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중 한 사람이
늘 국력을 키울 방법을 고민하던 왕에게
남쪽에 있는 촉(蜀)을 쳐서 빼앗으면
영토도 넓어지고 식량도 늘어나게 되니
일거양득의 이익을 얻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 사람은
그에 반대하면서
먼저 주변에 있는 나라들과 우호 관계를 맺은 후에
천자(天子)가 있는 주(周)나라와 가까운
서쪽의 한(韓)나라를 치자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 주나라의 천자가 그 힘을 인정해
반드시 자신들에게 보호를 요청하게 될 것이니
천자를 끼고 천하를 호령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익을 얻는 일은 시장에서나 할 일이며
나라에 필요한 것은 명분이라고 왕에게 조언했습니다.
진(秦)나라 혜문왕(惠文王) 때
남쪽의 촉(蜀)을 정벌하자고 주장하던 사마조(司馬錯)와
서쪽의 중원(中原)으로 나가 한(韓)을 치자고 주장하던
장의(張儀)의 이야기입니다.
혜문왕은 사마조의 의견을 따라
촉을 정벌해 영토를 넓히게 되는데요.
비록 장의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장의가 왕을 설득하려고 했던 말로부터
'명예는 조정에서 다투고
이익은 시장에서 다툰다'는 뜻의
'조명시리(朝名市利)'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실리나 실용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따질 곳은 시장 바닥이지
나라의 정책을 결정하는
조정(朝廷)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물론 저잣거리의 논리가
'조정'까지 장악한 동네에서는
그저 옛사람들의 한담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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