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비준동의안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상정되자 몇몇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미FTA 조기비준론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10여 일밖에 남지 않은 2월 임시국회 동안 남은 절차를 거쳐 조속히 비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한미FTA가 무산되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강변을 내놓기도 했다.
<조선>, "노무현, 이명박, 손학규 모여서 대국민 성명 내라"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한국의 4월 총선과 미국의 11월 대선이라는 두 나라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2월 국회는 한미FTA를 살릴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이제 10일 남짓 남은셈"이라며 "어렵게 이뤄낸 한미FTA가 국회 동의절차에 막혀 주저앉아 버리고 만다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 손학규 신당대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등 주요 정치 지도자들이 모두 한미FTA 찬성론자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이들이) 함께 모여 대국민 성명을 내고 의원들에 대한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한발 더 나아가 "미 의회가 FTA 비준동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도 이번에 매듭지어야 한다"며 "작년 5월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판정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을 근거가 없어졌다. 이 역시 대통령과 당선자, 정당 대표들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한미FTA 비준을 촉구하는 재계의 주장에 초점을 맞췄다. 이 신문은 "요즘 경제단체들과 경제 관련 부처들은 한미FTA의 조기 비준을 위해 피가 마르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 국회에 조기비준을 압박했다.
또 이 신문은 "한미FTA 반대 투쟁은 반미적 좌파단체의 전형적 반미운동에 불과하다"고 매도하는 자유기업원의 주장에 주목하며 "한미FTA 반대 범국본이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한다"는 등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한미FTA 무산되면 '국제 마이너리그' 못 벗어난다"는 사설을 내 "한미FTA가 무산되면 한미동맹의 복원 및 질적 강화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 무대에서 '한 단계 낮은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한미FTA에 반대하는 국내 정치세력들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떨어뜨려서 어떤 득을 보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11일 한미FTA 비준동의안이 민주노동당의 위원장실 점거로 상정 무산됐을 때 숭례문 화재와 엮어 사설까지 내는 등 상정을 촉구했던 <중앙일보>는 이날은 2면 하단 2단기사로 조그맣게 처리했다.
대신 이 신문은 '국회의원 수 증원 말라'는 사설에서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대체로 성실하지 못하다. 출석 인원이 적어 본회의나 상임위가 지장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 2일엔 통외통위가 한미FTA 비준안을 처음으로 논의하려 했으나 정원 26명중 6명 만이 출석해 회의가 무산되기도 했다"며 국회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한겨레>, "국운을 요행수에 맡기자는 거냐"
그러나 '한국 국회가 한미FTA를 조기 비준하면 미 행정부와 의회가 체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는 조기 비준론은 논리의 현실성도 의심스러운 데다가 그렇지 않아도 졸속적으로 체결된 한미FTA를 다시 졸속으로 비준하라는 언론의 주문은 억지스러운 면이 많다.
이날 <한겨레>는 사설에서 "조기 비준론은 지극히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이라며 "미국 의회가 대선 전에 비준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고 오히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뒤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조기 비준론은 국익을 요행수에 맡기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최소한의 국민적 토론과 검증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비준안을 통과시켜 미국에 갖다 바쳐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검증은 1년, 2년이 걸리더라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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