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다람쥐라는 짐승이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씩 따져 보자면
실상 내세울 만한 것은 없습니다.
날 수는 있지만 지붕까지 오르지는 못하고
기어오르기는 하지만 나무 꼭대기에 이르지는 못하며
헤엄을 치기는 하지만 계곡을 건너지는 못하며
구멍을 파지만 몸을 숨길 정도로 깊이 파지는 못하며
달리기는 하지만 사람보다 빠르지는 못하니까요.
순자(荀子) 권학(勸學)편에 실린 이야기입니다.
순자는 이 이야기의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두 길을 가는 자는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고
눈은 한꺼번에 두 가지를 똑똑히 볼 수 없고
귀는 한꺼번에 두 가지를 분명히 들을 수 없다."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한다면
제대로 되는 일이 없고
여러 가지 재주를 가진 사람은
정작 잘하는 일이 없다는 말이지요.
이 이야기에서
여러 가지 재주를 가진 듯하지만
따져 보면 하나도 변변하지 못한 것을 일컫는
'오서지기(鼯鼠之技)'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무슨 토론회 같은 데 나와서
세상 모든 일에 대해 모르는 것 없이 아는 척을 하고
자기가 아니면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떠드는
정치하는 '날다람쥐'들을 보고 있자면
늘 떠오르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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