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대형 금융기관들이 차례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씨티그룹, 메릴린치 등이 서브프라임 사태로 사상 최악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속속 드러난데 이어 이번에는 손실 규모 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모럴 해저드'까지 드러낸 'AIG쇼크'가 시장을 흔들고 있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12일 "세계 최대 보험사 AIG의 마틴 설리번 최고경영자(CEO)의 자리가 위태롭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손실 규모를 축소해 발표했던 것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AIG의 외부 회계감사기관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AIG의 손실 산정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AI의 모기지 관련 부실 규모는 최대 50억 달러에 달하는데도 이를 10억 달러 수준이라며 투자자들을 속이려 들었던 것이다. 전날 AIG가 공시를 통해 손실 규모 산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시인하자, AIG의 주가는 11% 이상 떨어져 20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금융권, 서브프라임 손실 은폐 시도"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즉각 AIG의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려 놓았다.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앞서 AIG는 지난 2005년 회계부정 스캔들로 당시 최고경영자이던 모리스 그린버그가 사퇴한 바 있기 때문에 이번 AIG 사태는 다른 금융기관의 투명성에도 심각한 의문을 드리우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손실 규모를 금융기관들이 은폐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재까지 집계된 서브프라임 총 손실은 1200억 달러이지만, 금융회사들이 적용하고 있는 회계 기준의 차이와 서브프라임 손실을 은폐하려는 금융권의 시도가 '서브프라임 몸통'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에서 페어 슈타인브뤼크 독일 재무장관이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해 상각해야 할 자산규모가 4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발언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손실 규모는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정하는 1500억 달러의 3배이며, 월가의 비관적인 투자은행들이 내놓은 2000억 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또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전세계 서브프라임 손실이 3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과도 차이가 크게 난다.
이에 따라 '은폐된 손실'이 미국의 금융기관들 이외에 또 어디에 숨어 있는지도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독일 재무장관의 발언을 지난 수년 간 서브프라임 파생상품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유럽의 중소형 은행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이 "유럽계 은행들이 미국 은행에 비해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을 상대적으로 덜 입었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발언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FT>는 또 일부 감독당국 인사들은 아시아, 특히 한국과 대만 지역도 눈여겨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지역의 금융업체들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파생 금융상품을 대대적으로 매입해 '은폐된 서브프라임 손실 보균자'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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