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이웃 나라의 왕이 그에게 사람을 보내
높은 벼슬을 줄 테니 자신을 도와 달라고 청했습니다.
학자는 왕의 사신에게 대답 대신에 물었습니다.
"내가 들으니 당신의 나라에서는
3천 년이나 묵은 거북이 등딱지를
신귀(神龜)라고 부르며
비단 천으로 싸고 호화로운 상자 안에 넣어
보물처럼 모시고 있다지요?"
사신이 그렇다고 하자 학자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거북이가
죽어서 그렇게 소중하게 받들어지는
뼈가 되기를 바랐겠습니까,
아니면 살아서 진흙탕 속에서라도
꼬리를 끌고 다니기를 바랐겠습니까?"
사신이 당연히 진흙 속에서라도
살아 있기를 바랐을 것이라고 말하자
학자는 자기도 그렇다며
다시는 벼슬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고 했습니다.
장자(壯子)가
자신에게 벼슬을 주겠다고 찾아온
초(楚)나라 사신에게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권력과 부를 얻게 된다고 해도
남의 눈치를 보며
언제 위험에 처해 죽을지 모르는 삶보다는
누추하고 고단할지언정
진흙탕에서 꼬리를 끌며 사는 거북이처럼
마음 편안하게 사는 것이 낫다는 뜻의
'예미도중(曳尾塗中)'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머리로 알고
입으로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가슴으로 깨닫고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그런 삶의 지혜 중 하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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