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으로 20세기 중반에 들어와서 여러 가지 발전이 있었는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통계역학의 확립입니다. 통계역학의 핵심은 엔트로피 또는 정보로서, 통계역학은 결국 정보에 대한 이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얘기했지만 상대론과 우주론(cosmology)에 대해 뛰어난 업적을 지닌 물리학자 휠러(John A. Wheeler)의 언급은 흥미롭네요.
물리를 잘 모를 때는 "모든 것이 알갱이"라고 생각했는데, 물리를 조금 알게 되자, 알갱이가 아니라 "모든 것이 마당(field)"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마당의 예로 널리 알려진 것이 중력마당, 전자기마당 등입니다. 한자어로는 중력장, 전자기장 등으로 말하죠. 그런데 물리를 잘 알게 되고 세상을 좀 알게 되니까 마당도 아니고 "모든 것이 정보"라는 것을 뒤늦게 깨우쳤습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대상은 알갱이 또는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것에 대한 지식을 우리가 얼마나 얻는가를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보를 본질적인 것으로 보아 대상의 구성 자체라고 할 수 있고, 휠러는 이를 지적한 것이죠.
자연과학의 목적은 자연 현상의 이해지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할 때 어떤 자연현상을 일으키는 실체로서 대상이 있고 그 자체의 성격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대상 자체의 성격만 알면 자연현상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연현상이 "대상 자체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잘못됐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정보의 문제가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핵심이라는 거지요. 전통적으로 자체가 자연 현상의 본질인 어떤 대상이 있고 측정을 통해 그에 대한 정보를 얻습니다. 따라서 정보가 어떻게 우리에게 흐를 수 있는지, 대상에서 어떻게 우리에게 전해질 수 있는지가 주관심사였습니다. 최근에는 이를 넘어서 "대상 자체의 핵심이 정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혼돈과 질서
20세기 후반으로 와서는, 이른바 '혼돈(chaos)'이라는 현상이 알려졌습니다. 흔히 그냥 카오스라고도 부르지요. 카오스라는 말 많이 들어봤죠? 심지어 혼돈 이론을 적용했다는 카오스 세탁기라는 것이 판매된 적도 있습니다. 통계역학, 엔트로피와 정보, 혼돈 모두 뒤에서 자세하게 공부하겠지만, 혼돈이라는 현상의 핵심만 지적하지요. 우리가 주사위를 던질 때, 1에서 6까지의 숫자 중 하나가 나오겠지요. 주사위의 운동은 고전역학에 의해 기술됩니다. 주사위의 초기 조건, 곧 위치와 속도를 적당히 주어서 던지면 바닥에 떨어져서 어떤 숫자가 나오는데 뉴턴의 운동 법칙의 지배를 받으니까 결정론적인 겁니다. 다시 말해서 초기 조건이 주어지면 결과가 결정돼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한 번 던져서 6이 나왔는데 똑같이 던지면 또 6이 나와야 할 것 같은데 일반적으로는 6이 안 나오지요. 그 이유가 뭘까요?
학생 : 처음과 다르게 회전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하지만 돌기(회전; rotation)도 고전역학에 의해 기술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F=ma라는 '뉴턴의 운동 법칙'의 지배를 받습니다. 처음에 어떻게 회전하는지에 따라 결정돼 있는데 두 번째에도 처음에 똑같이 회전시켰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주사위 숫자가 다르게 나올까요?
학생 : 똑같이 하면 6이 나오던데요?
정말로 해봤다면 대단하네요. 그러면 여기 있을 게 아니라 태백에 강원랜드인가 하는 곳에 가면 좋을 겁니다. 아니면 남산에 요즘도 있나요? 이른바 야바위라고 주사위 몇 나오면 얼마 벌고 그러는 좌판 말입니다.
