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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어떻게 꺼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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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어떻게 꺼야 하나?

막시무스 - 동양의 지혜를 묻다 <73>

어떤 선비의 집에 큰불이 났습니다.
지붕 위에 불이 붙어
사다리가 있어야 불을 끌 수 있었는데
그의 집에는 사다리가 없어
아들에게 옆집에 가서 사다리를 빌려 오라고 시켰습니다.
그 말을 들은 선비의 아들은
예를 갖추기 위해
먼저 이웃집을 방문하기에 적당한 옷으로 갈아입고
선비에게 걸맞은 팔자걸음으로 천천히 걸어
옆집으로 갔습니다.
옆집에 도착한 아들은
먼저 주인에게 세 번 인사하는 예를 갖추었습니다.
옆집 주인도 손님을 맞는 격식을 차리기 위해
술상을 내왔고 서로 한잔씩 나누어 마셨습니다.
그리고 옆집 주인은 선비의 아들에게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를 물었습니다.
그제야 아들은
집에 큰불이 나서 번지고 있어
사다리를 빌리러 왔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옆집 주인이 말했습니다.
"어찌 그리도 세상 물정을 모르시오.
산에서 밥을 먹다가 호랑이를 만나면
먹던 밥을 뱉어내고 도망쳐야 하고
물가에서 발을 씻다 악어를 만나면
신발을 버리고 도망쳐야 하는 법이오.
집에 불이 났는데 여기서 예의를 갖추고 있을 때요?"

명(明)나라 때 송렴(宋濂)이 지은
연서(燕書)라는 산문집에 실린 이야기입니다.
결국 옆집 주인이 사다리를 들고 뛰어갔으나
집은 이미 다 타 버린 뒤였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집에 불이 난 것과 같이 급한 상황에서도
원칙만 따지다가 일을 그르치는 어리석음을 뜻하는
'우유구화(迂儒救火)'라는 말이 나왔는데요.
원칙이 없는 삶이 공허하다면
삶 없는 원칙이란 맹목적일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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