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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을 뿌리다

막시무스 - 동양의 지혜를 묻다 <79>

황제의 자리를 이어받을
태자를 가르치는 스승의 자리에 오른
삼촌과 조카가 있었습니다.
태자가 훗날 황제가 된다면
엄청난 권력과 부를 누릴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삼촌은 조카에게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욕된 일을 당하지 않고
그칠 줄 아는 사람은 위험에 빠지지 않는다면서
그만 벼슬을 내놓고 함께 고향으로 내려가
노후를 보내자고 말했습니다.
조카도 그 말에 동의해서
두 사람은 관직에서 물러났습니다.
황제는 두 사람에게 위로금으로
많은 황금을 내려 주었습니다.
그런데 황금을 갖고 고향으로 내려온 두 사람은
황금을 모두 팔아 옛 친구들과 고향 사람들을 초대해
매일 잔치를 베풀고 함께 즐기는 데 썼습니다.
어떤 사람이 그 돈으로 왜 논밭을 사지 않느냐고 묻자
삼촌이 말했습니다.
"우리 집안에는 이미 땅이 조금 있기 때문에
자손들이 열심히 가꾸면 보통의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재물을 더하면
자손들에게 게으름만 가르치게 될 것입니다.
또한 현명한 사람이 재물을 많이 가지면
그 뜻이 손상되고
어리석은 사람이 재물을 많이 가지면
잘못이 더 많아지는 법입니다.
그리고 부자는 사람들의 원망을 받기 쉬우니
나는 자손들이 잘못을 저지르거나
원망을 듣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한(漢)나라 선제(宣帝) 때
태자를 가르치던
소광(疏光)과 소수(疏受)의 이야기입니다.
소광이 삼촌이었고 소수가 조카였는데요.
이 두 사람이 황제로부터 받은 황금을
집안의 부를 키우는 데 사용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즐기며 쓴 고사에서
'두 소씨(疏氏)가 금을 뿌리다'는 뜻의
'이소산금(二疏散金)'이란 말이 나왔습니다.
권력과 부에 대한 두 사람의 태도만 보아도
그들이 황태자를 가르칠 자격이
충분히 있었음을 알 수 있지요.
두 소씨가 지금 다시 태어나
가진 돈으로 더 많은 돈을 만들고
그걸 지키고 늘리기 위해 권력까지 가지려는
우리 동네 부자들을 본다면
뭐라고 할지 그저 궁금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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