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요소라 생각하는 알갱이들, 기본입자들을 모두 배웠습니다. 종류가 많으니까 적절하게 분류하는 게 좋겠습니다. 성질에 따라서 분류하면, 이른바 무거운 입자(바리온; baryon), 중간 정도인 중간자(meson), 그리고 가벼운 입자(렙톤; lepton)이 있습니다.
무거운 입자, 바리온으로는 양성자, 중성자, 그리고 이들의 반대입자인 음양성자와 반대중성자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중간자에 해당하는 것은 바로 앞에서 말했듯이 세 가지 파이온, 곧
그런데 이들로 끝이 아니라 여러 실험을 통해서 별별 이상한 알갱이들이 많이 발견됐습니다. 무거운 입자가 앞서 말한 네 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
가벼운 입자도 전자 및 중성미자 외에 뮤온(muon)과 타우(tau)입자가 발견되었습니다. 보통 중성미자는 전자에 대응하므로 전자중성미자(electron-neutrino)라고 부르는데 뮤온과 타우에 각각 대응하는 뮤온중성미자(muon-neutrino)와 타우중성미자(tau-neutrino)가 따로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모두 반대입자가 있어서 기호로 정리하면
그러면 기본입자는 모두 몇 가지일까요? 모르겠어요? 네, 정답입니다. 야릇한 입자가 새로 발견되면서 계속 늘어나므로 알 수 없지요. 현재는 대략 260가지쯤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알갱이들 대부분은 불안정하기 때문에 가만있지 못하고 붕괴하면서 다른 걸로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아무튼 무겁다, 가볍다는 말이 의미가 없어지고, 종류도 워낙 많으니까 여기서도 뭔가 대칭성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입자가 가지는 여러 성질을 생각해보지요. 예를 들어 바리온이 지닌 전기량이 얼마인가 보면 양성자나
입자가 지닌 성질이 전기량만 있는 게 아니라 스핀(spin)이라고 하는 것도 있습니다. 타당한 건 아니지만 흔히 스핀을 입자의 자전에 비유하지요. 바리온은 일반적으로 스핀 값이 반정수(half-integer)로서 위의 바리온들은 모두 스핀의 값이 1/2입니다. 반면에
스핀 1/2인 바리온을 전기량 Q 와 야릇함 S 에 따라 분류해 보면 다음 그림 1과 같이 배열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화학에서 배웠을 원소의 주기율표는 원자의 대칭성에 따라 배열한 것인데 이 표는 기본입자인 바리온을 대칭성에 따라 배열한 것입니다. 야릇함이 같은 입자끼리 수평으로 배열되었고, 대각선 방향으로는 전기량이 같은 것끼리 배열되었습니다. 모두 8 가지의 스핀 1/2 바리온으로 이루어져서 바리온 팔중항(baryon octet)이라고 부르지요. 스핀 3/2인 바리온이나 스핀 0인 중간자, 스핀 1인 중간자도 비슷하게 전기량과 야릇함에 따라 배열할 수 있습니다.
여러 원소들을 대칭성에 의해 배열하면 성질이 주기적으로 반복하게 됩니다. 이러한 주기율표에서 빈 자리가 있다면 그 자리에 어떤 원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예측하면 나중에 발견한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여기에서도 스핀 3/2 바리온을 배열했을 때 빈자리로부터 를 예측하여 찾아낸 것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겔만(Murray Gell-Mann)이라는 사람이 이러한 배열을 제안하였고 팔정도(Eight-fold Way)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원래 불교 용어인 팔정도(八正道)에서 따다가 영어로 이름을 갖다 붙인 거지요.
그런데 이러한 분류 자체는 이론과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특정지식들을 분류해서 정리한 것일 뿐 왜 그런지 설명은 하지 못합니다. 왜 그런 대칭성이 있는지, 왜 저렇게 분류하면 잘 맞고 대칭성을 만족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어서 아직은 보편지식 체계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이론과학의 관점에서, 보편지식으로 정립되려면 저런 분류가 왜 가능한지, 왜 대칭성을 잘 만족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바리온이나 중간자가 대칭성을 만족하는 이유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고, 더 기본적인 것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기본입자라고 생각한 알갱이가 몇 가지라면 그럴 듯하지만 수백 가지라면 '기본'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지요. 앞서 지적했듯이 물질의 종류는 엄청나게 많지만 100가지 미만의 원자들로 다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원자의 종류는 모두 92가지입니다. 마지막 92번째가 우라늄이지요. 결국 원자의 종류가 100가지도 안 되는데 기본입자가 수백 가지가 된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단 말이죠.
아마도 더 기본적인 요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했던 원자가 원자핵과 전자로 나누어지고, 원자핵도 양성자와 중성자들로 이뤄져 있다고 생각하듯이 양성자, 중성자도 가장 기본적인 것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이런 것들이 더 기본적인 요소들로 이뤄져 있다고 생각하면 대칭성을 아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한 기본요소를 쿼크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쿼크 이론
쿼크 이론은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에 가설을 세웁니다. 예를 들어서 세 종류의 쿼크가 있다고 가정하고 논리를 전개해서 이론을 만들고 실험적 검증과정을 거칩니다. 뭔가 안 맞으면 가설을 버리고 새로운 가설을 세워서 다시 시작하는 것을 반복하였습니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지요.
