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신당 의원들은 남북 합의서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 두 비준안의 '연계'를 시도한 것일 뿐, FTA 비준안이 상정돼야 한다는 기본 입장은 한나라당과 다를 게 없어 FTA 비준안의 국회 처리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신당 "FTA 조기 처리 돼야지만…"
이날 회의를 소집한 한나라당 소속 위원들은 한미FTA 비준안의 조속 처리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상정을 강하게 요구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진영 의원은 "한미FTA는 노무현 정권이 열정을 갖고 추진해 온 과제"라며, 고흥길 의원은 "정부에서 비준안이 넘어왔으면 국회는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이 도리"라며 신당의 협조를 구했다.
신당 의원들 역시 상임위에서 비준이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정의용 의원은 "FTA 비준안이 국회로 온 지 5개월이 지났는데 상정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며 "조기 비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또 "한미 FTA는 민감한 내용이 언론에 공개될 정도로 철저하게 투명하게 협상됐고 빨리 발효될수록 우리가 얻어낼 이익이 만만치 않은 만큼 조기에 체결되기를 여러분께 간절히 부탁드린다"고까지 했다.
다만, 신당 의원들의 요구는 지난 11월 체결된 제 1차 남북총리회담 합의서에 대한 비준을 함께 검토하자는 것이었다. 이명박 당선인과 한나라당이 "예산이 소요되는 합의 사항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만큼, 신당은 이 당선인의 임기가 시작되기 전에 합의서에 대한 국회 비준을 마치기 위해 한나라당이 서두르는 한미FTA 비준안과 연계 처리를 시도하는 것이다.
신당 간사인 이화영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FTA 비준동의안만 상정한다면 한미FTA는 밀어붙이고 남북관계는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이 같은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결국 양 측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통외통위가 폐회된 뒤, 신당의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신당은 FTA 비준안이 미 의회의 논의 과정과 맞물려 신중하게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한나라당이 대선 이후에 FTA 비준을 서두르기 시작했다"고 비판했지만, 상임위에서 보여준 신당 의원들의 태도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민노당, 반대 하지만 역부족
신당과 한나라당 간의 '의사일정 협의'에 따라 한미FTA 비준안의 처리에 국회 처리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민주노동당 만이 "국정조사 우선"을 주장하며 외로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노당 권영길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국회의원 82명이 한미FTA 체결 과정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해 놓은 상황"이라며 "국정조사 요구서가 본회의에서 처리된 다음 비준동의안을 논의하는 것이 바른 순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외통위 위원 26명 중 권 의원을 제외한 25명이 모두 신당 혹은 한나라당 소속인 상황에서 권 의원의 주장이 의사일정에 제대로 반영될 리가 만무했다.
이에 천영세 원내대표는 "신당과 한나라당이 FTA 비준안과 남북총리회담 합의서 비준안을 거래하겠다는 야합 의도를 분명히 보여줬다"며 "이 같은 전개를 저지하기위해 그때그때 입장과 방침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거대 양 당의 합의를 막을 방책이 없어 고민이다.
이날도 민노당은 비준안 상정이 될 경우 이를 몸으로라도 막는다는 방침이었지만 김원웅 위원장이 상임위 소속 외 다른 방청객들의 회의장 출입을 제한하는 바람이 원천봉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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