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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 빈 라덴, 왜 안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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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 빈 라덴, 왜 안 잡히나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58> 토착민 반미정서가 보호막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국경의 산악지대는 지난 6년 동안 삼엄한 분위기에 휩싸여 왔다. 살기마저 느껴지는 그곳을 이 잡듯이 샅샅이 뒤지는 세 부류의 인간들이 있다.

첫째, 첨단 군사장비를 갖춘 미군 특수부대 정예요원들과 미 중앙정보국(CIA) 특수요원들.

둘째, 친미 파키스탄 정권의 1인 권력자 페르베즈 무샤라프 장군이 지휘하는 파키스탄 정부군.

셋째, 5000만 달러의 엄청난 현상금을 노린 '인간 사냥꾼'들이다.

앞의 두 부류가 정규군이라면, 셋째 부류는 비정규 무장대원들이다.

이들 세 부류는 출신은 달라도 겨냥하는 바는 똑같다. 2001년 9.11 테러사건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을 죽이든 산채로 잡든, 이슬람 반미 지하드((jihad, 성스런 전쟁) 전선에서 제거하는 일이다. 이집트 의사 출신으로 알 카에다의 제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의 체포 또는 사살도 인간사냥꾼들이 꿈꾸는 목표다.

토착민의 반미정서가 보호막

9.11을 겪은 뒤 미군 최고사령관 조지 부시 대통령이 벌여온 '테러와의 전쟁' 과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빈 라덴-자와히리 제거다. 반미 지하드(jihad, 성스런 전쟁)의 회장-부회장 격인 두 사람은 지난 6년 동안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접경 산악지대에 잠행을 거듭하며 은신해온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지만 그의 정확한 행방은 안개 속이다.
그럼에도 9.11 기념일을 비롯해 적당한 때만 되면 그의 존재를 증명해 보였다. 알자지라 방송 등을 통해 반미 지하드 참여를 촉구하는 빈 라덴의 동영상이나 육성 테이프가 나올 때마다 부시행정부는 애써 곤혹스런 표정을 감춰야 했다. 그의 저항 메시지는 기본적으로 미국을 겨냥하지만, 내용은 다양했다.
▲ 자신의 쌀가게 앞에 빈 라덴 포스터를 붙여놓은 카슈미르 주민. 현지 주민들의 지지를 보호막으로 살아남은 빈 라덴의 존재는 '테러와의 전쟁' 실패를 뜻하고, 미 차기 대선에서 공화당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김재명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하마스 정권을 압박하는 것을 비난하거나(2006년 4월), 이라크에 친미정권을 세우려는 총선에 이라크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지 말라는 권유(2004년 12월) 등이 그러하다. 빈 라덴은 9.11 테러공격 이전에도 반미저항 메시지를 담은 파트와(fatwa, 율법)를 발표했었다. 9.11 전보다 테러사건들은 더욱 늘어났다. 그런 사건들은 빈 라덴으로부터 직접 지령을 받기보다는 그의 투쟁 메시지에 공감하는 자생적인 반미저항세력의 단독행동들로 여겨진다.

여기서 한 가지 물음이 생겨난다. 세계 최고의 첨단장비를 갖춘 미군 특수부대조차 무슨 일로 빈 라덴 을 붙잡지 못하는 것일까. 대답은 명쾌하다.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산악지대의 토착민들이 오사마 빈 라덴을 감싸주기 때문이다. 빈 라덴이 이들 토착민들로부터 인심을 잃었다면, 그는 벌써 사담 후세인처럼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곳은 파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 부족지역으로, 반미감정이 흉흉한 곳이다.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현지에 가보니, 그곳 반미감정이 생각보다 높았다. 카슈미르의 쌀가게 주인은 가게 창문에다 빈 라덴의 사진을 붙여두고 있을 정도였다. 빈 라덴 생존력의 바탕은 바로 그런 이슬람 민초들의 마음 깊숙이에 자리 잡은 반미정서일 것이다.

"빈 라덴 생존=테러전쟁 실패"

지난 6년 동안 '테러와의 전쟁' 깃발 아래 미 부시행정부는 알 카에다와 그 연계 조직들을 파괴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그 결과 9.11 당시 약 4000명에 이르렀던 알 카에다 요원 80% 이상이 죽거나 붙잡힌 것으로 미 정보당국은 분석한다.

그렇다고 알 카에다가 소멸한 것은 전혀 아니다. 알 카에다는 아프간-파키스탄 국경 산악지대를 근거지로 훈련 캠프를 마련, 새로운 피(새로운 조직원)를 수혈 받고 활동반경을 넓혀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사실은 마이크 맥토넬 미 국가정보국장이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 출석, "알 카에다 수뇌부가 훈련캠프를 설치했다"고 밝힌 데서도 확인된다.

현재 알 카에다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는 물론이고 소말리아, 알제리, 이집트 등에서 나름의 조직을 구축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9.11 뒤 미국의 공세에 밀려 한때 괴멸 상태에 빠지기도 했지만,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그 뒤를 이은 혼란 상황 속에서 이슬람권에 퍼진 반미 정서를 바탕으로 조직을 재정비해왔다. 알 카에다가 미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가 꼽은 '이라크 전쟁 10대 승리자' 중 하나로 꼽힌 것도 그런 배경을 깔고 있다.

아프간에 눈에 녹으면...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조직이 훈련캠프까지 마련하고 조직재건 움직임을 보인다는 보고를 받으면서 부시 미 대통령은 속이 탈 것이다. 2008년말 미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도 빈 라덴 세력을 제거하지 못하면 득표에 좋을 게 없다. 빈 라덴이 살아남아 있다는 사실은 '테러와의 전쟁' 실패를 뜻하고, 이라크 정책 실패와 더불어 미 공화당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악재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빈 라덴을 법의 심판에 넘기기 위해 밤낮으로 애쓰고 있다(working day and night)"고 밝혔다. 그러나 6년이 넘도록 빈 라덴의 그림자조차 밟지 못한 상태다.

이래저래 부시의 머릿속엔 빈 라덴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할 것이다. 아마도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산악지대에 쌓인 눈이 녹을 무렵인 2008년 봄, 빈 라덴이 사살됐다는 소식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필자 이메일: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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