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대선 참패 이후 당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방향 잡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김민석 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당 쇄신위원회를 꾸린 후 휴일도 거르지 않고 매일 회의를 열었다. 쇄신의 요체는 박상천 당 대표의 거취 문제와 4월 총선을 대비한 공천 전략.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대안 야당을 선출하는 선거'로 규정하고 신당과의 당 쇄신 경쟁을 통해 호남에서 맹주 다툼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이인제 후보가 호남 지역에서 1~2%대의 득표에 그친 것이 보여주듯 호남에서의 확연한 민심 이반과 인물 부족, 자금난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게다가 쇄신위원회는 의결권이 없고 위원들마저 당 대표 등 지도부가 선임한 처지라 지도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김민석 위원장은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칼자루가 아니라 칼 끝을 쥐고 있는 느낌"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박상천 대표 거취가 핵심 문제…이인제는 열외
일단 당면 과제는 박 대표의 거취 문제다. 당 내에는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보완-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대다수지만 당 대표를 교체할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에 궁여지책으로 당 대표는 유지하되 최고위원 권한을 강화해 집단지도체제로 가자는 '보완론'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유지론, 교체론, 보완론 모두 당의 이미지가 보다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당의 의제도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이 선점하고 있는 비정규직, 양극화 해소 등 경제-복지 쪽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인제 책임론'은 딱히 크지 않다. 당 지도부와 '정동영 그룹'에 책임을 전가하는 대통합민주신당 내 분위기와 대비된다.
이에 김 위원장은 "이 후보가 다시 당 대표나 최고위원에 출마한다고 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국정실패책임세력도 아닌데 총선 불출마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선거 막판에 지도부가 이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며 사실상 독자적인 선거운동을 '방해'한 데 대한 공범의식과 함께 이 후보가 총선에서는 당내 거의 유일한 '당선권'이란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탈 DJ-호남공천 혁명"
전통적 지지층을 복원하기 위해 호남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현실과 '탈 DJ 시대'를 모색해야 한다는 당위의 충돌도 민주당이 풀어야 할 최대 딜레마다.
쇄신위에 참여하고 있는 황태연 중도개혁국가전략연구소장은 지난 24일 회의에서 "모든 책임은 DJ에게 있다"며 '범여권이 친노세력을 배제한 중도세력이 되지 못한 것과 당 대 당 통합이 무산된 것은 DJ의 개입 때문'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참석자 일부의 의견일 뿐"이라고 축소하면서도 "호남의 총선구도는 '포스트 노무현, 포스트 신당, 포스트 김대중' 체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호남에는 '탄돌이'를 갈아버리자는 심리가 있다"며 "민주당이 발 빠른 새 인물 영입 등으로 치고 나가 호남 공천혁명을 이루면 대안 야당으로 민주당을 부상시키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장담했다.
"한나라-민주 공조론? 언급할 가치도 없다"
총선 전략을 두고는 독자생존론, 신당통합론, 신당 내 김한길 그룹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중도개혁대안 야당론, 수도권-충청 지역에서 반 한나라 연합 공천을 모색하는 비호남 야당 연대론 등이 백가쟁명식으로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대선 전 유력하게 거론되던 '한나라-민주당 공조론'에 대해서만은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도 대선 과정에서 한민공조론이 끼친 악영향을 고려해 연대론을 이야기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며 "한민공조론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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