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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딜레마, '이명박 잘 써주고 싶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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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딜레마, '이명박 잘 써주고 싶어도…'

강천석 주필 "이명박 곁에는 '입지기'가 없다"

<조선일보> 강천석 주필은 15일 "숭례문 앞에는 '문지기'가 없더니, 당선자 곁에는 '입지기'가 없다"며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발언과 청와대 수석 비서 및 내각 인사를 비판했다.

강천석 주필은 '이명박의 인사·이명박의 말'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요즘 들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화제에 오르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이야기의 주조는 걱정하는 소리다"라며 "기대가 컸을 법한 사람일수록 더 크게 흔들리는 모양"이라고 악화된 여론을 전했다.

강 주필은 "말과 인사가 문제"라고 진단하면서 "불탄 숭례문을 국민 성금을 모아 다시 짓자는 발언만 해도 그렇다"고 짚었다.

그는 "(숭례문 화재로) 국민 모두가 부끄럽고 막막한 심정에 휩싸여 몸을 뒤척였다"며 "여기에 느닷없이 날아든 국민 성금 이야기가 심난한 심사를 한 번 더 뒤집어 놓고 말았다. 숭례문 앞에는 '문지기'가 없더니, 당선자 곁에는 '입지기'가 없구나 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고 질타했다.

강 주필은 이명박 당선자의 인사 내용에 대해서도 "뭔가 모르게 위태위태하기만 하다"며 "요 며칠 전 발표된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사가 그랬고, 각료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면면 역시 이게 아닌데 하는 느낌을 떨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 수석 비서관 인사 발표가 있자 여기저기의 첫 반응이 '청와(靑瓦)대학'이 설립됐느냐는 것이었다. 그만큼 대학교수 출신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나랏일은 선생님 일하고는 경기 종목도 다르고 무엇보다 운동장 규모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당선자의 인사가 있고 나면 으레 학연·지연·종교연을 들먹이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것도 심상한 일은 아니다"라며 "학교·지역·종교 간 안배가 최선은 아니지만, 정권이 달리면서 부딪치게 될 역풍을 최소화하려면 안배의 지혜를 무시할 수 없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쯤이면 넋이 나갔던 신당이 왜 요즘 갑자기 기가 되살아나서 이번 총선에서 이명박 정권과 각을 세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되찾게 됐는지 이해가 될 것"이라고 비꼬면서 "그래도 모르겠다면 겪어보는 수밖에 없다"는 냉소로 글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날 <조선일보> 1면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각료 인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로 일관했다. 이 신문은 1면 머릿기사 제목을 "'경제내각' 이명박 정부 첫 내각/ 경제 살리기에 집중"이라며 크게 우호적인 평가를 했다. 이번 내각 인선을 두고 불거지고 있는 '영남 편중' 논란 등은 뒤로 빠졌고 강 주필이 지적한 '면면'에 대한 지적도 없었다.

<조선일보> 딜레마?

한편 <조선일보>의 주필이 이명박 당선자에 대해 '과거 노무현 대통령에게 했을 법한' 비판을 쏟아내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최근 이 신문 지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조선일보>의 딜레마가 그대로 드러난다.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루기는 했는데 '잘한다'라고 편을 들어주자니 이명박 정부가 인수위시절부터 헛발질이 많기 때문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문갑식 논설위원은 14일 '영어, 문제는 사교육비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내 "영어 잘하는 가수 박진영을 예로 들며 '옳다'고 하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모두가 박진영일 필요 없다. 나훈아, 태진아 같은 토속 가수도 필요하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면서 "영어 제국주의에 대한 찬반 논쟁을 연상케 하는 이런 논의는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논설위원은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오렌지'의 발음이 '오륀지'라며 시범을 보이지 않아도 이미 국민 사이에서는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묵계가 오래전에 맺어졌다"며 "문제는 새 정부의 영어 정책이 가져올 폭발적 사교육비 증가"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문 논설위원이 인용한 '영어 잘하는 가수 박진영' 주장을 편 사람이 역시 <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이라는 점이다.

김대중 고문은 지난 11일 '신해철인가 박진영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언어문화의 전문가도 아닌 가수 신해철 씨는 대통령직 인수위가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를 발표하자 비아냥조로 미국의 '51개주' 운운하며 정책을 비판했다"며 신 씨의 주장에 대해 "너무나도 시대착오적이고 언어의 국수주의는 지극히 해악적"이라고 비난했다.

김 고문은 칼럼 마지막 부분에 "가수 박진영 씨를 보라. 그가 언어에 발을 묶여 한국을 벗어나지 못했다면 그의 재능과 끼는 지금 어디쯤 묻혀있을까"라며 "'박진영'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신해철'로 갈 것인가"라고 말해 박 씨에 비교해 신 씨를 비하하는 듯한 뉘앙스로 비꼬기도 했다.

14일 문 논설위원의 칼럼은 이러한 김대중 고문의 주장에 대해 "방향을 잘 못 잡은 것"이라고 정면 반박한 셈.

현재 '영어 공교육 강화 정책'에 대한 <조선일보>의 논조는 초기 여론에 맞춰 '우려'를 전달했던 것과 달리 대체로 우호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기사에서도 '영어몰입교육의 성공 사례'를 집중적으로 전달하는가 하면 이 신문이 내놓는 교육 섹션 '맛있는 공부'에서도 "선진 사회로 가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영어 공교육 정책이나 내각 인선 보도가 보여주듯 최근 <조선일보>에서는 기사 및 사설의 논조와 각 논객들의 칼럼이 엇갈리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이에 대해 집권하자마자 안정적 국정 운영에 거듭 실패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조선일보>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이명박 정부 출범을 계기로 <조선일보>내에서도 세대 간 논쟁이 불붙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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