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박근혜의 중국 방문이 늦취진 이유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박근혜의 중국 방문이 늦취진 이유는?

팍스 시니카(Pax Sinica) 시대의 도래 <3> 대만 총선과 중국의 행보

미국 뉴햄프셔에서 있었던 민주당 예비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예상을 뒤엎고 2% 포인트의 차이로 오바마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자 거의 모든 언론이 힐러리의 '눈물의 정치학'과 그녀의 눈물에 얽힌 역전 드라마를 얘기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2008년 미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민주·공화당의 예비 경선이 아니라, 당장 내일로 다가온 대만의 총선 결과다. 왜냐하면 2008년 상반기 중국의 모든 정치 스케줄이 1월 12일에 있을 대만 총선과 3월 22일로 예정된 대만 총통 선거 일정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먼저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 암살 사건 이후 극도로 불안정한 정세를 보이는 중앙아시아및 남아시아의 패권 구도와 관련해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중국-인도의 양국 정상회담이 대만 총선 다음날인 13일부터 15일까지 2박3일의 일정으로 예정돼 있다.
▲ 대만 총선에서 유세중인 천수이볜 총통 ⓒ로이터=뉴시스

이는 베이징 올릭픽의 성공적 개최를 앞두고 대만의 독립 문제가 최대 정치적 이슈인 중국에서, 이 문제가 일단락되는 총선 다음날 역사적으로 아시아의 두 맹주이자 그동안 라이벌 관계에 있던 중국과 인도 정상이 2박3일간의 만남을 갖는다는 데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물론 양국 정상회담은 형식상 지난 2006년 11월에 있었던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인도 방문에 대한 만모한 싱 인도 총리의 중국 답방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앞에서 언급한(<팍스 시니카 시대의 도래1> 참조), 미국-영국-일본-호주로 이어지는 미국 주도의 '의지의 동맹'(해양 세력)에 대항해 러시아-중국-이란-인도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동맹 구도가 마침내 현실화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전세계, 특히 미국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이번 중국-인도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인도의 SCO(샹하이협력기구) 가입 여부와 중국-인도간 FTA 체결 여부가 될 것이다.

실제로 9.11 테러와 '테러와의 전쟁' 이후 '의지의 동맹'으로 불리던 미국-영국-일본-호주의 연대는 영국과 일본, 호주에서 부시의 대외 정책에 반대하는 새로운 지도자들이 연이어 출현하면서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먼저 일본의 새 총리로 취임한 후쿠다는 지난해 말 중국을 방문해 일본 수상으로서는 최고의 환대를 받았다(미국에서는 물론 냉대를 받았다. 안타까운 것은 바로 이 때 이 당선자는 한미동맹의 강화를 외쳐댔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케빈 러드 호주 총리는 지난해 9월 APEC 회의에서 후진타오에게 중국어로 말을 걸 정도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언론이 선정한 2007년 10대 인물 가운데, 후쿠다 총리와 케빈 러드 총리가 계속 언급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또한 중국 외교부의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는 왕이(王毅) 수석 부부장이 중국 정부의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시기 역시, 인도 총리의 중국 방문과 마찬가지로 대만 총선 다음날인 13일이다. 왕이 부부장은 대만 문제가 일단락되는 13일에 방한해 14일 이명박 당선자를 만나는 등 3박4일의 일정을 소화하며 새로운 한국의 실세들을 만나 향후 한국에 대한 중국의 외교 전략을 재조정할 예정이다. 반면, 14일 중국을 방문하려던 이명박 당선자의 중국 특사단장인 박근혜 전 대표의 일정은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16일로 변경되었다.

이를 두고 국내 언론에서는 중국 정부가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이 당선자의 중국 특사인 박근혜 전 대표가 중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중국 정부의 특사를 한국에 파견하기 위해 다급히 일정을 변경시킨 것이라고 호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내 언론의 일방적인 오해가 빚어낸 해프닝에 불과하다.

오히려 그보다 중국으로서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마친 후 한국의 특사를 맞이하겠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의 최우선 순위가 한국이 아닌 인도라는 점과, 인도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통해 미국의 패권 전략을 극복하고 아시아에서의 중국·인도를 축으로 하는 새로운 패권 구도를 확정한 뒤 한국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다(최근 중국 언론의 의도적인 반한 감정 조장은 이와 무관치 않다).

그렇다면, 인도 다음은 한국이 될까? 물론 아니다. 중국의 두 번째 우선 순위 국가는 다름아닌 일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후진타오 주석의 일본 방문 역시, 대만 총통 선거(3.22)가 종료되고 대만의 UN 가입 투표 논의가 어느 정도 정리되는 4월로 예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대만에 대한 입장이 완전히 정리된 상태에서 일본과의 새로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모색하려는 중국측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급변하는 아시아 패권 구도와 관련해 미국과의 끈끈한 동맹 관계를 기반으로 대외 정책을 추진하던 일본 정부가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하는 시점에서 방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만 총선(1.12)과 총통 선거(3.22) 사이에는 부토의 암살로 연기된 파키스탄의 총선(2.18)과 이명박 당선자의 취임식(2.25)이 있다. 더불어 동남아에서는 탁신 전 태국 총리의 정계 복귀가 한동안 이슈가 될 것이고,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의 경계에 위치한 파키스탄에서는 무샤라프 정권의 생존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물론 버마 군사 정권에 대한 민주화 요구 문제 역시, 잠복된 불씨다.

지난해 9월부터 지구촌의 관심을 집중시킨 태국과 버마에서 벌어진 일련의 군부 쿠데다와 민주화 시위, 그리고 연말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부토 암살 사건은 이처럼 아시아 패권을 둘러싼 미·중 사이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빚어낸 파편들이었다. 물론 지난해말 급격한 피치를 올리던 북·미 관계 개선이 새해 들어 급격히 얼어붙는 것도 이같은 급격한 정세 변화와 무관치 않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번 이명박 당선자의 취임식에 일본에서는 후쿠다 총리가, 미국에서는 라이스 국무장관이 참석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중국 측에서도 고위급 인사를 파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마도 참석하는 면면으로만 보면,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화려한 취임식이 될 것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팽팽한 힘겨루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중국보다는 미·일과의 관계 회복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인수위와 일본 언론에서 7월로 예정된 홋가이도 G-8 회담에 한국이 옵저버로 참석하는 방안이 오르내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는 중국 중심의 SCO(상하이협력기구)에 인도·파키스탄·이란 등이 옵저버로 참석하는 것과 마찬가지 차원이 될 것이다. 정권 출범부터 특검 수사라는 부담을 안고 출항하는 이명박호, 지금 아시아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거친 풍랑의 파고를 헤치고 그가 목적하는 항구에까지 무사히 도달할 수 있을까?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