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지키지 않은 다른 나라 왕을 죽이기 위해
자객을 보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신하들 사이에 찬성과 반대가 엇갈려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그 때 한 신하가 왕에게 말했습니다.
"왕께서는 달팽이를 아십니까?"
왕이 안다고 답하자 신하는
어떤 달팽이가 있었는데
그 달팽이의 왼쪽 뿔인 촉씨(觸氏) 나라와
오른쪽 뿔인 만씨(蠻氏) 나라가
땅을 뺏기 위해 서로 싸우다가
죽은 사람이 무려 수만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왕이 무슨 황당무계한 소리냐고 꾸짖자 신하는
끝이 없는 우주에서
조그만 나라 하나를 차지한 왕이
비슷한 다른 나라 왕과 싸우는 것은
마치 달팽이 뿔 위에서 두 집안이 싸우는 것과
같지 않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장자(莊子)의 칙양편(則陽篇)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위(魏)나라의 혜왕(惠王)이
자신을 배신한 제(齊)나라 위왕(威王)을 죽이려고 하자
대진인(戴晉人)이라는 사람이
'달팽이 뿔 위에서의 싸움'이라는 우화로
혜왕을 깨우치려 했던 것인데요.
혜왕은 그 이야기를 듣고
대진인을 크게 칭찬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사소한 일이나 불필요한 일로 다투는 것을 이르는
'와각지쟁(蝸角之爭)'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먹고 사는 일의 대부분이
실상은 '와각지쟁'처럼 하찮은 일임을 깨닫기 위해서는
좀 길고 넓게 보는 눈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새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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