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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트레일러 정착촌서 사진이나 한 컷?

[중동 르포] 부시가 팔레스타인에 간 까닭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9일 팔레스타인을 방문한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8일 저녁 부시 방문 기간 동안 팔레스타인 최종 지위 협상을 마무리한다는데 동의했다.

팔레스타인 측은 핵심 쟁점들에 관한 '진지하고 성실한 최종지위 협상'을 말했다. 팔레스타인 측 협상자들이 내세우는 핵심 주제는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중지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공격 중지 △동예루살렘의 지위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 △팔레스타인 죄수 문제 △환경 등이다. 그러나 몇몇 자치정부의 인사를 제외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이 부시의 방문에서 무엇인가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 이스라엘인들이 살고 있는 마알레 아두밈 정착촌의 모습. ⓒ홍미정

하마스 주요 지도자인 마흐무드 알 자하르(Mahmoud al-Zahar)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부시 대통령의 방문을 거부하라고 8일 요구했다. 자하르는 "이번 부시의 방문이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미국이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테러를 자행한다'는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팔레스타인 시인인 무함마드 자카리야(Muhamad Zakaria)는 이렇게 말했다.

"부시의 방문은 2006년 레바논 전쟁에 관한 보고서로 위협을 받고 있는 올메르트 총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국내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압바스 수반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후원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 정착촌 문제에서 압바스가 어떤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압바스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압바스의 생명은 부시와 올메르트의 손에 달려있다."

현재 이스라엘 정착촌은 마알레 아두밈을 비롯해 인구 3만 명에 이르는 도시 정착촌들부터 단지 몇몇 명의 사람들만 거주하는 트레일러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부시와 올메르트가 제거하겠다는 정착촌은 그동안 필요할 때마다 선전을 위해 그랬던 것 처럼 단지 몇 개의 불법적인 트레일러 정착촌이 될 것이다.
▲ 트레일러 정착촌. 부시 대통령은 이런 곳에서 사진이나 찍으려 할 것이다. ⓒ홍미정

부시는 소수의 정착민들만이 거주하는 정착촌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 군인들과 몇몇 정착민들이 충돌하는 장면이 담긴 몇 장의 사진이 필요할 것이다. 이 사진들은 미디어를 통해서 전 세계에 유포될 것이고, 이를 통해 부시는 충분히 그의 방문 목적을 달성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1994년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수립 이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과정에서 흔히 있었던 일이다. 새로운 일이 전혀 아닌 것이다. 현재 올메르트와 압바스는 모두 국내적 정치 기반이 취약하고, 부시의 임기는 거의 끝나간다. 따라서 이들이 점령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단지 미디어를 통해 유포된 선전용 사진만을 필요로 할 뿐이다.

알 쿠드 대학 이슬람학 교수인 무스타파 아부 스웨이(Mustaf Abu Sway)는 이렇게 설명했다.

"부시는 미국 내 유대인 단체인 AIPAC(the American 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고, 올메르트는 극단적인 종교정당 샤스(Shas)으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 예루살렘 주권 문제 등은 논의조차 되지 못할 것이다. 나는 부시의 방문에서 어떤 해결책이 나오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 알 쿠드 대학 이슬람학 교수인 무스타파 아부 스웨이와 필자. ⓒ홍미정

또 라말라 근교에 위치한 비르제이트 대학 심리학 강사인 루바바 사브리(Lubaba Sabri)는 "부시의 방문은 단지 이스라엘의 점령 정책을 강화시킬 뿐"이라며 "지금까지 해왔던 일반적인 미국의 행위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는 항상 이스라엘 편이고, 팔레스타인인들을 원숭이쯤으로 생각한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동예루살렘에 머물고 있는 필자는 8일 나블루스를 방문하려 했으나 이스라엘의 공격과 통행금지로 포기해야만 했고 9일은 라말라조차 들어갈 수가 없다. 부시의 방문에 즈음해 팔레스타인의 모든 마을과 도시들은 닫혀 버렸다.

매일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민간인들이 살해되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부시의 방문 이후 점령지의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누구도 부시의 방문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 중동르포1. 누가 요르단을 민주화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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