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문은 18일 '유럽운하 2000km 현장을 가다'라는 기획으로 "독일 운하 물동량 모자라 고전", "독일 RMD 운하 3조원 들였지만 물동량 전망치 35% 불과"라는 이어진 기사를 내 이명박 당선자가 경부운하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독일 RMD 운하를 찾아가 경제성 등을 중심으로 비판적으로 따져봤다.
이 신문은 "RMD 운하는 경제적 성공 여부에서 아직 큰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32년 간 공사(실질공사 기간은 20년)에 들어간 비용은 47억마르크(약 3조 원). 현재 화폐가치로 따지면 훨씬 많아진다. 비용중 66%에 해당하는 31억 마르크는 연방정부와 바이에른 주정부가 RMD주식회사에 2050년까지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형식이었다. 사실상 막대한 재정이 들어간 셈"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완공된 직후 예측한 2002년 물동량은 연간 1800만t 정도지만 2006년 독일 교통건설부 통계를 보면 624만t에 그친다. 예상치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했다"면서 "2006년에는 물이 얼어서 30일간, 홍수로 인해 7일간 운하가 제 기능을 할 수 없었다. 연간 유지·관리 비용도 약 17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내륙 주운은 1950년대 전체 운송물량 가운데 3분의 1 가량을 담당했으나 200년에는 그 비율이 14% 정도에 그쳤고, 운하 종사자도 1964년 3만명에서 2006년 796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면서 "내륙운하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상 조건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 시설 노후와 토사 퇴적에 따른 비용 증가도 결점으로 지적된다"고 했다.
이러한 지적은 여름과 겨울의 강수량에 큰 차이가 나고 최근 기상 변화로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리는 한국에서 과연 경부운하가 타당성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또 독일에서도 점차 실효성을 잃어가고 있는 운하를 굳이 한국이 도입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때문에 이 신문은 일단 운하 건설의 타당성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신문은 네덜란드 운하 컨설팅 업체인 DHV의 빔 클롬프 이사의 말을 따 "운하 건설에 따른 경제적 측면을 보려면 화물운송 수요, 건설·유지비용, 운하 건설지역 경제발전, 골재 채취, 도로 혼잡비용, 대기오염 감소, 관광산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 논리 따라'…독일과 한국 닮은 꼴
이명박 당선자가 경부운하를 추진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여론의 비판에 따라 자주 바뀌어 왔으나, 크게 세가지다. 처음 공약으로 제기할 당시에는 운하를 통한 물동량 확대를 통한 경제성을 들었고 이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관광자원으로 활용, 수량 증가를 통한 환경 개선 등의 논리로 확대시켰다.
이 당선자가 비판을 회피한다고 해도 여러 병폐를 무릅쓰고 운하를 준설한다면 그 주목적은 '내륙 운수사업의 경제성'에 맞춰지는 것은 당연하다. <매일경제>의 이날 기획은 이러한 경제성 주장에 정면으로 비판한 것.
또 이 신문은 독일운하 강행으로 일어난 정치적 논란을 전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RMD 운하는 정치적으로 치열한 논쟁 대상이었다. 1980년부터 82년까지 독일 연방교통부 장관이었던 사민당 소속 폴커 하우프는 RMD 운하를 '인류가 바벨탑을 쌓은 이래 가장 바보 같은 짓'이라고 평가했다"며 "당시 사민·자유민주당 연합정부는 녹색당 등장과 함께 환경친화적인 정책을 폈다"고 했다.
이어 이 신문은 "반면 82년에 총리가 된 기독교민주당연합 헬무트 콜은 RMD 운하에 긍정적이었고 정권을 잡은 후 공사를 재개했다"며 "경부운하와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정치적 견해에 따라 RMD 운하에 대한 타당성 평가가 매우 달랐던 셈"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이 앞서 지적한 독일 운하의 경제성 없음, 비효율 등은 이 사업이 경제성 여부와 별개로 정치 논리에 따라 강행됐기 때문임을 지적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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