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국제적 압박을 높이고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해 이란 핵과 관련한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서구의 관료들이 이스라엘의 이러한 행위를 기정사실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출된 내용은 이란이 핵폭발 실험을 한 증거인 실험 관련 그래프다. <가디언>은 이 문서를 봤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IAEA가 보유한 스프레드시트 자료를 기초로 만들어진 그래프라고 보도했다. 유출된 자료는 지난달 <AP>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이 자료에 기본적인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과학자들이 그래프의 사실 여부를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핵과학자협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는 이 그래프가 "엉성한 분석에서 나왔거나 아마추어적인 장난질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 이란 국영 TV에 공개된 우라늄 농축시설. 뒤쪽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이란 이슬람혁명의 아버지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모습을 그린 포스터가 보인다. ⓒ로이터=뉴시스 |
또 <가디언>은 서구 외교관들이 이번 유출 사건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고 믿고 있으며 이것이 이란과의 핵 문제에 역효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행위가 과거 이란의 핵 문제는 물론 유엔 제재에 근거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의 조사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어 최근의 유출이 IAEA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드러낸 셈이 됐다며 이는 결국 IAEA 조사관들의 활동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란의 과거 핵 문제와 관련해 성과가 없는 회담만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 소재 과학과 국제안보연구소(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의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는 이번 정보 유출 배후에 어떤 세력이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으나 "누가 했든 상관없이 이러한 정보 유출 행위가 IAEA의 신뢰성을 약화시켰고 일을 추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래프 유출, 그림자 전쟁의 일부?
한편 그래프와 함께 <AP>에 제공된 정보요약 보고서가 2년 전 암살당한 이란 과학자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번 유출이 이스라엘 모사드와 이란 사이에 벌어지는 그림자 전쟁의 일부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림자 전쟁이란 이스라엘과 이란이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특수부대 및 조직을 이용하여 정보 수집 활동, 상대국 주요 인사 살해 행위 등을 벌이는 것이다. <가디언>은 이번 유출 사례가 IAEA의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벌어지는 그림자 전쟁의 일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신문은 한 서방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고서에 이란 과학자가 핵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것이 암시되어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스라엘이 이번 보고서를 통해 "당시 암살을 정당화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 요약 보고서에는 2년 전 암살의 표적이 됐던 핵 개발 실험을 한 2명의 남성이 연루되어 있다. 그들 중 한 명인 마지드 샤흐리아리(Majid Shahriari)는 2010년 11월 오토바이를 탄 한 남성이 그의 차 문에 폭탄을 설치, 출근하는 길에 살해당했다. 또 다른 표적이었던 페레이둔 압바시 다바니(Fereydoun Abbasi-Davani) 역시 같은 방식으로 피해를 당해 크게 다쳤다.
올해 초 출간된 <스파이스 어게인스트 아마겟돈>(Spies Against Armageddon)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언급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보 전문가들은 책에서 이 공격이 모사드의 일부인 키돈 혹은 베요넷으로 알려진 암살조직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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