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북한과의 협력은 완전한 핵폐기를 조건으로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도 한국의 정책 변화를 기회 삼아 대북 강경책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 강경파들로부터 나와 주목된다.
미국의 북한전문가인 니컬러스 에버스타트는 26일 <워싱턴포스트>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이명박 씨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국의 대북 정책이 현저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고삐를 바짝 죌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주장했다.
"북한 압박할 기회 여전히 남았다"
보수적인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북한전문가인 에버스타트는 이명박 당선자는 냉전주의자가 아니라 결과를 놓고 평가하는 실용주의자라면서, 한국은 지난 10년간 유지해 온 햇볕정책이나 평화번영정책에서 이제 좀 더 새롭고 비판적인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선회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버스타트는 이명박 당선자가 대통령 당선 후 한미관계의 복원, 완전한 북핵 폐기를 외교 정책의 구심점으로 보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한국도 마침내 미국, 일본과 함께 '대북 압박을 통한 비핵화'라는 공조체계에 합류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에 따라 중국도 6자회담 안에서건 그 밖에서 건 북한 정권에 대해 힘든 선택을 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외교 정책팀은 오랫동안 희망했던 한국으로부터 온 외교적 횡재(windfall)를 활용할 준비가 돼 있는가라고 묻고, 미국은 지난 1년간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북핵 폐기, 시리아와의 핵 커넥션 의혹 등을 다루는데 있어 기존 노선(강경책)을 포기한 듯 보였다고 주장했다.
에버스타트는 이어 이번 한국의 대선 결과는 부시 행정부에 주의를 환기하는 경고(wake up call)를 줬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세계의 안전을 위해 여전히 북한을 압박할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강경파들에게 주어진 '호재'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2단계 조치(10.3합의)는 현재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가 지연되고 있고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가 이뤄지지 않아 교착에 빠져 있다.
그에 따라 미국의 강경파들은 북한의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부시 행정부가 다시 북한을 몰아붙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에버스타트의 이날 주장은 미국의 강경파들이 향후 부시 행정부를 압박하는데 있어 북핵 폐기를 우선시하는 이명박 정부의 출현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부시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압박이 아닌 대화로 푸는 쪽으로 기조를 바꾼 것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패배 이후 부시 대통령 임기 중에 북핵 문제에서라도 외교적인 성과를 내자는 계산 때문이었다.
한편으로 미국의 그같은 변화는 북한 핵실험 이후에도 대북 압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국의 태도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정권이 미국의 과거 정책에 친화적인 세력에게 넘어갔다고 해서 미국이 다시 대북 압박 정책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현재의 분위기에서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10.3합의의 교착 상황이 계속되어 부시 임기 내 북핵 문제의 진전이 불투명해진다면 에버스타트식 논지가 설득력을 얻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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