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총선에서 승리한 야당들에 의해 강제로 탄핵당하는 상황을 맞기보다 스스로 사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선데이 텔레그래프>가 24일 보도했다.
그의 한 측근에 따르면, 무샤라프는 지난 18일 총선에서 승리한 야당들이 연립정부의 수립에 합의하고 초우더리 전 대법원장 등 60명의 대법관들을 복권시키겠다고 선언한 후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무샤라프의 또 다른 측근은 "무샤라프가 이미 퇴진 전략 검토에 착수했다"라며 "그가 명예로운 퇴진을 원하는 점에서 앞으로 수개월이 아니라 며칠 내로 결정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고위 보좌관들에 따르면 무샤라프 대통령은 의회에서 3분의 2 가까운 의석을 차지해 탄핵을 통해 자신을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의회와 대립을 피하려 하고 있다.
무샤라프 대통령에 가까운 한 관리는 "그가 많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국가 건설을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으며 단지 대통령직을 위해 국가를 망치는 일은 원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무샤라프는 총선 패배 후 1당이 된 파키스탄인민당(PPP)과 권력분점을 시도했다는 게 이 신문의 전언이다. 미국은 지난해 무샤라프를 설득해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PPP 의장)와 권력을 나눠 갖도록 중재했었다.
그러나 부토의 사망으로 밀약은 깨졌고, PPP 의장이 된 부토의 남편 아시프 자르다리는 선거 후 다시 권력분점 협약을 맺자는 무샤라프 측의 제안과 미국의 압력을 모두 거부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美 '사임 종용' 분위기
한편 미국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조지프 바이든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 등 미 상원의 국제통들도 무샤라프의 '명예로운 퇴진'을 종용하고 나선 것이다.
총선 후 무샤라프를 만난 바이든 위원장(민주당)은 24일 미 <ABC> 방송의 '디스 위크'에 출연해 "내가 그의 정치자문역이라면 그렇게(사임하라고) 조언할 것"이라며 "파키스탄인들이 과거의 원한에 집착하지 않고 그에게 기회를 준다면 실현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총선 직후 민주당 존 케리 상원의원, 공화당 척 헤이글 상원의원 등과 함께 파키스탄을 방문해 무샤라프 대통령을 비롯한 정가 주요 인물과 만났던 바이든 위원장은 지난 19일에도 8년간의 군정에 이은 파키스탄의 민정 이양은 미국이 무샤라프 개인이 아닌 우방 파키스탄과 관계를 맺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헤이글 의원도 <CNN> '레이트 에디션'에 출연해 "이번 선거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그들이 이뤄낸 최선의 선거였다"며 "무샤라프 스스로 명예로운 퇴진을 원하고 있으며 나는 그렇게 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22일 무샤라프를 만난 공화당의 케이 베일리 헛치슨 상원의원 역시 '디스 위크'에서 "의회와 다수파가 뜻을 모아 명예로운 (무샤라프의) 퇴진 등 절차가 이뤄지게 한다면 이는 이들 스스로 파키스탄인들을 위한 최선의 이익을 결정해 실현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후 무샤라프 대통령과 통화했던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주 총선에 승리한 파키스탄 야당들에 대해 "이들이 미국의 친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무샤라프 대신 의회와 협력하길 원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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