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남편으로 파키스탄인민당(PPP)을 이끌고 있는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와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의 대표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21일 총선 후 처음으로 회동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샤리프 전 총리는 공동기자회견에서 "중앙은 물론 지방에서도 공동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키로 합의했다"며, 지난해 11월 페르베즈 무샤라프에 의해 이프티카르 초우더리 전 대법원장을 즉각 복권시켜야 한다는 데 양당이 합의했다고 말했다.
자르다리 의장은 "양당이 조율해야 할 사안이 많지만 원칙적으로는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치러진 선거에서 PPP는 연방하원에서 87석, PML-N은 66석을 얻었다. 하원의 총 의석수는 268석이며 두 당의 의석을 합하면 153석으로 과반보다 19석이 많게 된다. 두 당은 나머지 군소정당을 연정에 끌어들여 대통령 탄핵이 가능한 3분의 2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경한 샤리프, 눈치보는 자르다리
하지만 몇 가지 쟁점에서 양당의 입장차가 있어 연정이 구성되더라도 그 결속력은 그리 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무샤라프 대통령의 거취에 대한 온도차가 있다. 샤리프는 "독재를 영원히 추방해야 한다"며 대통령 탄핵을 적극 추진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1999년 무샤라프가 일으킨 쿠데타에 의해 총리직에서 쫓겨나 작년까지 망명생활을 했었다.
그러나 자르다리는 탄핵을 추진할 경우 미국과의 갈등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소극적인 입장이다. 무샤라프는 총선 후 나오고 있는 사임 요구를 거절했고, 19일에는 자신의 후원자라고 할 수 있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다.
샤리프가 "양당이 합의했다"고 밝힌 초우더리의 대법원장의 복귀에 대해서도 샤리프는 적극적인 반면 자르다리는 미온적이다.
연정의 총리를 누가 할 것인지도 쟁점이다. 원내 1당의 의장인 자르다리는 과거 부패 스캔들로 수년간 복역한 경력이 있어 총리감으로는 부적절하다. 그러나 자르다리는 자기는 아니더라도 의석수가 많은 PPP에서 총리를 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샤리프와 자르다리의 부인인 부토가 1990년대 각각 두 번씩 총리를 주고받을 정도로 정치적 '숙적'이었다는 점도 두 사람의 협력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BBC>는 자르다리를 '정치권의 불화를 너무나 잘 만드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양당이 연정을 구성하더라도 견해차가 클 경우 무샤라프의 정치적 생존 가능성은 높아진다. 무샤라프는 22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문을 보내 이번 선거는 "60년 역사의 이정표"라며 미국의 꾸준한 지원을 요청, '구원의 손길'을 바란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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