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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일 없습네다. 근데 오바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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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일 없습네다. 근데 오바마는…"

외신이 본 평양, 평양사람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을 동행 취재한 해외 언론의 눈에 비친 북한의 모습이 흥미롭다.

130명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외신 기자들을 받아들인 북한은 한국 기자들한테 그러는 것처럼 자신들의 제한된 모습만 보여줬다. 그러나 외신들은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알려지지 않은 그들의 모습을 포착했고 평양에서 나온 뒤 일제히 북한방문기를 썼다.

"미국 정부 싫지만 인민은 같은 인민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한창 불붙고 있는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전한 <AP> 통신의 기사다.

<AP> 통신은 28일 평양발 기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 중 하나인 북한에도 치열하게 전개되는 미국 대선의 열기가 침투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주민들은 20여개 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치러진 '슈퍼 화요일'과 '프라이머리(예비선거)' 등 미국 대선후보 지명전의 시스템은 물론,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존 매케인 등 주요 후보들까지 알고 있을 정도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다. 통역을 맡았던 북한 주민 오남혁 씨는 "오바마건 힐러리건 일 없다. 그건 당신들의 일이다"라며 "미국 대통령이 없어도 우리는 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 씨는 북한 사람들에게도 미국 대통령을 선택할 권리가 주어진다면 "조선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중단할 사람"을 찍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대개 미국 정부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민은 인민이고 그들도 인간이다"라며 "많은 미국 인민들은 북한과의 좋은 관계를 바라고 있다"라고 '논평'했다.
▲ 동평양극장에서 뉴욕필 소개 책자를 읽고 있는 북한 주민들 ⓒ로이터=뉴시스

뉴욕필 단원들은 한 평양 주재 서방 외교관으로부터 정치문제를 언급하지 말라는 사전 브리핑을 받았다. 그러나 오보에 연주자인 쉐리 사일러는 그런 당부를 깨고 통역원에게 정치 얘기를 꺼냈더니 그는 민주당, 공화당, 부시 대통령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며 "최신 정보를 훤히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쉐리의 통역원이었던 변혜은 씨는 미국 대선 후보중의 한 사람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사실을 안다며 "솔직히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지 관심 없지만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돼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의 한 관리인 김모 씨는 '슈퍼 화요일'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오바마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에 비유되고 있다는 사실 등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

김 씨는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미국 대선이 미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나름의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AP> 통신은 2006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자 공화당이 "참패했다"고 전한 북한 언론들이 아직까지는 미국 대선에 대해 별다른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또 북한 언론들이 과거 부시 대통령에 대해 "정치적 저능아"라고 비난했지만 그런 표현이 최근 자취를 감췄고 대신 "미국의 보수적 강경파들"이란 말로 비난 대상을 바꿨다고 소개했다.
▲ 동평양극장에서 만난 북한 사람들 ⓒ로이터=뉴시스

만수대 기념사진을 삭제하라고 한 까닭은?

한편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해외 언론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양 시내 관광에 대해 '감시관광(monitored tour)'이었다고 지칭했다.

<뉴욕타임스>는 외신들이 평양 인민대학습당과 지하철, 만수대 등을 둘러 보았다며 자신들을 밀착 감시했던 현지 안내원들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모습에서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노동자 교육과 대학생용 도서관인 인민대학습당 방문 당시 컴퓨터실에는 말쑥하게 차려입은 채 수십대의 컴퓨터 앞에 앉은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기다리는 사람이나 오가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신문은 또 언론인들이 예정에 없던 방들로 들어섰을 때 최소 한 곳은 난방이 되지 않았고 곧 안내원들로부터 쫓겨나왔다며 많은 공공건물들 내부는 추웠다고 전했다.

지하철에서 만난 전자공학도 리명섭 씨는 개인 생활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을 받자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통역이 끼어들어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가 우리 삶을 돌보고 있다"고 덧붙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갑자기 한 안내원이 만수대 김일성 동상 밑에서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 하나를 삭제하라고 요구했다며, 김일성의 팔이 잘려나갔고 그것은 북한에서 금기사항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뉴욕필의 공연은 북한 사람들의 '정서(hearts)'는 얻었지만 '정신(minds)'까지는 얻지 못했다며 공연에 대한 박수갈채가 북한이 태도를 바꾸려는 신호로는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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