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DJ) 전 대통령은 11일 "북한을 비핵화하는 과정에서 남북관계를 악화시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한승수 국무총리의 예방을 받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 3000'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경제협력이나 인도적 지원, 미국과의 관계개선 부분은 같이 추진되어야 할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김 전 대통령측 최경환 공보비서관과 총리실측이 전했다.
그는 "북한은 지금 핵이 중요한 게 아니라 북미관계 개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고농축 우라늄(HEU)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결국 북미간 해결점을 찾을 것"이라며 "북한의 인권 문제도 북한의 개혁개방과 북한 내부적 변화, 중산층 형성을 통해 해결되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 총리가 자원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자원외교 입장에서는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시베리아, 몽골도 중요하지만 북한도 텅스텐, 마그네슘, 금, 주석 등 광물이 많아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과 유럽이 북한의 경제자원을 선점해가고 있는데 경제지원도 해나가면서 우리도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비핵개방 3000' 구상에 대해 "북한 비핵화와 개방이 먼저 돼야 지원을 한다는 것이냐, 아니면 병행한다는 뜻이냐"고 묻자 한 총리는 "완전개방 또는 부분 개방이 있을 수 있지만 6자회담이 성공하는 것을 비핵화로 보고 이후 여러 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한 총리가 "이명박 정부는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관계도 중히 여긴다"고 말하자 "시베리아 철도가 연결되면 프랑스까지 연결되고 철도 수송이 발달하면서 사회간접자본도 개발되고 산업, 관광, 문화교류도 활성화되는 등 우리나라가 유라시아 대륙의 물류 허브가 될 것"이라며 대(對) 러시아 관계와 유라시아 철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두 사람은 또 북중 및 북러관계는 물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북핵문제 해결 태도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통령은 한 총리가 "청문회 때문에 바빴다. 사실과 다른 기사 때문에 곤혹스러웠고 여소야대인데 야당에서 표를 많이 줬다"고 하자 과거 대통령 재임시 한 총리가 외교장관이었음을 상기한 듯 "한 총리는 지금 야당이 반쯤 친정"이라면서 "새 정부 초대 총리로서 성공적으로 수행하길 기원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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