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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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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태규 명리학 <316>

일본 이야기 <상>

우리가 임진왜란이라고 부르는 조일(朝日)전쟁은 여전히 우리의 관심 영역 안에 있다. 전쟁이 나기 전, 통신사절로서 김성일과 황윤길 두 사람이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만나고 돌아와서의 얘기는 지금도 널리 회자(膾炙)되고 있다.

김성일은 일본이 쳐들어오지 않을 것으로 복명(復命)했고 황윤길은 쳐들어올 것이라 했던 이야기 말이다. 그 바람에 김성일은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우둔한 놈, 심지어는 당리당략에만 몰두했던 나쁜 놈으로 여태껏 낙인이 찍혀있다.

물론 김성일의 얘기는 결과적으로 틀렸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조선 조정은 두 사람의 엇갈린 주장과 무관하게 전쟁 준비에 들어가진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역대로 바다 건너 왜(倭)가 조선과 정식 전쟁을 한 적은 없었다. 왜구들의 노략질은 상당히 빈번했어도 왜(倭) 전체가 조선을 차지하고자 침공한 적은 없었다. 구태여 따진다면 AD 600 년대 중반, 백제 부흥을 위해 왜가 대규모로 쳐들어온 적이 있고, 고려 말 왜구집단의 노략질이 전부였다.

따라서 조선 조정의 입장에서 과거 수 백 년 동안 없던 왜와의 전면 전쟁이란 그 실현가능성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으리라.

조선의 국방, 나아가서 우리 민족의 전쟁은 언제나 북방과의 문제였다. 고려 때의 거란과 몽고의 침입, 조선 시대에 들어서는 중국과 우호(友好)하는 바람에 함경도 방면의 여진(女眞)이 성가실 뿐이었다.

다시 말해 남쪽 바다는 그저 해적을 막기 위한 연안 경계가 전부였다. 그러니 황윤길의 말 한 마디에 거국적인 전쟁 준비에 돌입할 순 없었을 것이다.

다음의 연도와 사건들을 보라.

1231 년 몽골의 침입 시작
1592 년 임진왜란
1950 년 한국전쟁

이 사건들은 360 년을 간격으로 한다. 360 년은 세상의 기본흐름이 크게 변화하는 주기이기에 우리에게는 이 시기가 360 년마다 찾아오는 쇠락의 때임을 말해준다.

첫째는 아시아 중앙부에서 새롭게 흥기한 몽골이 가져다 준 것이었고, 다음은 일본의 통일로 인한 힘이 밖으로 넘쳐나면서 일어났다. 한국전쟁은 서구의 세력재편과 이념 갈등이 불러온 사건이었다.

살면서 모든 위험에 대비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역사가 말해주는 뚜렷한 시사점이 있으니, 새롭게 팽창하는 힘이 있으면 마땅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병자호란(丙子胡亂)은 앞서 정묘호란을 통해 그 위험성을 충분히 알았던 것이니 고스란히 우리가 불러들인 재앙이었다.

아무튼 동아시아 무대의 변방에 있던 일본은 1592 임진(壬辰)년의 전쟁으로 해서 우리 앞에 하나의 뚜렷한 상대로 등장했다.

어떤 면에서 일본은 신라 백제 고구려 가야의 사람들이 건너가 일구어낸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 겨레의 자랑스러운 개척(開拓)의 역사이기도 하다.

일본을 두고 가깝고도 먼 이웃이라 말한다. 과연 일본이란 어떤 사람들이 사는 곳일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길로 가보자.

일본의 택시요금은 우리나라에 비해 비싸다. 동경의 경우, 기본요금이 710 엔인데 우리 돈으로 6000원 정도가 된다. 그리고 대단히 친절하고 청결하며 안전하다.

일본 택시가 친절한 이유가 요금이 비싸기 때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불친절한 우리나라 택시기사들이 그런 말을 자주 한다. 대꾸할 것도 없이 틀린 생각이다.

일본인들은 택시가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손님에게는 친절하고 정성을 다하기에 요금이 비싸서 친절하다는 생각은 틀렸다.

비싼 택시요금은 그저 일본의 물가를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일본인에게 택시요금에 대해 물어보면 비싸다고 한다. 하지만 이 비싸다는 답변은 우리와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어있다.

일본인들은 기본적으로 절약하고 아끼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기에 택시를 비싼 교통수단으로 여기는 것이지 물가 수준을 보면 그저 우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택시 기사는 저소득층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일본 택시 이야기 속에는 일본인의 심성을 말해주는 두 가지 중요한 특징이 들어가 있다.