결정론의 중요한 예로 천체의 운동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식이 몇 년, 몇 월, 몇 일, 몇 시, 몇 분, 몇 초에 일어난다고 1초의 오차도 없이 예측합니다. 혜성도 마찬가지로 언제 어느 상공의 고도 얼마 지점에서 나타난다고 조금의 오차도 없이 예측합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결정론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런 것들의 운동이 뉴턴의 운동 법칙, 일반적으로 말하면 고전역학에 의해 지배되기 때문에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지요. 이는 주사위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사위의 운동도 지구나 천체의 운동과 같이 고전역학에 의해 기술되지요. 지구도 회전을 하는데 이러한 자전이 포함된 지구의 운동을 정확히 예측합니다. 자전 때문에 낮과 밤, 하루가 생기는 것인데, 예컨대 해가 몇 시, 몇 분, 몇 초에 뜰지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지구가 회전하지만 역시 결정론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우리는 몇 백 년 후에 혜성이 어떻게 나타날지 일식이 몇 천 년 전에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100년 후는 고사하고 1년 후의 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 1년도 말고 1주일 후의 날씨라도 정확히 맞출 수 있나요? 몇 해 전 겨울에 눈이 조금 온다고 했다가 엄청나게 많이 왔고, 여름에 비가 조금 내린다고 했다가 많이 내려서 난리가 난 적이 있지요. 불과 하루 전에 예보한 것이 완전히 틀렸습니다. 그런데 왜 어떤 것은 몇 천 년 후까지 정확히 예측하면서 어떤 것은 불과 하루 앞을 내다보지도 못할까요?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대기의 순환을 예측하는 것인데 이것도 똑같이 뉴턴의 운동 법칙의 지배를 받습니다. 결국 일기예보는 혜성이나 일식의 예측과 근본적으로 똑같은 이론 체계의 영향을 받는 겁니다. 똑같이 고전역학인데 왜 어떤 것은 몇 만 년 후를 예측하면서 어떤 것은 하루 앞도 예측하지 못할까요?
학생 : 관계된 것들이 많아서 그런 거 아닌가요?
날씨의 경우는 관계된 변수가 많겠지요. 그러나 주사위의 운동에도 관계된 것들이 많을까요?
사실 지금까지 얘기한 것을 잘 고려하면 알 수 있을 텐데, 주사위의 운동을 예측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런 겁니다. 초기 조건을 완전히 똑같이 준다면 결과는 당연히 같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무리 주사위를 똑같이 던지려고 애써도 조금은 다르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 속도를 1로 주었는데 두 번째 던질 때 아무리 똑같이 1의 속도로 던지려고 해도 0.00001의 차이가 있게 되지요. 내가 분필을 던져서 어떤 학생이 맞았다면 또 다시 던져도 그 학생을 맞출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두 번째 던질 때 초기 조건이 처음 던질 때 초기 조건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겠지만 조금만 틀리기 때문에 떨어지는 지점도 조금밖에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유도탄(미사일)을 쏘아서 어느 지점을 맞추려 할 때, 초기 조건을 아무리 정밀하게 정하더라도 소수 몇 번째 자리 이하는 조절할 수 없습니다. 컴퓨터에도 입력할 수 있는 유효숫자의 한계가 있지요. 하지만 유도탄이 날아가서 떨어져야 할 곳이 어떤 패권국가의 국방성 건물이고, 그 중심을 맞춰야 한다고 합시다. 그런데 초기 조건이 조금 달라서 중심에서 1m 떨어진 지점을 맞춘다고 해도 아무 상관이 없을 겁니다. 따라서 유도탄은 어느 지점에 떨어질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사위 같은 것은 초기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초기 속도가 정확히 1이었으면 숫자 6이 나올 것인데 1.000001이 되니까 숫자 2가 나오는 것이지요. 이런 현상이 바로 혼돈입니다. 핵심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혼돈이란 초기조건에 극히 민감함을 가리킵니다. 초기조건이 미소하게 아주 조금만 바뀌어도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말하지요.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라는 말이 있죠. 날씨가 맑으리라 예상되었는데 갑자기 눈이 내렸습니다. 이상해서 그 이유를 따져봤더니 아마존의 밀림에서 나비가 한 마리 날았다는 겁니다. 그 나비가 날지 않았으면 우리나라에 이렇게 눈이 내리지 않았을 텐데 나비 한 마리가 날갯짓을 하며 퍼덕이는 바람에 미세한 차이가 생겼고, 그 때문에 우리나라에 엄청난 눈이 내렸다는 겁니다. 이를 나비 효과라 부릅니다. 초기 조건에 극히 민감하게 의존하는 혼돈 현상을 과장해서 표현한 것이지만 날씨 예측이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여러분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이라는 영화를 보았나요? 