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글 말미에 우선 부채와 채무를 없애라는 얘기를 드렸다. 또 현재의 집값을 30% 수준에서 평가하라고 얘기했다. 혹여 걱정이 되어 하는 얘기인데, 필자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불안을 조장하자는 의도가 아니라, 아직은 대처할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나치다는 느낌도 들겠지만 일단 읽고 난 뒤에 판단을 하기로 하자.
우리나라의 주택가격은 지난 1976 년부터 2006 년까지 무려 30 년간 오르내리면서 끊임없이 상승해왔고, 최근에는 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30 년이란 한 세대(generation)에 해당되는 기간이고 그간 줄기차게 올랐으니 부동산은 계속 오르는 것이라는 생각이 고착되고 고정될 만도 하다.
이는 지난 30 년간 인구 증가와 경제규모의 엄청난 신장, 도시로의 집중 현상, 핵가족화와 이에 이어진 독신 가구의 증가라는 네 가지 요인이 부동산 불패 신화를 만들어놓은 배경이다.
그런데 이제 인구 증가는 거의 멈추다시피 했고, 경제규모의 성장도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사실상 멈춘 상태, 이에 도시화 현상도 이미 완료되었다. 벌써 세 가지 요인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무서운 추격도 문제지만 세계 경제 전체가 약간만 위축되는 흐름이 나온다면 우리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고, 이에 따라 우리 경제는 디플레이션 내지는 경기후퇴가 오기 마련이니 비용이 많이 드는 독신가구는 줄면 줄었지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
긴 흐름에서 보면 우리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더 이상 이어지기 어려운 흐름에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004년부터 국내에도 '모기지 대출'이 등장했는데 이는 우리 경제 체질이 근원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30 년씩이나 이어진 흐름이다 보니 설마 하는 마음을 지우기가 어려울 뿐이다.
필자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부동산 가격은 향후 30 년간 꾸준한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 본다.
모든 가격 흐름은 정점을 지나면 이윽고 극심한 가격 요동(fluctuation)이 한 번 생겨난 이후 이어서 서서히 하향 안정세를 보인다. 필자가 부동산 가격을 현 가격에서 1/3 수준까지만 평가하라는 것 역시 그 요동에 대비하라는 것이다.
그 시기는 빠르면 2010 庚寅(경인)년이고 늦어도 2011 辛卯(신묘)년 정도가 아닌가 싶다.
아울러 왜 1/3 수준이냐 하면 이 가격은 우리 경제가 저번의 외환위기를 막 벗어나던 1998 년 수준이다. 다시 말해 10 년 전의 시세로 일단 되돌림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정리하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은 우리 國運(국운)의 왕성한 활동이 시작된 穀雨(곡우) 즉 1976 년부터 무서리가 내린다는 霜降(상강)인 2006 년으로서 상승세가 마무리된 것이다.
이미 우리들이 살 집은 넉넉하고도 충분할 정도로 지어져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실상 남아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부동산을 여럿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일부는 급격히 처분할 것이고 미련이 많은 자는 서서히 처분할 것이다. 또 독신가구도 반드시 그래야 하는 사정이 없다면 처분할 것이다.
아울러 고공행진을 하는 유가는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 다시 내리겠지만, 우리 자체가 어려워지면 유가가 다소 내린다 해도 여전히 부담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유행하는 유리창 넓은 집, 주로 주상복합의 시세는 급격한 하락을 보일 것이다.
집이 남아돈다면 구태여 집을 살 필요도 없다. 전세금마저 지속적으로 내리는 이상한 현상을 경험해가면서 그냥 전ㆍ월세로 살면 되는 것이다. 집 주인은 웬만하면 그냥 살아달라고 애원을 할 터이니 말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젊은 세대들은 기대소득도 줄어들지만 덩달아 집값도 내릴 것이기에 또 살아갈 수 있도록 되어있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세대가 진실로 '월 소득 88만원'이라면 현재의 주택 가격은 용서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 그들의 소득 수준에 맞게끔 집값이 내려오거나 그들의 소득이 올라가야 할 것이다. 아마도 진실은 그 어느 중간에 있을 것이다.
