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의 방북 대화록 유출 등과 관련해 법리 검토와 판례 분석 작업을 벌여온 검찰이 21일 '정식 내사 돌입'을 발표하고 사실상 수사를 시작했다.
김 원장은 대선 전날 방북해 자신과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나눈 대화와 방북 경위 등이 담긴 문건을 본인이 언론사 등에 유출했다고 지난 15일 밝힌 뒤 사의를 밝혔으며, 청와대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있다.
신종대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문건의 내용과 그동안 확인된 유출 경위를 토대로 검토한 결과, 문건 내용이 일단 형법 127조에 규정된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내사는 김 원장이 인수위에 보고한 대화록과 방북 배경 경과 보고서 등을 인수위 측으로부터 넘겨받아 법리 검토를 벌여온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오세인 부장검사)가 맡았다.
앞서 법무부와 검찰은 김 원장이 언론사 등에 유출한 문건의 '국가 기밀성' 및 김 원장에 대한 처벌 가능성 여부에 대해 연구해왔으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뒤 언론사와 지인들에게 배포한 대화록과 방북 경과 보고서가 '실질비성'(실질적인 비밀성)을 갖췄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 127조는 공무원이거나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혹은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법령에 의한 비밀' 이외에도 국가안보 등 외부에 유출되지 않아야 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통상 비밀로 인정된다.
따라서 문건에 '몇급 기밀' 등의 비밀 등급을 부여하지 않은 것은 그 자체로 비밀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고 판례로 볼 때 별로 중요한 사안도 아니며 내용 자체가 실질적으로 '보호해야 할 기밀'에 해당하느냐가 관건인데, 해당 문건의 내용이 '비밀 요건을 일단 갖췄다'는 것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도 "해당 문건이 국가기밀 요건을 어느정도 갖췄다고 판단돼 내사에 착수하는 것이며 작성 경위와 배경 등 주변 조사부터 해보면 '처벌의 대상이 되는 비밀'로 분류해야 하는지, 김 원장을 직접 조사할 필요성이 있는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지 등이 확실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김 원장을 당장 소환조사하지는 않고 관련자들을 상대로 문건 작성하게 된 경위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동기 내지 의도, 문건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과정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비밀성ㆍ가벌성 및 입건ㆍ기소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김 원장 직접 조사 여부와 소환 또는 서면조사 등 조사 방법을 정할 방침이다.
이는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직 기관장을 조사할 경우 초래될 수 있는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권위 추락이나 명예 실추, 직원들의 사기 저하 등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신 차장검사는 '방북 목적도 수사 대상이냐'는 질문에 "작성 경위나 유출 동기 등을 밝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여부를 규명하는 게 초점"이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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