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 공천 시기를 둘러싼 한나라당의 내부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 측이 2월 임시국회에서 '원활한 협조'를 구실로 공천 시기를 2월 이후로 지연시키려하자 박근혜 전 대표 측은 그 명분 뒤의 '의도'에 의혹을 제기하며 연일 맹공을 쏟아내고 있다.
표면화된 쟁점은 시기지만 갈등의 뿌리는 박 전 대표 측 의원들이 '물갈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닿아있다. 공천 때까지 한 달 이상 비는 기간이 박 전 대표 측 의원들을 밀어내고 이 당선인 측 인사들을 공천하는 '물갈이 기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심에 "조속한 공천"을 요구하는 것이다.
"필요할 때는 '새 정부 동반자'라고 하더니"
박 전 대표 측 유승민 의원은 3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박 대표 측 의원들이 솔직히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순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공천을 연기하려는 이 당선인 측의 움직임에 불만을 토로했다. 전날에는 박 전 대표가 '정치보복' 등의 날선 용어를 써 가며 포문을 연 바 있다.
유 의원은 특히 "좀 더 관용과 배려를 갖고 원칙과 명분에 맞게 지금부터 투명하게 공천을 하면 되는데 그런 걸 안 하니깐 일부 당선자의 비선조직에서 밀실공천을 준비하고 있다는 혹은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 측에서 암암리에 제기해 왔던 '밀실공천' 의혹을 거론했다.
유 의원은 이후 답변에서도 "물갈이라는 표현에 대해 밀실공천을 해서 자기 사람들 공천 주려는 의도가 아니냐 하는 불안감과 의구심이 있는 것"이라며 '밀실공천'이란 표현을 거듭 사용했다.
유 의원은 "지금 현실에서 이명박 당선자를 지지했던 분들이 과연 공천에서 배제가 되겠냐, 그건 아니지 않냐"는 말에선 '물갈이'에 대한 극도의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 당선인 측은 정부조직법, 총리인준, 인사청문회 등을 처리해야할 2월 임시국회에서 공천 탈락자들의 이탈 가능성 우려하며 공천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이 당선인은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국회의원이 과연 (국회에) 나와서 일을 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유 의원은 "2월 임시국회 처리는 범여권을 설득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한나라당이 몇 명 나오고 안 나오고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공천 시기를 둘러싼 논쟁이 '밥그릇 챙기기' 혹은 '지나친 피해의식' 등의 비판을 받는데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유 의원은 "오히려 이긴 쪽이, 승자가 독식하는 것이 밥그릇을 다 챙기는 것"이라며 "대선 전에 필요할 때는 새 정부의 동반자라는 표현까지 나왔는데 이제 와서 피해의식에 젖었다고 말하는 건 박 대표 측을 폄하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한나라당의 당헌당규가 정한대로 정정당당하게 정상적으로 해 달라는 주장에 대해 공감하는 분들이 많다"며 여의치 않을 경우 '집단행동'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밀실공천은 절대 안 된다는데 공감하는 분들과 이 주장을 계속할 것이고 관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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