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에 지방 관리를 뽑는 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그 사람의 재능으로 보아 조금 늦기는 했지만
이제 중앙의 관리가 되어
크게 이름을 떨칠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해에
중앙의 고위 관리를 뽑는 시험에서 그는
같은 마을 출신의 응시생이 비리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시험에 응시할 기회마저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이에 낙담한 그 사람은
관리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가
시를 쓰고 그림을 팔아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타고난 재능이 빛을 발해서
훌륭한 시와 그림을 남겼습니다.
그가 남긴 시 한 편에
세상사가 얼마나 불공평한지에 대한 풍자가 실려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준마는 늘 어리석은 자를 태우고 달리며,(駿馬每馱痴漢走)
현명한 아내는 항상 졸장부와 함께 잔다네.(巧妻常伴拙夫眠)
세상에 많고 적은 불공평한 일들이,(世間多少不平事)
억지로 되는 일 없으니 억지로 할 것 없다네.(不會作天莫作天)"
명(明)나라 때의 시인이자 화가였던
당인(唐寅)이 남긴 시입니다.
재능이 있으면서도
그것을 크게 펼치지 못하는 자신의 심정을
이런 풍자와 탄식으로 나타낸 것이지요.
'준마는 늘 어리석은 자를 태우고 달린다.'는
당인의 시 첫 구절에서
세상일이 불공평하다는 의미의
'준마치한((駿馬痴漢)'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준마가 바보를 태우고 다니는 것으로 말하자면
우리 동네도 빠지지 않지요.
뭔가 크게 잘못된 동네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그렇지 않았던 동네도 별로 없었습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