첫째는 일본은 업무나 일에 있어서만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대단한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하는 사회라는 점이다. 친절 역시 최선을 다하는 자세의 일부일 뿐이다.

나아가서 일본인들은 남에게 부담을 주거나 폐를 끼치는 일을 대단한 실례 내지는 무례함으로 여긴다. 공공장소에서 소리치고 떠드는 아이를 찾아보기 어려운 데, 어른들이 즉시 엄한 얼굴로 압력을 넣기 때문이다.

몇 번 얼굴을 익히면 우리는 금방 친구가 된다. 그래서 얼마 안 가서 그 친구의 집안 사정과 기타 시시콜콜한 것 까지도 물어보게 된다.

하지만 일본에서 이렇게 하면 즉각 관계가 끊어진다. 말하기 싫은 아픔이나 과거가 있을 수 있는 상대의 사생활을 물어본다는 것은 본인 스스로가 말을 하면 모를까 큰 실례이고 무례인 것이다.

다음으로 일본사회의 특징은 어떤 사물이든 아끼는 자세이다. 이것을 인색(吝嗇)함으로 착각하면 일본인에 대해 오해가 시작되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어떤 물건의 가격을 떠나 그 물건을 만든 사람들의 정성에 대해 경의를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설령 가격이 없는 물건일지라도 그 물건 자체에 깃든 생명 또는 혼을 생각해서 예의를 차린다. 그것이 아끼는 자세로 나타나는 것이다.

산을 올라도 그 산의 정령에 대해 성가시게 해서 미안하다는 양해를 구한다. 그러니 산길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일은 아예 생각할 수 없다. 산길에서 샘물을 마셔도 소중한 몸의 일부를 내어준 샘물에 대해 고마움을 표한다.

또 국자로 마셨다면 또 다른 이가 와서 마실 수 있기에 깨끗이 해두는 것은 예절이나 매너를 떠나 너무나도 몸에 배인 기본적 태도인 것이다.

일본인들이 돈을 아껴 쓰는 것 역시 인색함이 아니라, 그 돈을 벌어들인 남편이나 부모의 노고를 잊지 않기에 그런 것이지 돈을 아껴서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일본인은 부자라고 해도 사생활이 검소한 편인데, 이는 자신으로 인해 소비되거나 마모되는 물건에 대한 근원적인 미안함이 그 바탕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서구의 청교도적 검소함과는 배경이 많이 다르다.

몇 년 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에서 오래된 호수가 온갖 오물과 쓰레기를 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였다.

자연과 호수, 온갖 사물들을 무례하게 대하다보니 그런 오물이 쌓여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라는 일본인들의 자연관과 세계관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아마도 그 영화를 본 한국인들은 애니메이션만 놓고 호불호를 논할 뿐 일본 문화를 모르는 까닭에 영화의 본질적인 면은 볼 수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환경보호라는 측면만 놓고 보면 일본이 그 대표적인 나라가 아닐까 싶다.

일본을 이해하려면 많은 말을 요하지만 지금까지의 얘기만으로도 일본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한 때 일본인들을 두고 '이코노믹 애니멀', 돈밖에 모르는 짐승이란 고약한 표현이 유행했는데 그런 질투와 시샘에 대해 반발하기는커녕 스스로를 경계하고 더 조심하는 모습을 보여준 소심한 일본인들이다.

이처럼 일본에 대해 필자가 길게 얘기하는 것은 우리와 일본 사이에는 많은 오해가 상호간의 우호를 가로막고 있기에 다소나마 풀어보고자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에 대해서는 글을 세 개로 나누어 연재하기로 했다.

그리고 여담(餘談) 하나 하고자 한다.

최근 프로야구팀이 8개에서 7개로 줄어든다고 '프로야구의 조종(弔鐘)이 울리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기자님들은 직업적 이해로 인해 너무 극성맞은 점이 있다 여겨진다.

실은 우리 규모에 7개도 많다는 점을 외면하는 얘기이다.

미국은 인구 3억에 구단이 30개이고 일본은 1억 3천만에 12개, 인구 1천만 명에 구단 1개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구 5천만이니 사실 5개가 적정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간 전 국민적 동참이 필요하다는 측면으로 해서 무리하게 8개였다. 7개로 줄어들어도 오히려 정상이며, 나아가서 6개 구단으로도 프로야구를 충분히 이어갈 수 있다고 여긴다.

(전화:02-534-7250, E-mail :1tgkim@hanmail.net)
김태규의 명리학 카페 : cafe.daum.net/8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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