여러분 세대도 ≪쥬라기 공원≫ 세대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재미있게 만들었지요. 그러나 크라이튼(Michael Crichton)이 지은 원작 소설과 비교하면 좀 엉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쥬라기 공원≫ 끝 부분에 티라노사우루스(Tyranosaurus Rex)가 난리를 치고 공원이 엉망이 됐잖아요. 처음에 쥬라기 공원을 만들 때 DNA 유전자 정보를 찾아서 공룡들을 복원하였죠. 그런데 티라노사우루스는 워낙 위험하니까 많이 만들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이를테면 10마리만 만들고 나머지는 덩치는 크지만 순한 브라키오사우루스(Bracchiosaurus)나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 같은 초식 공룡을 만들려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잘못돼서 티라노사우루스가 수백, 수천 마리가 생겼습니다. 왜 그렇게 됐냐면 컴퓨터로 제어를 했는데 컴퓨터에 초기조건을 입력할 때 약간의 오차가 있었던 겁니다. 말하자면 1.3을 넣어야 하는데 1.3000001을 넣었던 겁니다. 그 차이가 아주 작으니까 티라노사우루스 10마리가 생길 것이 11마리 생기는 정도면 괜찮았을 텐데 나비효과에 의해서 결과에 엄청난 차이를 주었습니다. 그래서 수백, 수천 마리가 만들어졌으니 견딜 재간이 없었던 겁니다.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혼돈이고, ≪쥬라기 공원≫ 영화와 달리 원작 소설에 잘 담겨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쥬라기 공원≫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기려면 이러한 혼돈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겁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핵심은 '예측 불가능성(unpredictability)'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결정론적으로 움직이니까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다,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야 이러한 예측 불가능성에 대해 인식하게 됐고, 이는 종래 결정론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음을 알게 해주었죠.
보통 '혼돈'과 '질서'를 대비시켜서 서로 대조되는 개념으로 생각하지요. 그러나 흥미롭게도 자연의 해석에서 질서와 혼돈은 대비되는 개념이 아니라 이중적인 개념입니다. 상호보완적이라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혼돈이 완전히 무질서해 보이지만 사실은 놀라운 질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정확한 의미는 뒤에서 얘기하지요.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기에 너무 간단해서 질서정연할 것으로 생각되는 대상도 알고 보면 혼돈을 보여 주는 것이 있습니다. 따라서 질서와 혼돈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고,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질서와 혼돈의 성격은 마르크스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변증법(dialectics)과 비슷합니다. 예를 들어, 라면을 끓여 먹는 것을 생각해 보지요. 라면 끓일 때 어떻게 하나요? 처음에 냄비에 물을 붓고 끓이죠. 그러면 물이 따뜻해지는데, 찬 물과 따뜻한 물에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물 분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찬 물과 더운 물은 어떻게 다른 걸까요? 앞에서 이미 얘기한대로 분자들의 운동이 다른 겁니다. 분자들이 거의 꼼짝 않고 가만히 있으면 얼음인데, 조금씩 이리저리 움직이지만 대체로 얌전히 있는 상태는 찬 물이고,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면 더운 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분자들의 운동은 규칙적이지 않습니다. 아주 무질서하게 움직이지요.
이럴 때 열은 어떻게 전해질까요? 냄비를 올려놓고 불을 켰을 때 처음에는 냄비의 아래 부분만 뜨겁지만 물은 점차 윗부분까지 열이 전해지지요. 이렇게 에너지가 전해지는 방식이 '전도(conduction)'라는 겁니다. 처음에 아랫부분이 뜨거워져서 그 부분의 물 분자의 에너지가 높아졌다고 합시다. 그러면 마구 난리칠 것 아니겠어요? 그러면 옆에 있는 분자들과 부딪치니까 에너지가 전해집니다. 이렇게 에너지가 전해지는 현상을 열의 전도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전도 때문에 물이 윗부분까지 따뜻해지는 겁니다. 물론 이렇게 따뜻해지고 있는 중에 라면을 넣으면 안 됩니다. 더 기다려야 하죠. 더 기다리면 어떤 일이 생기나요?
