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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법칙의 대칭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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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법칙의 대칭성

[최무영의 과학이야기] <19> 물리법칙의 대칭성 <상>

7강 물리법칙의 대칭성

지난 강의에서는 기본입자들을 쿼크가족, 렙톤가족, 게이지입자 세 가지로 분류하였고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중력상호작용, 전자기상호작용, 약상호작용, 강상호작용의 네 가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자연현상의 실체로서 물질을 상정하고, 그 구성원들의 상호작용 때문에 모든 현상이 일어난다는 생각이 자연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근본적인 전제라고 지적했지요. 이에 따라 물질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보았고, 결국 많은 수의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뒤이어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그리고 원자핵은 양성자, 중성자 따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결론을 얻었지요. 이런 것들도 기본입자라고 불렀지만 근원적인 것은 아니고, 몇 가지 쿼크로 구성돼 있다고 생각하면 편리하게 자연을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진정한 기본입자에는 쿼크, 렙톤,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매개해 주는 게이지입자 등 세 가지가 있다고 여기게 되었지요.

기본입자에 관해 이러한 이해를 얻어낼 때 대칭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원자의 종류, 곧 원소의 종류가 100가지 가깝게 있는데 대칭성을 살펴서 알맞게 배열하다보면 새로운 이해를 얻을 수 있던 것과 마찬가지지요. 이러한 생각으로 기본입자가 지닌 대칭성을 살펴보았고, 이로부터 쿼크라는 개념도 얻어냈으며, 궁극적으로 표준모형을 만들었습니다.

다양한 자연현상을 해석할 때 좋은 길잡이가 대칭성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자연에 대칭성이 존재한다고 전제하고서 거둔 탁월한 성과를 볼 때 실제로 자연 자체가 놀라운 대칭성을 보인다고 믿게 됩니다. 이론 구조에서 개념 뿐 아니라 진술이 지니는 대칭성도 특히 중요한데 이는 일반적으로 물리법칙의 대칭성으로 나타나지요. 고등학교 때 물리 시간에 배웠겠지만, 에너지 보존, 운동량 보존 같은 법칙도 기본적으로 대칭성의 문제입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이러한 물리법칙의 대칭성을 논의하려 합니다.

물리법칙의 대칭성

자연의 해석에서 물리법칙, 곧 보편이론에서의 진술은 적절한 대칭성을 지녀야 한다고 여깁니다. 대칭성이란 시공간을 기술하는 좌표계(coordinate system) 등을 '변환(transformation)'해도 달라지지 않는 성질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원에 대칭이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지요? 정사각형은 90°나 180° 만큼 돌려야 돌리기 전과 똑같지만 원은 7°나 53°,또는 0.1°만 돌려도 똑같습니다. 임의의 각만큼 돌려도 똑같지요. 회전(rotation)이라는 변환을 해도 변하지 않으므로 회전에 대해 대칭이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지름을 기준으로 양쪽이 같은 것은 반사(reflection)라는 변환에 대해 대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의 해석에서 중요한 대칭성이란 미술의 아름다움에서 보는 이러한 모양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론의 대칭성으로서 기본적으로 상태 변환에 대한 성질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이미 '자리옮김', '회전' 또는 '방향', 그리고 '시간진행'에 대한 대칭을 설명했지요. 자리옮김대칭이란 어떤 물리법칙이 여기서 성립하면 저기서도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뉴턴의 운동 법칙이 이 자리에서 성립하면 아프리카에서도 성립하고 북극성이나 안드로메다은하에서도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회전대칭은 방향에 대한 대칭으로, 힘을 어떤 방향으로 주면 가속도가 그 방향으로 생기는데 힘을 다른 방향으로 주어도 똑같은 관계를 만족한다는 내용입니다. 어느 방향이 특별하지 않고, 모든 방향이 다 똑같다는 뜻이지요. 시간진행대칭이란 법칙이 오늘 성립하면 내일도 성립하고 1000년 후에도 성립하며, 100년 전에도 성립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대칭은 모두 연속대칭(continuous symmetry), 곧 연속 변환에 대한 대칭입니다. 자리를 옮기거나 방향을 돌리거나 또는 시각을 바꿀 때 원하는 만큼, 이를테면 미소하게 옮기거나 바꿀 수 있지요. 예컨대 11 m, 3547 km, 0.4 nm 만큼 옮긴다든지 7°, 31°, 0.1° 만큼 돌리거나 1시간 후, 1897년 후, 0.1초 전으로 시각을 바꾸는 등이 모두 연속적으로 변환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와 달리 불연속대칭(discontinuous symmetry)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시공간의 불연속 변환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거울비추기(mirror reflection)입니다. 거울에 비추어 보면 오른쪽과 왼쪽이 서로 바뀌지요. 앞에서 이미 언급한 이른바 홀짝성이 바뀌게 됩니다. 여기서는 미소 변환이란 없고 따라서 변환이 연속적이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왼손잡이 아니면 오른손잡이지 그 중간은 없지요. 앞에서 얘기했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후편이라 할 ≪거울 속 나라 앨리스≫가 바로 이러한 거울비추기, 곧 홀짝성 변환이 된 세상에서 모험을 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전하켤레(charge conjugation)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입자와 반대입자를 서로 바꾸는 변환을 말합니다. 전자와 양전자, 양성자와 반대양성자인 음양성자, 중성자와 반대중성자, 쿼크와 반대쿼크 등을 서로 바꾸는 거지요. 당연히 전기의 부호도 바뀝니다.

