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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되짚기

[최무영의 과학이야기] <20> 물리법칙의 대칭성 <중>

마지막으로 시간되짚기를 생각해 봅시다. 시간되짚기는 시간의 방향을 거꾸로 하는, 곧 과거와 미래를 서로 바꾸는 변환입니다. 물리법칙은 이러한 변환에 대해 대칭성이 있을까요? 시간을 되짚을 때 무엇이 바뀌는지 살펴보지요. 질량 같은 것은 물론 변화가 없습니다. 힘도 마찬가지입니다. 속도는 위치를 시간으로 미분한 것이니 시간을 거꾸로 하면 부호가 바뀝니다. 다시 말해서 속도는 방향이 반대로 되지요. 가속도는 어떻게 될까요? 가속도는 속도를 시간으로 한 번 더 미분했기 때문에 원상복귀가 돼서 부호가 바뀌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운동 법칙에서 아무 것도 바뀌지 않네요. 운동 법칙은 시간되짚기 대칭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입니다.

학생: 시간을 거꾸로 하면 속도처럼 힘도 반대가 되지 않나요?

힘의 방향이 바뀐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것을 밀고 있는 것을 비디오카메라로 찍고 그걸 되돌리면 이것을 거꾸로 잡아끌고 있겠어요? 움직이는 방향, 곧 속도의 방향과 힘의 방향을 혼돈하기 쉬운데, 힘은 가속도와 관련되지 속도와는 직접 관련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공을 던졌다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갈 것입니다. 그것을 비디오카메라로 찍어서 거꾸로 돌리면 공은 반대로 나에게 날아오겠지요, 마찬가지로 포물선을 그리면서. 그런데 왜 포물선을 그리는 걸까요? 중력 때문입니다. 중력이 아래로 당기므로 위로 볼록한 포물선이 되지요.

그런데 비디오를 거꾸로 돌리면 공은 이쪽으로 날아올 텐데, 중력은 위로 당기나요? 이 경우에도 공은 위로 볼록한 포물선을 그리니까 중력은 여전히 아래로 당기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시간을 거꾸로 되짚어도 힘은 변하지 않습니다. 비디오카메라로 찍어서 거꾸로 돌려도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지요. 이는 운동 법칙이 똑같이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당구를 칠 때 당구공이 움직이는 것을 비디오카메라로 찍어서 거꾸로 돌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물론 마지막에는 당구공이 큐대를 맞추고는 큐대가 뒤로 가겠지만요. 이러한 사실은 운동법칙에 시간되짚기 대칭이 있음을 보여주며, 사실상 모든 물리법칙은 시간되짚기 대칭을 지녔다고 믿어집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시간되짚기 T와 홀짝성 P 및 전하켤레 C 변환을 모두 행하면 반드시 대칭성이 있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받아들이면 모든 계는 CPT 대칭성(CPT symmetry)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를 흔히 CPT 정리라고 하지요. 모든 계가 CPT 변환을 하면 반드시 대칭성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모든 물리법칙은 T 대칭, 곧 시간되짚기 대칭성을 지닌다고 믿어졌으며, 이는 CPT 정리에 비추어 볼 때 바로 CP 대칭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C 나 P 대칭성이 없는 약상호작용에도 CP 대칭성은 있다고 했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CP 대칭성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발견되었습니다. 두 개의 쿼크로 이루어진 K중간자(K-meson), 곧 케이온이 붕괴할 때는 놀랍게도 CP 대칭이 없습니다. 이는 T 대칭, 곧 시간되짚기 대칭도 없음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실제로 시간을 거꾸로 되짚을 수는 없으므로, 시간되짚기에 대한 대칭이 있는지를 직접 알기는 어렵습니다. 대신에 간접적으로 CP 대칭성을 조사해서 T 대칭성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CP 깨짐(CP violation)을 보인다고 알려진 경우는 케이온과 B중간자(B-meson) 붕괴가 유일합니다. 이들은 예외적이고 사실상 모든 물리법칙은 시간되짚기 대칭을 지닌다고 생각됩니다.
▲ 나선형 은하

앞에서 대칭성이란 자연의 해석에 매우 중요한 길잡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왜 자연이 보여주는 대칭성은 완벽하지 않고 조금 깨져 있을까요? 이는 현재 우주의 모습에 관해 중요한 사실을 설명해줄 수 있습니다. 우주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반대물질이 없고 물질만 있습니다. 태양계도 그렇습니다. 우리 주위의 우주는 반대물질은 없고 전부 물질만 있습니다.

그런데 우주가 탄생할 때 빛에서 시작해서 물질을 만들었다고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물질과 반대물질이 똑같이 만들어졌어야 할 것입니다. 빛이 없어져서 전자와 양전자인 입자와 반대입자의 짝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물질을 만들어내면 반대물질도 똑같이 만들어낼 것입니다. 그러면 물질이 있으면 반대물질도 똑같은 양만큼 있어야 되겠지요. 그런데 우리 우주는 대부분 물질만 있는 것 같으니 반대물질은 어디에 있는지 수수께끼였습니다.

그래서 멀리 외계로 가면 어딘가 반대물질로 이루어진 반대우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반대우주에는 아마도 반대인간이 살고 있겠지요. 하지만 반대우주가 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반대우주가 있는 것이 아니고, 적어도 우리가 관측하는 우주에는 반대물질은 별로 없고 물질만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처음에 똑같이 만들어져야 할 터인데 반대물질은 어디로 갔을까요? 물질의 구성요소인 바리온을 만들기 위해서는 쿼크가 필요합니다. 초기우주에서 전자와 양전자가 붕괴해서 쿼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양전자는 붕괴해서 쿼크를 만들고 전자는 붕괴해서 반대쿼크를 만드는데, 바로 CP 깨짐 때문에 그 붕괴 속도가 조금 다릅니다. 그래서 쿼크는 많이 생기고 반대쿼크는 조금 생기니까, 쿼크와 반대쿼크가 만나 다 없어져도 결국은 쿼크가 남게 됩니다. 그렇게 남은 쿼크가 우주를 이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CP 깨짐을 처음 봤을 때 그 의미를 알 수 없었고, 자연의 해석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걱정했는데, 거꾸로 그것이 없으면 우주를 설명할 수 없는 거지요. CP 깨짐 때문에 왜 현재의 우주에 물질만 있고 반대물질이 없는지 이해할 수 있는 겁니다.

(매주 화,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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