현대 받아들이는 이론에서는 여섯 가지의 쿼크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 종류를 맛깔(flavor)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맛깔이 6 가지이지요. 이를 u, d, c, s, t, b 로 표시합니다. 각각 위(up), 아래(down), 매혹(charm), 야릇한(strange) 쿼크입니다. 맨 뒤의 t 와 b 는 처음에는 진리(truth)와 아름다움(beauty)이라고 불렀는데 요새는 주로 꼭대기(top)와 바닥(bottom) 쿼크라고 부르지요.
여섯 가지의 맛깔을 다음과 같이 나타냅니다.
위쪽에 있는 건 전기량이 2/3이고 아래쪽 것은 -1/3을 갖고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물론 기본전기량을 1이라 생각했을 때 얘기지요. 앞서 기본전기량보다 작은 전기량은 본 적이 없고, 모든 전기량은 기본전기량의 정수배로 주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쿼크가 지닌 전기량은 이것의 정수배가 아니라 이른바 분수전하(fractional charge)입니다.
쿼크의 반대입자로서 반대쿼크(anti-quark)도 있습니다. 당연히 쿼크처럼 여섯 가지 맛깔이 있어서
이에 따라 바리온과 중간자는 모두 쿼크로 이뤄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가장 간단한 것으로 양성자는 두 개의 위(u)쿼크와 한 개의 아래(d)쿼크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지요. 기호로
중성자는 어떨까요?
한편 중간자는 이렇습니다.
바리온은 언제나 세 가지 쿼크로 이뤄져 있는데 각각의 빛깔이 R, B, G입니다. 그럼 전체 빛깔은 어떻게 되겠어요? 희게 됩니다. 희다는 건 빛깔이 없다(colorless)는 뜻이지요. 중간자는 두 개의 쿼크로 이뤄져 있는데 하나는 입자, 하나는 반대입자입니다. 따라서 빛깔이 하나가 R이면 다른 하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냐면 양성자, 중성자, 반양성자, 중간자 같은 것들은 실험적으로 관측하지만, 쿼크 하나는 아직 본 사람이 없습니다. 말하자면 분수 전하가 있는 걸 본 사람은 없어요. 그 이유를 우리는 하양, 곧 빛깔이 없는 경우에만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자는 겁니다. 쿼크 하나는 빨강, 파랑, 초록 빛깔을 지니고 있으므로 우리가 볼 수 없습니다. 쿼크가 두 개나 세 개가 결합해서 빛깔이 없도록 만들어야 비로소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쿼크끼리 강한 상호작용, 바로 핵력에 의해 엄청나게 강하게 묶여있기 때문이지요. 이는 널리 알려진 현상인데, 전문적인 용어로 빛깔 가둠(color confinement)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쿼크들끼리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이론을 양자빛깔역학(quantum chromodynamics)이라 하는데 흔히 줄여서 QCD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으로 쿼크와 그 자신의 반대쿼크로 이루어진 (따라서 빛깔 뿐 아니라 맛깔도 없는) 중간자를 쿼코늄(quarkonium)이라 부릅니다. 이중에 널리 알려진 녀석이 차모늄(charmonium), 곧
이제 기본입자에 대해 모두 알게 됐습니다.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배운 거지요. 앞으로는 무거운 입자, 곧 바리온이나 중간자 같은 말은 버려야 합니다. 그것들은 기본이 아니고, 쿼크로 구성돼 있으니까요. 따라서 기본입자는 세 가족으로 나누는데, 쿼크 가족(quark family), 렙톤 가족(lepton family), 그리고 게이지입자(gauge particle)입니다. 모든 알갱이들은 결국 이러한 세 가지로 이뤄져 있지요.
쿼크 가족은 알다시피 위, 아래, 매혹, 야릇함, 꼭대기, 바닥의 여섯 가지가 있습니다. 렙톤 가족은 전자와 전자중성미자, 뮤온과 뮤온중성미자, 그리고 타우와 타우중성미자가 있습니다. 역시 여섯 가지네요. 뮤온은 전자와 성질이 아주 비슷한데 질량만 전자의 200배 정도로 훨씬 무겁습니다. 타우도 마찬가지인데 질량은 뮤온보다도 훨씬 커서 전자의 수천 배이지요.
쿼크 가족
렙톤 가족
이렇게 해서 보다시피 짝이 맞습니다. 쿼크와 렙톤의 두 가족이 있는데 세로 열이 세대(generation)를 나타냅니다. 1대, 2대, 3대의 세 세대가 있네요. 그러니까 부모 세대, 딸과 아들 세대, 그리고 손녀, 손자 세대가 있습니다.
게이지입자는 기본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전해주는 알갱이들입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빛알이 있지요. W+와 W-, 그리고 Z0라는 것이 있고, 붙임알(gluon)이라는 알갱이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력알(graviton)이 있지요. 이들이 전해주는 기본상호작용(fundamental interaction), 곧 기본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매주 화, 목, 금 연재)
* 이 연재기사는 지난 2008년 12월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라는 제목의 책으로(책갈피 출판사) 출판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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