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초중고등 학생의 나이에 해당하는 많은 버마 아이들이 시험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대신 아동 군인, 아동 노동 등에 동원되거나 산 속에 숨어있기도 하고, 아니면 국경을 넘어 이웃 나라에서 이주민으로 혹은 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1989년 11월 20일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을 단순한 보호대상이 아닌 존엄성과 권리를 지닌 주체로 보고, 이들의 생존·발달·보호에 관한 기본 권리를 명시해 놓았다. 91년 8월 21일 버마 군부는 이 협약을 체결했으나 아이들의 권리를 전혀 보호하지 않고 있다.
버마 군부(SPDC)가 2002년 발간한 보고서(Fact book)에 따르면 2000년 현재 버마의 인구는 4980만 명이다. 1살부터 18살까지의 인구는 2050만 명이며 총 인구의 43%를 차지한다. 버마에서는 16살 이하는 아동, 18살 이하는 청소년이다. 18세부터는 성인으로 인정해 투표권이 주어진다.
버마 인구의 68%는 시골에 살고, 26% 정도는 도시에 거주하고 있고 나머지 6%는 이웃 나라 태국, 중국, 빙글라데시, 인도 등지로 피신해 난민으로 지내고 있다. 국경을 떠나 도망 온 부모들과 함께 난민이 된 아이들도 있고, 내전을 피해 도망가 각자 국경을 넘어 난민이 된 아이들도 있다. 어떤 아이들은 너무나 공부하고 싶은 나머지 이웃 나라가 운영하는 난민촌으로 가 공부를 하기도 한다.
버마 시민들이 난민으로 양산되는 원인은 다음과 같다. 버마의 군대는 국경지대를 따라 위치해 있는 소수민족 주(州)를 통치하기 위해 원주민들을 살해하고 마을을 파괴하고 있어서 원주민들은 정글로 도망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앙 군부와 소수민족 무장 저항 단체들 간의 분쟁으로 많은 난민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들 난민은 그 사이에서 고문, 학살, 구금, 강간, 무차별적인 지뢰 피해, 강제노동 등에 시달리고 있다.
버마에 투자하고 있는 나라들과 버마 군부는 서로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손을 잡고 있으며, 군부는 도로 정리, 군 건물 청소, 군대를 위한 식량 재배, 벙커 파기, 군 막사 정리, 도로 공사, 군 장비 옮기기 등의 강제노동을 시키고 있다.
또한, 버마의 경제난으로 어떤 아이들은 농사 현장에 있고, 어떤 아이들은 시장에서나 노동 현장에 있다. 2000년 발간된 국제노동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버마의 아동노동 인구는 120만 명 이상 이라고 한다. 유니세프(UNICEF)의 보고서에 따르면 버마 아동 인구의 62%는 초등 교육조차 받지 못한다고 한다. 도시에서는 노동하고 있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버스 정류장, 기차역, 선착장, 찻집, 식당 등에서 많은 아이들이 일하고 있다.
전 세계 25개 국가에서 16세 이하의 아이들이 군인으로 동원되고 있다. 그 국가들 중 심각한 국가로는 엘살바도르,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그리고 버마가 있다. 그런 나라들에서는 정부군에서도 아동 군인을 쓰고, 반정부군에서도 아동 군인을 쓰고 있다.
버마에서는 13세, 14세밖에 안 되는 아이들이 군대에 근무하고 있다. 어떤 아이들은 강제로 동원되고, 어떤 아이들은 공부를 제대로 못하거나 갈 데가 없어서 입대한다. 또 다른 이유로 소수민족 아이들의 경우에는 가족이 군부에 의해 살해당해 군부에 복수를 하고 싶어서 반정부군에 입대하는 경우도 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보고서 <내 키만큼 큰 나의 총>(My Gun was as Tall as Me) 따르면 버마 군부에 아동 군인이 7만 명 정도 있고, 까친, 카렌, 샨 등 소수 민족 반정부군마다 100~150명 정도의 아동 군인이 있다. 마음껏 배우고 뛰어 놀아야 할 버마 아이들이 지옥과 같은 상황 속에서 강제 노동과 군인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버마 군부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가입하기 전보다 가입 이후에 아이들의 인권을 더 짓밟고 있다. 버마 군부는 협약을 준수하고 있다고 대외적으로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아이들을 위해' 협약을 제대로 이행해야 할 것이다.
* 필자 마웅저(Maung Zaw) 씨는 버마 8888 항쟁 당시 고등학생으로 시위에 참가한 후 버마 민주화 운동에 투신해왔다. 1994년 군부의 탄압을 피해 버마를 탈출, 한국에 왔고 2000년 이후 현재까지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소송을 진행중이다. 버마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 결성에 참여했고, 현재는 한국 시민운동에 관심을 갖고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인턴으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 <마웅저와 함께(http://withzaw.net)를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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