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핀 매화'라는 제목의 시를 지어
당대의 유명한 시인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그런데 시의 내용 중에
'앞마을에 눈 깊이 쌓이더니(前村深雪裏)
어젯밤 매화 몇 가지 피었네.(昨夜數枝開)'라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시인이 시를 읽은 후에
스님에게 말했습니다.
"참 좋은 시입니다.
그런데 매화 몇 가지(數枝)라는 표현은
'일찍 핀 매화'라는 제목과 어울리지 않으니
매화 한 가지(一枝)로 바꾸면 좋겠습니다."
스님이 시인의 말대로 바꾸어 다시 읽어보니
'앞마을에 눈 깊이 쌓이더니(前村深雪裏)
어젯밤 매화 한 가지 피었네.(昨夜一枝開)'가 되어
이르게 핀 매화의 느낌이 훨씬 살아났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그 자리에서
시인에게 큰 절을 올리고 스승으로 모시며
감사했다고 합니다.
당(唐)나라 때의 시인이었던 정곡(鄭谷)과
그에게 시를 가져왔던
제기(齊己)라는 스님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사람들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정곡을 가리켜
'한 글자를 가르쳐 준 스승'이라는 뜻의
'일자지사(一字之師)'라고 불렀다고 하는데요.
한 글자라도 바르게 쓰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던 사람들이었기에
한 글자를 가르쳐 준 사람이라도
스승으로 여길 수 있었겠지요.
그렇게 보면
우리 동네에는
스승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한 글자라도 바르게 배워 쓰기를 바라는 사람이
드문 것이 아닐까 의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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