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언론은 일제히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과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의 사퇴를 나란히 보도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능력을 가늠할 잣대가 될 '인사 정책' 실패에 대한 지적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이 그의 '실패'를 덮는 모양새가 된 것.
<동아일보>, '인사실패' 지적은 없다
<동아일보>는 이춘호 내정자가 "이명박 정부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해명한 것을 부각시켜, 그의 사퇴를 '대승적 결단'인 것처럼 포장했다. 이 신문은 '총선을 앞둔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이 내정자가 이런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신문은 지난 22일 국무위원 후보자의 재산 내역이 공개됐을 때도 축소 보도로 일관했다. 이 신문은 관련 기사에서도 "'불법은 없지만…' 여론 조기진화"라는 해석 기사를 내 이명박 대통령 측이 이 내정자의 사퇴를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을 보도했다. 물론 여론의 역풍을 미리 고려하지 못한 인사 실패나 국무위원의 자질을 '위법, 불법' 여부로만 판단하는 이명박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는 침묵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이번 논란을 놓고 "선장도 결점이 많은 사람이기는 하다. 하지만 승객이 그를 뽑았다고 해서 그의 항해사·기관사를 무조건 인정해주는 것은 아니다. 승객은 냉정하고 꼼꼼한 눈으로 지켜볼 것"이라는 지적 정도로 갈음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이명박 정부 길들이기'에 나서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이 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충고를 중심으로 하는 '이명박 시대'라는 사설 밑에 이춘호 장관 내정자의 재산 의혹을 비판하는 '자연 사랑해 절대 농지 사고 암 아니라고 오피스텔 선물 받고'라는 사설을 배치했다.
이 신문은 "재산 자체가 아니라 재산 축적 과정의 불법·탈법 여부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말은 옳다"며 "보통 사람에게 부부가 유방암 무사 판정을 기념해 오피스텔을 선물로 주고받고 '자연과 땅을 사랑해서' 수억대 논을 사들였다는 얘기가 어떻게 들리겠는가"라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렇게 유별난 선물을 주고받고, 이렇게 지극한 자연 사랑을 실천한 사람들을 고른 이 정부의 '상식'이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경향신문>, "이명박, 1% 프렌들리 할 것인가"
이날 신문 가운데 이명박 정부를 정면 비판한 것은 단연 <경향신문>이다.
이 신문은 "이명박 정부, '1% 프렌들리'에서 벗어나라"는 제목으로 "우리는 이 대통령의 행보에서 우리 사회의 극소수 상위계층에만 친화성을 보이는 '1% 프렌들리'의 면모를 감지한다"면서 "이 대통령이 끼운 첫 단추는 분명히 잘못됐다. 그가 앞으로 끼울 두번째, 세번째 단추를 주목하려 한다"고 했다.
이 신문은 또 잇따라 "이춘호 여성부장관 후보자의 사퇴가 뜻하는 것"이라는 사설을 내 "이명박 정부는 이 후보자의 사퇴가 갖는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공직 후보자 특히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정무직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준은 이춘호 장관 후보자와 같은 사례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을 만큼 높아져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조각 인선을 하면서 모든 사정기관을 동원해 철저히 검증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검증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꼬집으면서 여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의혹이 추가로 드러나 또다시 국민들의 지탄을 받기 전에 현명한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겨레>는 향후 이명박 정부와의 '건전한 긴장관계'를 형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글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박찬수 정치부문 편집장은 '편집국에서'란에 "'입에 쓴 약'을 권하며"라는 제목으로 이명박 정부의 내각 구성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박 편집장은 이춘호 내정자의 사퇴와 관련 "혹시라도 <한겨레>가 과다한 재산 자체를 문제 삼고 너무 비판을 위한 비판에 치우친 점이 있었다면, 이에 대한 지적은 달게 받아들이겠다"며 "(그러나) 저희가 걱정하는 더 큰 문제는 새 정부의 내각이 '강남 부자 각료들'로만 채워질 때 과연 서민과 중산층의 아픔과 기대를 제대로 헤아리겠느냐는 우려다"라고 했다.
그는 "일의 효율성과 결과를 중시하는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며 그러나 효율 못지 않게 타협과 통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 정부가 놓치고 있는게 아닌가 한다"며 앞으로 <한겨레>가 이를 지적하는 '입에 쓴 약'이 되겠다고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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