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일 신년 공동사설을 발표해 남북 경제협력을 다방면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내적으로는 경제건설과 체제고수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노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3개 언론에 '공화국 창건 60돌을 맞는 올해를 조국청사에 아로새겨질 역사적 전환의 해로 빛내이자' 제목으로 실린 공동사설은 "북남 경제협력을 공리공영, 유무상통의 원칙에서 다방면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남 메시지는 새 정부 겨냥한 듯
공동사설은 "북과 남의 정당, 단체들과 각계각층은 주의주장과 당리당략을 떠나 민족의 대의를 앞에 놓고 굳게 단합하여 겨레의 통일염원을 실현하는 데 모든 것을 복종시켜나가야 한다"며 '한미동맹 강화'나 '한미일 3각공조'를 강조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직접 겨냥한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사설은 이어 "통일에로 나아가는 시대적 흐름에 등을 돌려대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방해하는 친미사대와 매국배족행위를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또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10.4선언과 관련해 "민족의 자주적 발전과 통일을 추동하는 고무적 기치이며 6.15공동선언을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강령"이라고 규정하고, "10.4선언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북남관계를 명실공히 우리민족끼리 관계로 전환시키고 평화번영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남북의 합의 이행을 강조한 것 역시 '비핵화 없이 남북협력 없다'는 이명박 당선자에게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관계에 대해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언급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10.4선언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촉구의 의미로도 읽힌다.
그러나 작년 공동사설이 '반보수대연합'을 주장하며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데 반해 올 사설에서는 남측의 특정 정치세력을 지목하지는 않았다. 북한은 남측 대선이 끝난지 1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미 메시지는 '차분'
미국을 향한 메시지는 비교적 차분했다. 공동사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핵 문제와 대미관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단지 우호적인 모든 나라와 친선협조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일반적인 대외정책을 언급하는데 그쳤다.
다만 사설은 '평화'를 강조하면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장내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고 남조선에서 합동군사연습과 무력증강 책동을 저지시키고 미군기지들을 철폐해야 한다"며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다.
'인민생활 제일주의' 새 용어로 등장
대내적인 문제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경제를 강조했다.
공동사설은 경제건설을 '강성대국' 건설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현 시기 경제강국 건설의 기본방향은 인민경제의 주체성을 강화하면서 최신 과학기술에 기초한 현대화를 적극 실현하여 자립적 민족경제의 우월성과 생활력을 발양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설은 이어 "우리 경제와 인민생활을 높은 수준에 올려세움으로써, 2012년에는 기어이 강성대국의 대문을 활짝 열어놓으려는 것이 우리 당의 결심이고 의지"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설은 '인민생활 제일주의'라는 새로운 용어를 경제건설의 목표로 제시하고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한 농업증산 △경공업 부문 강화 △평양시 건설 및 농촌 살림집 건설 △보건 등 인민적 시책 강화 등을 우선사업으로 제시했다.
사설은 "현 시기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절박하고 중요한 과업은 없다"며 실용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방력 강화' 다시 앞자리로
그러나 공동사설은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적용해야 할 원칙으로 "우리 경제구조의 특성을 살리면서" 경제를 기술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원칙 등을 제시해 실질적인 개혁조치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사설은 "사회주의는 우리 인민의 운명이고 미래"라며 "우리의 제도, 우리의 사회주의 도덕과 문화, 우리의 생활양식을 좀먹는 그 어떤 요소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사설은 경제 문제를 이례적으로 맨 앞에서 강조했던 작년 사설과는 달리 국방력 강화를 다시 앞자리에 놓음으로써 대내용 지침으로서의 성격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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