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 측이 한나라당 총선 공천을 2월 임시국회 이후로 연기하려는 조짐을 보이는 데 대해 박근혜 전 대표가 "무슨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공천을 둘러싼 양 측 간 물밑싸움이 시기에 대한 논란으로 표면화된 것이다.
"정치보복 있으면 우리 정치문화 완전 후퇴"
박 전 대표는 2일 신년하례차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석연찮은 이유로 당에서 가장 중요한 공천을 그렇게 뒤로 미룬다는 것은 무슨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 당선인이 공천을 연기해야 하는 이유로 '2월 임시국회에서의 협조'를 든 데 대해서는, "정부조직법, 총리 인준, 인사청문회, 이런 것에 탈락한 사람들이 협조 안하고 차질이 빚어질까봐 그런 말이 있는데 사실 나라 발전을 위해 하는 일이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전날 이 당선인은 방송 대담에서 "내가 공천이 안 되겠다는 국회의원이 나와서 일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인준 못 받을 사람을 내놓을 것이 아니다.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정상적으로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강재섭 대표가 "늦어도 3월 9일 정도까지는 공천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3월 9일을 공천 데드라인으로 정한 데 대해서도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표는 "(총선 선거운동기간을) 보름 남겨놓고 발표한다는 것은 굉장히 의도 있는 일"이라며 "행여 정치보복이 있거나 하면 완전히 우리 정치문화를 후퇴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또 "결국 규정 당헌당규 모두 소용없고 승자 측에서 마음대로 하는 것, 그게 법이 되는 얘기 아니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 당선인과 만났을 때 자연히 그 얘기(공천시기)도 나왔다"며 "당선인이 분명히 늦추지 않겠다 그런 말씀이 있었는데 보도가 달리 나오는 건 참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천 시기가 3월로 늦춰지면 자연히 '물갈이'의 대상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바,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경고음을 냈다. 당 안팎에서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는 영남권 중진 중에는 박 전 대표의 주변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을 뿐 아니라, 전면적인 '인적 청산'이 시작될 경우 상대적으로 이 당선인 측보다는 박 전 대표 측의 희생이 클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10년 동안 야당생활 하면서 고생한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정권교체도 이뤄진 건데 그 분들을 향해 대폭 물갈이 얘기가 나오는 자체가 전직 대표를 했던 저로서 참 안타깝고 뵐 면목이 없다"며 "다른 당에서 '이삭줍기'를 한다, 심지어 이런 얘기까지 나오는데 정권교체까지 한 공당으로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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