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주민은 이 소식에 격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부는 긴급 생계 자금과 국민 성금 등 558억 원을 주민들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그러나 민심은 아직 뒤숭숭하다. 태안 주민들은 "죽고 싶은 심정은 다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생활비도 필요하지만, 돈 몇 푼이 주어진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태안 주민들은 기름유출사고로 그들의 생계를 잃었다. 아니, 생계만이 아니다. 이제까지 그들이 살아온 삶의 터전까지 한꺼번에 잃었다. 태안의 생태계에는 죽음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갯가재가 죽어서 해변으로 떠밀려왔다. 태안 주민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죽음의 행진은 멈춰야만 한다.
이를 위해선 실질적인 보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맨손어업과 무허가 어업을 해오던 어민들에게도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놔야 한다. 어민이 아닌 수산업 종사자들에게도 보상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지난 18일 태안군 신터미널 앞. 서해 기름 유류 사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횟집운영을 하던 지창환 씨가 제초제를 마시고 분신을 시도해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이정자 (조석시장 상인)
마금리에서 엊그제 죽었다고 그러더니 여기서 또 조석시장에서 이렇게 사고날 지는 꿈에도 몰랐네. 큰일났네. (평소에 명화수산 아저씨 잘 알았는지?) 알지. 여기서 같이 장사하는데..죽으면 그게 해결되나….
임점순(조석시장 상인)
사장님이 그 기름 유출 뒤로 밥도 못 드시고. 살아나가기가 너무 딱하고 우리 가정이 너무 어렵다고. 나 보고도 했어요. 고기 잡아야 팔리지도 않고 그래서 지금 너무 딱하고 지금 환장할 지경입니다. 그래서 이분도 너무 낙심을 많이 하셨어요. 그래가지고 너무 안타까워요, 사실은. 진짜 눈물 납니다. 더 이상 할 말 없어요.
정명애(조석시장 상인)
조석시장 그런 게…명화수산 하나로 바라보고 살아요…또…. 그러니께 희망이라면 거기하나 걸고 사는데, 기름유출 때문에 장사도 안 되고, 시장일 같은 거 잘 보니까, 맡겼고…그랬는데…이런 일까지 당하니까….
[지창환 씨가 분신을 하기 얼마 전에는 굴양식을 하던 고 이영권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고 이영권 씨 영결식에는 약 1만여 명 이상의 태안 군민이 참석해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
[이 씨는 태안군 소원면 의항2리에서 20년이 넘게 굴양식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러나 기름 유출 사고 후 굴양식을 포기했고 무허가양식은 보상조차 없다는 소식에 비관해 왔습니다.]
가재분(故이영권 씨 부인)
여기 바다를 그렇게 하루아침에 그냥 망가뜨리고 어떻게 사나고..죽게 생겼다고 그런 얘기하시더라구요.
김을회(故이영권 씨 조카사위)
기름 피해 때문에 고심을 하던 차에 주민 설명회에 갔다오셔가지고 그 맨손어업이나 무허가, 무인가 어민들 피해보상이 전혀 없다고. 이 태안반도 전체에는 70~80% 이상이 관행적으로 그냥 자기가 옛날부터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이렇게 대대로 해 내려오던 관행적인 어업을 해 왔어요. 그렇게 허가를 안내고서 관행적인 어업을 해온 어민들은 이건 진짜 원자폭탄 맞은 거 하고 똑같은 거죠.
[한편 16일에는 태안군 근흥면 마금리에서 맨손어업을 하던 김모 씨가 사고 이후 생계의 어려움과 보상 문제에 낙담해 죽음을 택했습니다.]
[정부는 기름 유출사고 후 40여일이 지났지만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열흘 사이 태안주민들의 잇단 자살이 당장의 생계가 막막한 상황에서 일어났습니다.
심지어 맨손어업과 무허가 양식에 대해서 보상받기가 어렵다는 소식은 주민들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경근호(의항2리 주민)
지금까지 한 달 넘도록 진짜 하루 일당 받아가면서 일을 하는데 한 달 넘도록 돈 한 푼 안 나오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런 노가다 일을 해도 보름 간주다, 한 달 간주다 이렇게 하는데 하물며 여기는 지금 완전히 생계가 막연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십원 한 장 어디서 나오는 데가 없어요.
문용배(의항2리 주민)
우선은 생계유지를 하게끔 해 줘야 되는데 그게 없어. 지금 사고난 뒤로 12월 8일부터 작업하는디 아직까지 돈 한 푼 안준다고. 그러니까 그게 어렵지.
[수산시장 상인들은 자신들 역시 사고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음에도 어민들과 달리 보상대상에서 제외될 것을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설순복(조석시장 상인)
기댈 뭐가 없다고. 보상은 첫째 바닷가 사람들 한해서 주고 저희들은 간접피해라고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니까.
지옥숙(조석시장 상인)
화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진짜 뭐 아무 사는 재미가 없고, 모이면은 우리는 끝났어, 거의 다 그래요. 우리는 끝났어. 뭐 먹고 살어. 삽겹살이라도 배워서 없어도 해야 하나.
[분신 사고 후 계속된 집회에서 피해 주민은 정부에 철저한 진상 조사와 특별법 제정을 통한 완전 보상과 생계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삼성에 대해서는 사고에 대한 무한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삼성의 태도에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
집회 참가자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에요, 지금…98세된 노모를 모시고…살면서…삼성놈들 잡아라, 삼성놈들 잡아라….
[김수영 시인의 말대로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고 드디어 울었습니다. 그러나 이 검은 재앙에 대한 방조와 무책임이 계속되는 한 풀은 사람보다 먼저 일어날 겁니다. 죽은 자를 위한 진혼과 살아남은 자의 희망을 위해 이제 세상이 그 방조를 멈춰야 할 때입니다.]
이평주(서산태안환경연합 사무국장)
자살만 세 번째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지역에 유류피해로 인해서 생계가 막막하고 힘들겠지만 이러한 죽음의 행진이 멈춰야 합니다.
기획 : 박사야
영상취재 : 강민균 / 김미영
편집 : 강민균
제작 : 인디코,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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