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대 이주향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순례단의 출정식에는 추운 날씨에도 김지하 시인, 문정현 신부, 이영자 환경정의 대표 등 200여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순례단은 종단별로 기도회를 갖고 이번 순례의 의미가 "개발과 성장주의의 문제를 성찰하고 생명과 평화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것임을 밝혔다.
"역천이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김지하 시인은 연대 발언에서 "어제 숭례문이 불타 없어졌다. 느낌이 불길하다"며 "이 불길한 조짐은 우리의 노력에 의해 자연을 존중할 때 비로소 우리가 숨 쉬고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고 당부했다.
"한반도의 금수강산은 생체실험용 쥐가 아닙니다."
이필완 목사는 출정기원문 낭독에서 "대운하가 몰고 올 국토 파괴가 두렵고, 끝없는 갈등과 투쟁과 국론 대분열의 소용돌이가 두렵다"며, "우여곡절 끝에 실행된다 하더라도 이는 한반도 대운하가 아니라 죽음의 장례행렬이 누대에 걸쳐 끊임없이 흐르는 한반도 대운구(大運柩)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애기봉 전망대 진입로까지 배웅을 받은 순례단은 해질 무렵 첫날 목적지인 후평 1리에 도착했다. 간소한 식단이지만 시장을 반찬삼아 한 그릇씩 뚝딱 해치운 종교인들. 천막 속에 둘러 앉아 분주했던 첫날을 마무리 하는 모습은 뚝 떨어진 밤 기온에도 생기와 신명이 있었다. 100일 동안의 대장정, 그 첫 걸음을 내딛은 이들의 마음은 차라리 가벼워 보였다.
기획 : 박사야
영상취재 : 최진훈
편집 : 최진훈
제작 : 인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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