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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열심히'보다 '올바르게' 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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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열심히'보다 '올바르게' 일하라

<고성국의 정치분석ㆍ30>

이명박 당선인 특유의 휘몰아치기 흐름 속에서 '노 홀리데이'를 선언하고 말 그대로 하루도 쉬지 못하고 달려 온 인수위가 발족 한달만에 처음으로 당선인이 주는 휴일을 맞았다고 한다.
  
  "인수위 한 달이 300일 같았다"는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그간 인수위가 쏟아놓은 뉴스들을 보면 과연 일당백이라 할 만하다. 하루에도 몇건씩 풀어놓은 인수위발 뉴스는 그 하나하나가 나라를 들었다 놓고 국민생활을 이리저리 휘젓는 것들이었으니 언제 이런 준비들이 다 됐던 것인지 참으로 경탄할 만한 속도요 능력이라 아니 할 수 없었다. 이 점에서 이번 인수위가 참으로 열심히 일했다는 평가에 인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세상일이 어디 "열심히"만으로 되는 것인가. "열심히"보다는 "올바르게"가 더 필요한 때도 있는 법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정권 교체기야말로 바로 그런 때이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우리의 땀방울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훌륭한 정부를 탄생시키리라는 보람과 긍지가 있다"고 했는데, 이런 대단한 자부심에 걸맞는 인수위가 되기 위해서는 그저 "열심히"만으로는 안되고 "올바르게"해야 한다는 점을 이 위원장도 십분 동의하리라 믿는다. 그러므로 인수위 한 달에 대한 평가 또한 얼마나 열심히 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올바르게 했는가를 잣대로 해야 할 터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에서 나는 인수위의 지난 한달에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는 것을 미리 밝혀 둔다.
  
  "올바르게"일하기 위해서는 해야될 일과 해서는 안되는 일을 먼저 구별해야 하는 법이다. 인수위가 꼭 해야 될 일은 세가지다. 이것은 법률로 규정되어 있다.
  
  정부의 조직, 기능, 예산에 대한 현황 파악.
  
  새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대통령 취임행사 등 관련 업무 준비.
  
  이 세 가지 일 중 지금의 논의와 관련해서는 앞의 두 가지가 주요 검토 대상이 될 듯하다.
  
  인수위가 활동 초기에 정부부처 보고를 들었던 것은 아마도 이 중 첫 번째 일, 즉 정부의 조직, 기능, 예산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를 통해 인수위는 현정부의 역점 사업과 사업추진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도 파악했을 것이고 추진중인 정책 중 살려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한 분류도 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인수위원들의 의욕이 지나쳐 공무원의 입에서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는 민망한 발언까지 나오게끔 되었던 것도 좋게 보면 열심히 하려는 의욕 과잉에서 비롯된 해프닝으로 치부해주어도 되겠다. 그러나 첫번째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여기서 자동적으로 두번째 일 즉,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기조가 도출되지는 않는다. 이 첫번째 일은 어디까지나 현정부에 대한 현황 파악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수위는 현황 파악 후 곧바로 새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했어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당선자의 통치 철학과 선거과정에서 제시했던 각종 선거 공약 그리고 집권여당으로서 새정부를 정치적으로 뒷받침할 한나라당의 정강 정책 등을 새 정부의 정책기조라는 새로운 프레임속에 녹여내는 고도로 세련되고도 집중적인 담론 구성 작업이 이루어져야 했다. 그리하여 이 작업의 결과, 예컨대 이명박 당선인의 슬로건인 창조적 실용주의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야 했고 그 창조적 실용주의가 새정부 정책에 어떻게 담겨질 것인지가 설명되어야 했던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인수위가 해야 할 일은 어디까지나 새정부의 정책기조 설정을 위한 준비일 뿐이다. 새정부의 정책기조를 확정하고 그에 맞춰 새정부의 각종 정책들을 실제적으로 입안 집행하는 것은 인수위가 아니라 새정부가 해야할 일이다. 인수위는 새정부 출범을 준비하는 임시 기구이지 새정책을 입안, 집행하는 정부기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다음주 초에 이명박 당선인에게 20대 국정과제를 보고하기로 했다 하는데, 굳이 말하자면 바로 이런 일이 처음부터 인수위가 역량을 집중했어야 될 일이었다.
  
  문제는 이번에 인수위가 밝힌 20대 국정 과제가 이명박 당선자의 국정운영철학과 새정부의 국정운영기조에 부합하는 상징성있고 핵심적인 과제라기 보다는 또 하나의 정책 아이디어 전시장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아무래도 각각의 과제를 아우르는 새정부의 정책 기조 전반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인수위 차원에서 이뤄지지 못한 탓이 아닌가 싶다.
  
  그러므로 이미 반환점을 돈 인수위지만 지금부터라도 인수위 본래의 취지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이명박 당선인이 주창하는 창조적 실용주의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 창조적 실용주의라는 국정운영철학이 어떻게 새정부 정책기조에 담겨 있으며, 또 어떻게 정부조직개편안에 녹아들어있는지, 더 나아가 이러한 정책 기조 위에서 새정부가 어떤 정책을 핵심적 국정과제로우선적으로 실시할 것인지 등, 모든 국민이 궁금해하고 답답해하는 기초적인 질문에 속시원하게 답변해 줄 수 있는 인수위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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