌전히 없어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소리도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자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소리도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리의 정체는 공기 분자들이 진동하는 파동입니다. 공기 분자 하나하나는 제자리에서 왔다 갔다 할 뿐인데, 그 진동 자체가 퍼져나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공기 분자 하나하나도 질량을 지니고 있습니다. 질량이 있는 것이 진동을 하니까 운동에너지를 가지게 되지요. 물론 공기 분자가 진동하면서 위치에 따라 잠재에너지도 가집니다. 아무튼 소리는 분자들의 운동에너지 및 잠재에너지에 기인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소리는 어디로 갔을까요? 소리가 났다가 금방 없어지죠. 그 소리에너지는 어디로 갔습니까? 결국 열heat로서 공기 중에 흩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리를 엄청나게 지르면 사실 공기가 조금 따뜻해집니다. 쇠망치로 쇠붙이를 계속 치면 따뜻해지는 것을 느껴봤죠. 따뜻해진다는 것은 분자들이 마구 움직이는 운동에너지가 크다는 의미이고, 이러한 형태의 에너지 이동을 열이라고 부릅니다. 그밖에도 전기에너지와 빛에너지, 화학에너지 등 에너지의 형태는 무수히 많습니다.

에너지는 아주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고 서로 옷을 갈아입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전등을 켜는 것은 전기에너지를 빛에너지로 바꾸는 것이고, 자동차는 휘발유의 화학에너지를 열로 바꾸었다가 다시 운동에너지로 바꾸는 겁니다. 따라서 한 형태의 에너지는 다른 형태로 모습을 바꿀 수 있지만 이들을 다 합치면 전체 에너지는 변함이 없다, 즉 보존된다고 해석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석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에너지 개념이 확장이 된 겁니다.

흥미롭게도 이런 에너지들은 대부분 각각 자연과학, 주로 물리학의 한 분야가 됐습니다. 소리에너지를 연구하는 분야는 음향학(acoustics)입니다. 이것은 음악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예로서 연주회장 설계할 때 매우 중요합니다. 연주회장에서 음향을 멋지게 나오게 하려면 음향 설계를 잘 해야 합니다. 잘못하면 연주하는 소리가 메아리를 만들게 되고 연주회도 엉망이 됩니다. 연주회장을 잘 설계하는 것이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음향학 연구하는 사람이 드물고,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도 외국인이 설계하였다고 합니다. 한편 열에너지를 연구하는 분야가 열역학(thermodynamics)이고 전기에너지를 연구하는 분야가 전자기학, 빛에너지를 연구하는 분야가 광학입니다.

결국 모든 에너지는 운동에너지로 귀착이 됩니다. 운동에너지로 시작해서 잠재에너지를 정의했고, 이러한 역학적 에너지를 확장해서 모든 에너지를 정의하였지요. 이러한 에너지라는 것이 어떻게 느껴지나요? 운동방정식 형태의 고전역학하고는 느낌이 다르지 않아요? 앞의 강의에서 다룬 물리학의 발전을 시대정신과 비교한 내용을 다시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해밀턴역학

에너지 개념을 이용해서 새로운 고전역학의 형식으로 '해밀턴의 원리(Hamilton's principle)'라는 것이 제안되었습니다. 매우 멋진 형식인데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작용action'이라는 것을 정의하겠습니다. 조금 어려운 개념이지만 작용 S는 라그랑지안Lagrangian이라고 하는 양 L을 시간에 대해, 처음
에서부터 나중
까지 적분한 것입니다. 식으로 쓰면
이지요. 여기서 라그랑지안은
, 곧 운동에너지와 잠재에너지의 차이로 정의되는 양으로 라그랑주의 이름을 땄지요. 이에 대해 에너지를 기술하는 함수 꼴, 곧 에너지를 위치와 속도 등의 함수로 표현한 양
을 해밀턴의 이름을 따서 해밀토니안(Hamiltonian)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물체가
인 순간에 위치
에 있다가 움직여서 시간
일 때 위치
에 왔다고 합시다. 이때 이 물체가
에서
로 가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중에 실제로는 어떤 것을 택해서 갈까요?

어느 길로 가느냐에 따라 작용이 달라집니다. 처음과 끝이 정해져 있어도 도중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이에 의존하는 잠재에너지가 달라지고, 따라서 이걸 합친[적분한] 값인 작용도 달라집니다. 여러 가능한 길 중에서 작용의 값이 최소인 길이 하나 있을 텐데, 실제로 물체는 그 길을 따라서 갑니다. 많은 길 중에서 작용이 가장 작은 길을 따른다는 것이 바로 해밀턴의 원리, 이른바 '최소 작용의 원리(principle of minimal action)'이고, 이것은 놀랍게도 뉴턴의 운동 법칙과 완벽하게 같습니다.

운동방정식을 푸는 대신에 역학적 에너지 보존법칙을 써도 결과는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시간이 결부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각 순간에서 위치나 속도를 구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물리량을 시간의 함수로 구할 수는 없지요. 이를 멋지게 해결한 것이 해밀턴의 원리입니다. 해밀턴의 원리는 뉴턴의 운동 법칙을 형태만 바꾼 것으로 조금 어렵지만 수학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전역학은 뉴턴의 운동 법칙으로부터 출발할 수 있고, 해밀턴의 원리에서 출발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크게 나누어 뉴턴역학(Newtonian mechanics)과 해밀턴및 라그랑주역학(Hamiltonian and Lagrangian mechanics)의 두 가지 형식이 있는 셈이지요. 이 둘은 내용은 완전히 동등하지만 모양은 상당히 다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지요?

뉴턴역학의 운동방정식이 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 상황에 적용해보면 해밀턴역학이 편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경우에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내기 어렵고, 또한 힘은 수학적으로 벡터이므로 크기뿐 아니라 방향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에너지나 작용은 이른바 스칼라scalar로서 크기만 가지고 있고 방향을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더 편리할 때가 많습니다. 또 뭔가 다른 느낌이 있지 않은가요?

뉴턴역학은 요약하면 힘이 주어지면 그것에 맞춰 운동이 결정된다는 내용입니다. 주어진 힘 때문에 가속도가 생기고 그에 의해 운동이 결정된다는 관점이지요. 원인과 결과가 명백하게 구분되어 있습니다. 원인이란 외부의 요인입니다. 곧, 힘은 물체의 바깥에서 주어진 거지요. 외부적인 원인에 따라 결과가 정해진다는 것은 다분히 '기계론적(mechanistic)' 관점이라 하겠습니다.

반면에 해밀턴 및 라그랑주역학은 원인과 결과 대신에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용이란 에너지와 관련되어 있는 건데 에너지는 힘처럼 외부에서 주어졌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운동에너지나 잠재에너지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물체의, 정확히 말하면 계의 성질입니다. 따라서 외적인 요인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계가 지닌 내부적 성질에 의해서 정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인과 결과를 구분하기 보다는 작용을 최소화하는 기본 원리가 자연에 내재해 있다고 전제하는 것이지요. 다분히 '목적론적(teleological)'이라 하겠습니다. 이같이 완전히 다른 전제에서 출발했는데도 해밀턴 및 라그랑주역학은 수학적으로 뉴턴역학과 완전히 같은 내용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지요. 자연을 타당하게 해석하는 관점이 아주 다양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여러분은 어떤 관점을 택하겠어요?

(매주 화,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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