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 인수위원장은 8일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의 '말 조심'을 각별히 당부했다. 정부조직개편 방향과 관련해 인수위 내부 보고서가 유출되고 토론 사항이 결정된 사안인 양 알려져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인수위 대운하 태스크포스(TF) 상임고문인 이재오 의원은 오히려 "대운하를 안 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위원장의 사견"이라며 '대운하 밀어붙이기'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는 이 위원장을 향해 경고음을 냈다.
인수위가 새 정부 '설계'의 핵심으로 독주하면서 이명박 당선인의 측근과 인수위 그리고 한나라당 간에도 미묘한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경숙 "신중하게 행보해 달라" 신신당부
이 위원장은 "인수위 결과물이 정제된 것만 합의 내용으로 나갔으면 좋겠다"며 분과별 논의가 종합되지 않은 채 외부로 새 나가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이 위원장은 "인수위의 신뢰와 관련된 것"이라며 "인수위에 사견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 위원들이 신중하게 행보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준다"며 "우리의 처신이 앞으로 5년의 새 정부에 도움이 되도록 더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말하고 일을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이 위원장인 인수위원들의 '입 단속'에 부심하는 것은 지난 5일 이명박 당선인에게 보고된 지 한 시간이 채 안 된 정부조직개편안이 특정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등 인수위 내부 정보가 새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당선인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측근들을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인수위원들이 만난 자리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가 적잖았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인수위는 현황파악과 정책준비가 핵심 업무"라며 "지나치게 확정업무를 발표해 정부의 정책 결정기능을 대신한다는 일부의 비판과 오해를 받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다른 의원들도 인수위가 한시 기구에 불과하며 인수위의 '설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과의 긴밀한 협조가 불가피함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대운하 추진'에 대한 내부 불협화음은 여전히 조율이 되지 않은 채 흘러나왔다. 특히 '대운하 사령관'으로 복귀한 이재오 의원은 반대 의견 청취를 강조하는 반대론자들의 목소리를 "사견"으로 몰아붙여 향후 의견 수렴 과정에서의 적잖은 진통을 예고했다.
이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수위원장이 (대운하를) 안 할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은 인수위원장은 개인 견해"라고 말했다. 전날 이 위원장이 '백지화'까지 전제한 충분한 의견수렴을 강조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이 의원은 "공약을 놓고 이미 선거를 치렀는데 지금 의견을 들어보고 안 할 수도 있다는 것은 안 된다"며 "안 할 수도 있다는 것은 우리 공약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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