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20일 정부조직개편안과 함께 방송통신위원회 설립도 합의했지만 이를 '정치적 야합'이라고 맹비난하는 언론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기존의 방송위원회보다 규모나 권한이 확대됐지만 정작 중요한 '독립성'은 더욱 약화됐다는 비판이다.
양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방통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하고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2명을 대통령이 지명하되 야당 추천 몫 위원 2명을 보장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21일 언론·시민단체는 일제히 이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은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미디어 구조 변동을 기회삼아 방송을 대통령 휘하로 예속시키려는 속셈을 그대로 담고 있다"며 "모양새는 '합의제' 형태라는 간판을 달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행정부의 일개 부처와 다를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에 올라온 2개의 '방송통신위원회 설립법안'은 너무나 방송의 공익성이나 독립성과는 거리가 멀다"며 "합의제 위원회의 소관업무 중 상당부분을 국무총리의 행정감독권 아래 두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방송인총연합회(대표 양승동)도 21일 '언론의 자유와 독립은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성명에서 "정치적 흥정과 야합이 낳은 방송통신위원회는 결국 우리나라의 언론 역사를 또다시 몇 십 년 더 후퇴시키는 참담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구성안은 정부조직법 제11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행정감독권이 방송통신위원회에도 적용되는 위헌적 제도"라고 지적하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제도적으로, 그리고 구조적으로 대통령의 행정 감독권 하에 놓이게 됐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도 21일 성명에서 "대통령이 좌지우지하는 방송을 상상이나 했는가"라며 "민주주의의 공론장으로서 방송은 사라지고, 정권의 나팔수를 자처하는 방송만이 존재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KBS 사장을 추천할 수 있는 KBS 이사진을 구성할 권한을 갖는 방통위원회 설립으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KBS 직능 단체들도 21일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KBS PD협회, 기자협회 등은 성명에서 "오직 맹목적인 시장논리로만 방송을 규정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방송정책은 수정되어야 한다"며 "방송통신위원회는 반드시 대통령과 권력의 속박에서 벗어난 '독립적 기구'로 전환되어야 한다. 또한 방통위원 5명은 전원 국회에서 선출되어야 하며 위원장은 호선되어야 한다"며 전면 재논의를 주장했다.
한편 방통특위 법안소위는 22일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청래 의원 등 통합민주당 소속 방통특위 위원들은 추가 수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어 언론시민단체의 비판을 반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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