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구성된 당 쇄신위원회(위원장 김호진)가 2월 전당대회와 4월 총선에 대한 '밑그림 그리기'에 착수한 가운데 일부 계파가 쇄신위의 '정통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27일에는 김한길 의원이 "지난 1, 2년 동안 범여권 세력을 주도해 왔던 분들이 대선 패배 후에도 쇄신을 주도하려는 것은 쇄신이라는 명찰을 단 파워게임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반기를 들었다.
쇄신작업은 곧 총선공천 문제와 직결돼 특정 계파의 '인적청산'으로 이어지게 되는 만큼, 그 '칼자루'를 잡기 위한 계파 간 물밑 다툼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친노는 앞줄에서 물러나야"
김 의원은 이날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 간담회을 열어 "대선 패배에서 얻은 분명한 교훈은 이제 우리가 '노무현 프레임'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라며 "당을 무력화시키고 민심과 등지고 민생을 아랑곳 하지 않는 '무능한 오만'이 노무현 프레임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대선에서) 성난 민심을 또 한 번 확인한 이상 '대통령이 말실수 몇 번 한 것 말고는 솔직히 우리가 잘못한 게 뭐냐' 이런 소리가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며 "잘못한 게 뭐냐며 정면 돌파를 주장하던 사람들은 이제 잘못을 소리 내서 고백하고 앞줄에서 물러나 자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물론 '친노 그룹'에 전체를 향한 정면 공격이다.
이에 김 의원은 "우리당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정도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2월 전당대회에서 경선으로 새 지도부를 선출한 다음 그 지도부가 쇄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현 쇄신 작업에 대해서는 "우리 당이 거듭나는데 합당한 것이냐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정동영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의 '대안세력'이 아닌 '계승세력'으로 각인됐기 때문에 과거 지지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것"이라며 "'승계세력'이 아닌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 되기 위한 변화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당권 도전설'에 대해서는 "출마를 검토해 본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의원은 "경선에 의한 지도부 선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일부에서는 마치 내가 당권을 잡기 위해 경선을 주장하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김한길 그룹과 정동영계가 손을 잡고 당권을 장악하면 다른 곳은 위태해 진다'는 식의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내가 한나라당 갔다 왔냐"
김 의원을 비롯해 지난 2월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통합민주당을 만들었던 20여 명의 '김한길 그룹' 의원들은 이처럼 대선패배의 책임을 노 대통령과 '친노 그룹'에 전가하며 이들의 자숙을 요구하는 모습이다. 전날 '김한길 그룹'의 조배숙 의원은 '친노 그룹'을 향해 "앞으로 전면에 당분간 나서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내 '반(反)정동영' 진영에서는 오히려 여러 차례 탈당과 합당을 거듭해 온 '김한길 그룹'이 신당의 참신함을 떨어뜨렸다는 반발도 적지 않다. 특히 김 의원이 주도한 민주당과의 통합 시도는 지분거래의 내역이 고스란히 노출돼 구태정치의 표본을 보여줬다는 비판이다.
이에 김 의원은 "끝까지 '우리가 잘못한 게 뭐냐'고 버텨온 세력이 우리가 탈당한 것을 두고 이합집산이라고 비난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엄청난 억지"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우리가 한나라당 갔다 왔냐"며 "나와 함께 탈당했던 의원들은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고 인식하고 그 울타리 안에 갇혀 있는 것은 패배를 속절없이 기다리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내 '정풍운동'을 도모하고 있는 초선 의원들이 백의종군을 요구한 대상에 포함이 된 데 대해서는 "나는 이미 백의종군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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