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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도 지켜야 할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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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도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막시무스 - 동양의 지혜를 묻다 <62>

평생을 학문에 전념하며
깨끗한 이름으로 살아왔던 어떤 사람이
병에 걸려
죽음을 맞게 되었습니다.
스승의 임종을 지키려고
여러 제자들이 침상 밑에 앉아 있었는데
방 한 구석에서 촛불을 들고 있던 심부름하는 아이가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선생님의 침상이 지나치게 화려하고 아름답습니다.
높은 벼슬아치들에게나 어울리는 것이 아닙니까?"
스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 싫었던 제자들은
아이에게 조용히 하라고 야단을 쳤습니다.
그러나 스승은 아이를 꾸짖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침상은 어떤 벼슬아치가 선물한 것이라면서
제자들에게 자신이 평소 쓰던 소박한 대나무 침상으로
옮겨 달라고 했습니다.
제자들이 병이 위중하니 다음 날 아침에 바꾸겠다고 하자
스승이 말했습니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저 아이만도 못하구나.
군자는 사람을 사랑할 때 덕으로 하지만
소인은 임시방편으로 한다.
나는 제대로 죽기를 바라는 것이다."

공자(孔子)의 제자였던
증삼(曾參)의 이야기입니다.
증삼은 제자들이 대나무 침상으로 옮기자마자
눈을 감았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로부터
'대나무로 만든 침상으로 바꾼다'는
'역책(易簀)'이라는 말이 나왔고
이 말은 학식이 높고 지조가 있는 사람의 죽음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무엇인가를
지키며 죽을 수 있을지
그리고 죽을 때도 지켜야 하는 무엇인가를
가꾸며 살고 있는지
오래도록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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