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내놓은 정책 중 하나가 1주택자 양도세 인하다. 인수위조차 부동산 세제를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고 있는 시기에 나온 손 대표의 제안은 그래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1주택자 양도세 즉시 인하를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불감청 고소원'이 아닐 수 없다. 원내 의석의 거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이 1주택자 양도세 인하를 서두르고 있으니 1주택자 양도세 인하는 기정사실이라 하겠다.
1주택자 양도세 인하는 투기방임의 신호
손 대표가 표방하고 있는 '새로운 진보'가 무언지는 잘 모르겠지만 손 대표는 적어도 부동산 부문에서는 시장절대주의에 투항하는 것을 '새로운 진보'로 인식하고 있는 성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철저한 시장근본주의자인 이명박 당선자조차 머뭇거리고 있는 1주택 양도세 인하조치를 저렇듯 신속히 주장할 수가 있겠는가?
주지하다시피 부동산 문제는 토지의 소유 및 처분시에 발생하는 불로소득 때문에 생긴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지의 소유 및 처분시에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철저히 차단하거나 환수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수단들이 보유세와 양도세 및 각종 개발이익환수장치들이다.
양도세가 동결 효과를 발생시키는 부작용이 있지만 실현된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데는 아직 양도세만한 것이 없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양도소득세가 실현된 불로소득에 부과된다는 점이다. 시장경제를 그토록 강조하는 손학규 대표가 근로소득에도 과세하는 마당에 실현된 불로소득에 대해서 감면을 해주자는 주장을 하는 걸 보면 손 대표가 꿈꾸는 시장경제는 철저히 불로소득을 옹호하는 경제체제인 모양이다.
더구나 지금도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3년보유(서울과 5대 신도시ㆍ과천은 2년 거주 포함) 요건을 충족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다. 단 공시가격이 6억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대한 양도세를 낼 따름이다. 또한 그 조차도 장기보유특별공제 규정에 따라 보유 기간 별로 양도세를 경감받고 있다.
결국 손 대표와 대통합민주신당이 제안한 1주택자 양도세 인하는 공시가격 6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을 대상으로 한 셈이다. 그러나 이들 주택의 경우에도 양도세 부담이 매매차익의 10%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실현된 불로소득 가운데 10%를 세금으로 내는 것이 그렇게도 큰 문제인지 정녕 모를 일이다. 집 한 칸 없는 국민들이 거의 절반에 이르고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수가 전체가구수의 25%인 350만가구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감히 부동산 부자들만을 위한 양도세 인하를 입에 담을 수 있는지도 궁금하기 그지 없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그중에서도 종부세와 양도세를 형해화시킬 것이라는 예측과 기대가 만연한 상태다. 그런 마당에 2%의 부동산 부자들만을 위한 양도세 인하가 한나라당과 대통합신당의 합의하에 실현된다면 시장참여자들은 이를 투기방임의 신호로 해석할 것이 자명하다.
차라리 대통합민주신당은 한나라당과 부동산 대연정을 추진하라
기실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사이의 정책적 차별성은 전에도 그리 크지 않았다. 특히 부동산 부문에서는 더욱 그랬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주도했을 뿐이다.
오히려 대통합민주신당의 과거 행태를 보면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기획하고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에 딴지를 걸기 일쑤였다. 10.29대책의 누더기 입법과 5.31지방선거의 참패 후 종부세와 양도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 좋은 예다.
정책적 차별성이 거의 전혀 없는 정당이 나뉘어 있을 이유가 없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지금이라도 한나라당과 합당하는 것이 좋겠다.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부동산 부문에 관해서는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신속히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
하긴 손학규 대표 체제 하의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은 이미 부동산 대연정을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1주택자 양도세 즉시 인하는 그 첫 작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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