물리법칙에 거울대칭, 곧 홀짝성대칭이 있다는 것은 홀짝성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물리법칙이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를 차별하지는 않으리라 기대하는 거지요. 마찬가지로 전하켤레대칭이 있다면 입자에 대해 성립하는 법칙이 반대입자에 대해서도 성립합니다. 이를테면 수소는 양성자가 가운데 있고 주위에 전자가 하나 있는데, 전하켤레 변환을 하면 가운데 반대양성자가 있고 주위에 양전자가 있는 반대수소로 되지요. 대칭이 있다면 수소와 반대수소, 일반적으로 물질과 반대물질을 차별하지 않는 것입니다.

흔히 홀짝성을 약자로 P, 전하켤레는 C로 표시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불연속 변환으로 시간되짚기(time reversal)가 있습니다. 시간을 거꾸로 짚어서 미래와 과거를 바꾸는 것입니다. 조금 뒤에 자세히 논의하겠고, 이것을 보통 T로 표시합니다. 이것 말고도 몇 가지 더 있습니다. 대상이 여러 개 있을 때 그 순서를 서로 바꾸는 맞바꿈(exchange) 또는 순열(permutation), 그리고 상태 표현에서 여분(redundancy)에 관련된 게이지 변환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두 가지는 생략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물리법칙이 앞에서 다룬 연속 변환에 대해서 대칭성을 지니리란 것은 누구에게나 당연하게 보입니다. 그런데 불연속 변환에서는 어떨까요? 거울비추기, 곧 홀짝성 변환을 생각해 봅시다. 오른쪽과 왼쪽을 서로 바꾸어도 물리법칙은 그대로 있을까요? 당연히 그렇다, 곧 모든 물리법칙은 홀짝성대칭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실제로 전자기상호작용이나 강상호작용은 대칭성을 지니고 있지요. 그런데 1956년에 베타 붕괴에서 홀짝성대칭이 깨진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는 베타 붕괴를 일으키는 약상호작용이 왼손과 오른손을 구분한다는 것입니다.
▲ 우(Chien-Shiung Wu)

이것은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일입니다. 전자기상호작용에 비해서 약상호작용은 미약하고, 일상과도 별 관련이 없지만 자연의 대칭성에 대한 근본 관점을 바꾼 것입니다. "자연에서 대칭성은 완전하지 않고 조금 깨져 있다." 이런 중요한 발견을 한 사람은 우(Chien-Shiung Wu)인데 당연히 노벨상을 받아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못 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중국계이면서도 여자였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지요. 대신에 약상호작용에서 홀짝성대칭성이 있는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한 양(Chen-Ning Yang)과 리(Tsung-Dao Lee)가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역시 중국계지만 남자들이지요.
▲ 리(Tsung-Dao Lee)와 양(Chen-Ning Yang)

어차피 세상일에는 정치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합니다. 노벨상을 받으려면 당연히 매우 중요한 업적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상이란 다 마찬가지지만 업적이 있다고 꼭 받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노벨상을 받지 못했으나 노벨상을 받은 사람의 업적보다도 중요한 업적이 있는 사람이 상당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다른 요소들도 작용하는 겁니다. 특히 평화상은 키신저(Henry A. Kissinger) 같은 자가 받은 것을 보면 얼마나 우스운지요. 부패와 이른바 더러운 전쟁 범죄로 얼룩진 그에게 세계 평화를 이제 그만 해치라고 주었다는 얘기도 있지요. 그래서 이런 농담이 있습니다: "노벨(Alfred P. Nobel)이 다이너마이트를 만든 것은 용서받을 수 있지만 노벨상을 만든 것은 용서받을 수 없다." 노벨상이 정치적으로 왜곡되면서 폐해가 생겨나는 상황을 빗댄 말이지요.

전하켤레대칭도 홀짝성대칭과 마찬가지로 약상호작용에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전자와 양전자, 양성자와 반대양성자 등에 대해 약상호작용은 똑같지 않다, 말하자면 약상호작용은 입자와 반대입자를 구분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홀짝성과 전하켤레를 함께 변환하면 대칭성이 회복됩니다. 홀짝성 P나 전하켤레 C 각각의 변환에 대해서는 대칭성이 없지만 두 가지 함께 CP 변환에 대해서는 대칭이 있다는 거지요. 다시 말해서 왼손과 오른손을 서로 바꾸고, 이와 함께 입자와 반대입자를 서로 바꾸면, 약상호작용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입자가 오른손을 선호하면 반대입자는 왼손을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시간에 혹시 외계인이 와서 악수를 청하면 조심하라고 했지요. 오른손을 내밀면 안심하고 악수해도 되지만 왼손을 내밀면 악수하면 안 됩니다. 그 외계 생명체는 아마도 인간이 아니라 반대인간일 것입니다. 왼손과 오른손이 바뀐 것을 입자와 반대입자가 바뀐 것으로 해석할 때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입자로 구성되어 있어서 오른손잡이이니 반대입자로 구성된 반인간은 왼손잡이라고 생각한 거죠. 다행이네요, 구분할 방법이 있으니. 여기 혹시 왼손잡이 학생 있으면 미안합니다, 물론 농담이지만.

(매주 화, 목, 금 연재)

* 이 연재기사는 지난 2008년 12월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라는 제목의 책으로(책갈피 출판사) 출판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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