아울러 현 부동산 시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집 한 채 물려받고 세상을 출발하는 젊은이와 그렇지 않은 자의 간격이 너무나도 커서 영원히 메울 수 없을 것이니 1/3 로 내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 무모한 추산이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이 추측은 그저 바람이나 희구가 아니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적 귀결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의 지나친 가격이란 처음에 급격한 조정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 그 와중에 휩쓸려 다치지는 말았으면 하는 얘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가장 최악의 경우는 이런 것이다.
7억 시세의 아파트를 3억 대출을 받아 샀는데, 집값이 하락을 시작해서 1-2 년 사이에 2억 5천만원 정도로 내리면 은행은 당장 1억 정도를 변제하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설상가상, 다니던 직장마저 경기 침체로 그만 두어야 한다면 은행은 전액상환을 요구해 올 것이다.
3억이란 현금이 당장 없을 터인즉, 그냥 어느 날 순식간에 집 날리고 소득도 없을 것이니 당장의 끼니도 어려울 것이다. 더하여 고등학생 딸 아이 하나를 미국으로 유학 보낸 상태라면 그 아이는 귀국할 비행기 표도 사지 못해 졸지에 이산가족이 되는 끔찍한 사태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2004년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부동산 불패 신화는 끝났다'는 제목의 글을 썼었다. 그 이후 집값은 2년을 더 올랐고 그 경고는 잊혀졌다.
집값이 무섭게 오르자 저번 정부는 엄청난 초강수를 던졌다. 그래서 최근 이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 불안해서 집을 팔고 싶은데, 양도소득세가 너무 많아 집을 팔기가 난처하다는 말. 그러나 양도소득세란 양도에 따른 소득이 있어서 그 중에서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걷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양도세정책은 서울에 사는 사람이 집을 팔 경우 인근에서는 집을 사지 말고 전월세로 옮기라는 것이고, 집을 팔지 않겠다면 늘어가는 재산세를 감내하라고 하는 국가의 강력한 行政處分(행정처분)이다.
물론 집을 팔고 세금을 낸 후에 시외로 나가 저렴한 주택을 구입해서 사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직장이 서울인 사람에게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 결과 사람들은 기다리면서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새 정부가 양도세를 대폭 낮추거나 재산세를 경감시켜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인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대단한 모험이다.
집을 팔고 양도소득세를 왕창 내고 전월세로 옮겼다가 정부가 돌연 양도소득세를 대폭 낮추면 큰 손실을 입는 것이고, 그대로 관망하다가 경제위축이 와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이어서 담보대출 액수도 크면 자칫 고스란히 집을 앗기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무주택이 '상팔자'인 상황이 된 것이다.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 무엇일까를 아무리 궁리해도 답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 일단 주택 관련 대출이 과다하다 싶으면 최대한 갚으라는 얘기를 드리는 것이다.
필자는 장기에 걸쳐 원리금을 분할 상환하는 모기지 담보대출은 우리 여건에서 문제가 많다고 여긴다. 이 대출은 결국 소비자의 현금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미국이라면 경기침체로 직장을 잃어도 잠시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새 직장을 구할 확률이 높기에 수십 년에 걸친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일단 직장을 잃고 나면 같은 급여를 받는 직장으로의 재취업 가능성이 대단히 낮다.
즉 직장을 잃는 순간 은행은 그 소비자를 서브 프라임 급으로 대우하기 시작할 것이고 금리를 추가로 올리거나 일정액 상환을 요구하면서 조정을 하려고 들 것이다. 그러니 모기지 담보대출은 위험성이 높다.
모기지 론이 아닐 경우, 대출 액수를 일부라도 줄여놓을 능력이 도저히 안 된다면 새 정부의 조세 정책을 기다리지 말고 집을 일단 팔아서 양도세를 내고 대출을 상환한 후에 전월세로 이전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인 것이다.
최근 미국 경제가 어려워서 우리 역시 분위기가 뒤숭숭하지만, 필자의 말은 장기 흐름에서 부동산 가격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것이지 내일 무슨 문제가 터진다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강조 드린다.
말이 길어졌기에 서바이벌 키트의 나머지 부분은 다음 글에서 잇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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