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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전처럼 진행한 <동아일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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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전처럼 진행한 <동아일보> 인터뷰

이명박 언론코드 '재확인'…학자들 "그럴 줄 알았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일 <동아일보>와 대통령 당선 이후 첫 신문사 인터뷰를 가졌다. 이명박 당선인이 당선 이후 인터뷰를 한 국내 신문사는 온·오프라인을 통털어 <동아일보>가 처음이다. 이 당선인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에도 이 신문과 첫 인터뷰를 했다.

이 당선인이 <동아일보>와 첫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은 대선 기간 내내 이명박 당선인에게 우호적으로 나타났던 <동아일보>의 보도 태도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선인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이 신문의 논조가 우리 측에 우호적이었던 것이 (첫 인터뷰 대상으로 선정하는 데) 참작됐다"고 말했다.

"그럴 줄 알았다" 학자들, 코웃음부터

각 언론사 간 당선인과의 인터뷰를 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이지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가장 우호적인 매체와 첫 인터뷰를 함으로써 일종의 '보은'을 하는 것은 정권 때마다 반복되는 일종의 '관행'이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당선인 시절 취임식을 이틀 앞두고 <오마이뉴스>와 가장 먼저 단독 인터뷰를 했다. 당시 노 당선인 측은 '취임식 이전에는 어떤 언론과도 단독인터뷰를 갖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이런 관행 때문인지 이 당선인이 <동아일보>와 첫 인터뷰를 한다는 소식에 언론학자 등 전문가들은 대부분 '그럴 줄 알았다'는 코웃음부터 지었다. 한 교수는 "어차피 예견됐던 일 아니냐"며 "이명박 차기 정부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를 염두에 두면 이렇게 특정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것은 지엽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한림대 최영재 교수도 "이런 단발 사건을 가지고 특별히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정부와 특정 언론이 공생 관계로 가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닌가 싶다"며 "이런 공생 관계가 부당한 이해 관계가 오가는 유착 관계로 발전하거나, 이명박 당선인이 이른바 진보 매체들에 불공정한 대우를 한다거나 하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최 교수는 <동아일보>의 논조에 대해서도 "사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다 이 당선인에게 우호적으로 보도했지만 특히 <동아일보>가 알 만한 사람은 다 눈살을 찌푸리도록 노골적으로 했다"면서 "이동관 대변인도 그렇고 인수위에 <동아일보> 사람들이 꽤 들어가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언론 간의 인적 네트워크가 유착 관계로 발전하지 않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첩보 작전'처럼 진행된 '코드 인터뷰'

실제로 이날 인터뷰는 인수위 비서실, 공보실 주요 관계자조차 일정을 알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비밀리에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더 '코드 인터뷰' 의혹을 짙게 한다.

이날 주호영 대변인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언론 인터뷰 계획이 잡혀있는 게 없다"며 인터뷰 일정 자체를 부정했다가 이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당선인 대변인이 당선인의 첫 언론 인터뷰 일정을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동아일보> 출신이기도 한 이동관 대변인도 "이틀 전에야 오늘 <동아일보>가 일본 <아사히신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함께 인터뷰가 잡힌 사실을 알았다"고 뒤늦게 확인해, 이 인터뷰가 비공식적으로 추진된 것임을 시사했다. 공보실 측은 공식적으로 "취임 때까지 특정 언론을 위한 인터뷰 계획은 없다"고 공언해 왔었다.

이 대변인은 '그동안 <동아일보>에 정보에 정보가 집중되는 현상이 반복됐는데 특정 언론사 편향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도 곤혹스럽다"며 구체적 언급을 꺼렸다. 반면 주 대변인은 같은 질문에 "사실 이번 인터뷰는 국내 문제가 아니라 국제 문제에 한정한 것이니 만큼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5년 전에도 똑같은 일이…

이명박 당선인의 '코드 인터뷰'는 노무현 대통령을 그대로 답습했다. 노 대통령 역시 2003년 2월 당선인 시절 인수위원회 대변인도 모르게 첫 인터뷰 상대로 <오마이뉴스>를 선택해 논란을 낳았다. 2002년 당시 <프레시안>은 데스크 기명 칼럼을 통해 이런 노 대통령의 행동을 이렇게 평가했다. (☞관련 기사 : 노무현 정부와 인터넷 언론)

노무현 정부가 조·중·동 등 거대 보수언론과 대척점에 서 있다는 것은 천하가 아는 사실이다. 앞으로 노 정권은 조·중·동은 아예 외면한 채 방송과 인터넷에 크게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청와대 비서진 구성 등에서 그러한 의도가 읽힌다. 또한 권력에서 흘러나오는 고급 정보의 흐름이 이같은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노무현 시대에 방송·인터넷의 위상이나 영향력은 현재보다 높아지고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려되는 점은 '언론의 자율성'이다. 노무현 정부가 지향하는 '개혁'에 대해 동의한다. 그러나 언론은 언론이고 정부는 정부다. 개혁을 이루는 과정에서 정부와 언론의 역할은 명백히 다르다. 정부가 개혁의 주체라면 언론의 역할은 감시와 비판이다. '비판과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잊어버리고 노무현 정부의 개혁을 그저 복창하기만 한다면 그것은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언론이 특정 정치 세력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순간부터 언론의 타락은 시작된다.

해당 언론은 일정한 권력을 획득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개혁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권력의 속성상 비판과 감시가 사라지면 자의와 독선으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해당 언론은 물론이고 정권에도, 전체 사회에도 커다란 비극이다. 또 다른 언론 권력의 탄생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정권과 언론은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벌써부터 일부 방송은 이전의 보도 태도를 벗어나 돌연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는가 하면, 모 인터넷 언론은 관영, 모 인터넷 언론은 반관반민이라는 농담까지 나돌고 있다고 한다. 또 노무현 당선인은 지난 21일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난 (언론의) 영향력 같은 것에는 신경 안 쓴다. 뜻이 맞는 언론과 함께 하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언론 개혁이다. 언론 개혁의 핵심은 해방 후 우리 언론사를 점철해온 정치 권력과 언론 간의 유착, 또는 결탁의 고리를 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는 특정 언론에 대한 호오에서 벗어나 공평무사한 태도를 갖기를 바란다. 인터넷 언론은, 외부의 도움 없이도 자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인터넷 언론에 종사하는 당사자로서 자성과 경계와 다짐의 의미로 몇 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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