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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운동 선수는 내가 부리는 성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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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운동 선수는 내가 부리는 성노예"

KBS <쌈> 스포츠 성폭력 고발…시청자 '충격'

한국방송(KBS) 1TV 시사기획 <쌈>이 11일 오후 여성 스포츠계에 만연한 성폭력을 고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이날 일부 피해자와 가해자의 고백을 중심으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성폭력의 심각성을 고발하고, 이를 묵인하는 학교, 구단 관계자 등의 구조적 문제점도 고발했다.

지난해 우리은행 여자농구팀 박명수 감독이 여성 선수를 성추행한 사건이 밝혀지고 연달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관련 사건을 폭로했지만 스포츠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날 방송이 다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촉매가 될지 주목된다.

"선수는 자기가 부리는 종이다"

이날 방송된 프로그램은, 지난해 한 고등학교 여자 농구부에서 코치가 소속 선수의 대부분을 성폭력한 사실을 폭로했다. 이 고등학교의 한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코치가 당번제로 학생들에게 안마를 시키며 성적으로 유린 해왔다고 폭로했다.

사건이 밝혀진 이후 해당 농구부는 해체되고 농구부는 지금까지 방치된 상태다. 그러나 해당 코치는 지금도 농구협회에서 영구 제명된 것과 관계없이 한 학교에서 여성 농구부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코치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과 저의 스킨십으로 표현하면 될 것"이라고 말해 스포츠 지도자들의 도덕 불감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또 다른 지도자는 "선수는 자기가 부리는 종이다. 선수를 다루는 주 방법은 성 관계, 두번째는 폭력"이라며 "여자 선수단을 장악하고 자기를 따르게 하기 위해 이 방법이 지도자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다"고 증언해 충격을 더했다.

그는 "지도자들의 성폭력은 초등학교부터 성인 선수에게까지 행해지고 있으며 배구, 농구, 수영, 축구 등 대부분의 종목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실제로 성폭행을 가한 경험이 있는 전직 스포츠 지도자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성폭력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맞다.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방송에서 성폭력과 구타가 만연한 이유에 대해 지도자들이 갖고 있는 '절대 권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스포츠 시스템에서는 출전 시간, 대학 진학, 취업, 연봉 등 감독이 선수 생활의 거의 전부분을 통제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자연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하더라"

더 큰 문제는 스포츠계 성폭력이 조직적으로 철저히 은폐되고 있다는 것. 제작진은 그 동안 발생한 수많은 성폭력 사건들이 대부분 지도자와 학교 관계자, 구단 관계자 등에 의해 은폐돼 온 것을 폭로했다.

제작진은 성폭력이 발생한 한 학교를 찾아가 성폭력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명예 실추와 책임 교사들의 해임 등을 막기 위해 입단속을 해왔음을 고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지도자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배구국가대표출신 선수가 출연해 스포츠 성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생생하게 털어 놨다.

그는 "선수 시절 감독과 뒤를 이어 팀을 지도한 차기 감독에게까지 성폭행을 당했다. 다른 선수들도 나와 같은 일을 겪었지만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하더라"고 말했다.

성폭력 충격으로 선수 생활을 그만 둔 그는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정신적인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제작진은 지난 6개월 동안 사건을 조사, 인터뷰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성폭력 방지 10계명으로 사건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외국의 성공사례를 들어 여성 스포츠계의 문제를 구조적 차원에서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가해자를 고발, 처벌해야 한다"

이날 방송이 나간 이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성폭력이 만연한 여성 스포츠계의 현실에 분개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쇄도했다. 대부분 성폭력을 저지른 스포츠계 지도자를 공개하고 처벌하라는 반응이었다.

한 누리꾼(wiselect)은 "지금 알고 있는 성폭행 감독 지도자들을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여자 선수들을 살리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리꾼(hhongssung)도 "방송 한 번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가해자를 찾고 수사해 고소해야 한다"며 "검찰과 경찰을 압박해서라도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의 딸에게 축구를 시키고 있다는 한 누리꾼(edcngo)은 "방송을 보면서 운동을 시켜야하나, 우리 스포츠가 이렇게 썩어 문드러졌나 비통했다"며 "물론 가해자는 모두 밝혀져야 하고 상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하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성실한 감독이나 코치도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올렸다.
<프레시안>은 동아대 정희준 교수가 연재하는 '정희준의 어퍼컷' 등을 통해 여성 스포츠계의 성폭력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왔다. 다음은 그간 <프레시안>에서 낸 관련 기사들.

감독 성추행, '한 남자의 범죄'가 아닌 이유

스포츠계 성폭력,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박찬숙 "스포츠계 성차별로 감독면접 탈락"

"존경할만한 체육 지도자를 찾습니다"

성추행 그 이후…이쯤되면 '조직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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