물이 더 뜨거워지면 엇흐름(대류; convection)을 하게 됩니다. 아래에 있는 물이 뜨거워지면 위로 올라가고 위에 있는 덜 뜨거운 물은 아래로 내려갑니다. 물이 뜨거워지면 미세하게나마 부피가 늘어나고 밀도가 작아지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거지요. 다시 말하면 조금 가벼워지게 되고 부력을 많이 받으니까 위로 올라가고 찬 물은 밀도가 크니까 아래로 내려가서 물이 순환하는 겁니다. 엇흐르는 경우 물은 규칙적인 두루마리 무늬를 만들면서 아주 놀라운 질서를 만들어냅니다. 적당히 따뜻할 때에는 무질서하던 물 분자들을 더 뜨겁게 해주면 규칙적인 질서를 만들어내는 거지요. 그런데 아직 라면을 넣으면 안 됩니다. 더 기다려야 해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참을성이 있어야죠. 더 기다리면 어떤 일이 생기나요?
물이 펄펄 끓게 됩니다. 펄펄 끓는다는 게 무슨 뜻이죠? 우리 토박이말로 '막흐름(turbulence)'이라고 부릅니다. 마구 난잡하게 흐른다고 해서 한자어로는 난류(亂流)라고 부르지요. 이같이 펄펄 끓으면 공기방울이 올라오고 물이 마구 흐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혼돈 현상입니다. 이 때 라면을 넣으면 되지요. 이러한 과정을 살펴보면 처음에는 무질서했는데, 질서가 생겼다가 다시 혼돈으로 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서로 모순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보통 '질서'는 좋은 것이고 '혼돈'은 좋지 않은 것이라는 느낌을 가지지요? 왜 '질서'는 좋고 '혼돈'은 나쁜 것 같아요?
학생: '질서'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고 '혼돈'은 엉망인 상태로 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렇지요. 그런데 우리 몸에도 혼돈을 보여 주는 예가 있습니다. 심전도(electrocardiogram)라는 것 알죠? 나이 들면 몸이 여기저기 고장 나므로 염통에서 심전도를 조사합니다. 염통의 박동을 나타내는 전기신호를 통해서 염통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보는 겁니다. 염통은 규칙적으로 박동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가슴에 손을 대고 느껴보세요. 규칙적인가요? 놀랍게도 대부분 사람의 경우 염통의 박동은 규칙적이지 않고 약간의 혼돈이 있습니다. 규칙적인 사람도 일부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박동의 주기가 언제나 같지는 않고 조금씩 변합니다. 그러면 규칙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중 어떤 경우가 더 좋을까요? 질서와 혼돈 중에 질서가 더 좋은 것 같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규칙적인 박동이 더 좋을까요? 그런데 사실은 박동이 규칙적인 사람은 안됐지만 얼마 안 남은 분들입니다. 건강한 염통의 박동은 어느 정도 혼돈을 보이는데 반해서 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조금 전에 염통의 박동은 규칙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히려 혼돈이 질서보다 좋은 것임을 시사하는듯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는 사실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도 질서정연한 사회가 있고 혼돈스러운 사회가 있습니다. 어떤 사회가 질서정연하죠? 여러분 몇 년에 태어났죠?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분들이 많겠지요. 그 이전인 1970년대에 우리나라에는 유신이라는 이상한 체재가 있었습니다. 유신 시대는 아주 질서정연한 사회였습니다. 말하자면 나찌(Nazis) 정권에서 독일이나 군국주의 시대의 일본에서 볼 수 있듯이 독재 사회나 전제 군주 사회는 질서정연합니다. 그런 사회가 과연 좋은 사회일까요? 그런 사회는 쉽사리 붕괴할 수 있습니다. 유신이 10. 26 사건으로 끝장났듯이 말입니다. 몇 해 전에 ≪그 때 그 사람≫이라는 영화가 제작되었는데 어려움 끝에 일부 검은 칠을 하고서야 상영이 되었지요. 1979년 우리 사회의 격동을, 그리고 그것이 현재까지도 지속됨을 보여주었고, 사실 과학적 사고와도 관련이 있는 영화입니다. 하여튼 다시 강조하지만 질서는 좋은 것이고, 혼돈은 좋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은 타당하지 않다는 겁니다. 왜 사회나 우리 몸에 혼돈이 존재하는가 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러한 혼돈이 왜 바람직하고 필요한 것인지 잘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매주 화, 목, 금 연재)
* 이 연재기사는 지난 2008년 12월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라는 제목의 책으로(책갈피 출판사) 출판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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