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세계 언론들의 관심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외신들은 특히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겨냥한 'BBK 특검법'이 통과되는 등 '다이내믹 코리아'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한국 대선을 주요 뉴스로 다뤄 세계인들의 눈과 귀를 잡아끌고 있다.
"이명박, '하면 된다' 혹은 '보스 기질'의 지도자"
<로이터> 통신은 한국의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10년간의 자유주의(liberal) 대통령 시대를 끝내고 국가를 CEO(최고경영자)처럼 운영할 전직 사업가를 선택할 것이라고 17일 전망했다.
<로이터>는 노무현 대통령의 좌파 지향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증오심 때문에 보수파들은 개를 후보로 내놔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한 분석가의 농담을 전하며,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를 망쳐놨고 주택가격을 치솟게 했다고 소개했다.
이 통신은 또 '하면 된다 스타일(can-do style)'로 '불도저'라는 별명을 가진 이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는 것은 열정적인 지지 때문이라기보다는 한때 잘 나갔던 한국 경제를 다시 일으킬 수 있는 경험과 실용주의를 가졌다는 이미지 때문이라는 분석가들의 말을 전했다.
이 후보는 기업 활동을 억눌러 왔던 규제를 완화하고, 한국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보다 매력적인 나라로 바꾸며, 경제 성장을 더디게 해 온 노조를 통제하는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소개했다.
통신은 국제문제와 관련해 이 후보는 일본 및 미국과의 관계를 더 가까이 하길 원한다면서, 노 대통령은 반일적인 말과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미국에 불만족을 표현해 동맹국들을 화나게 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이 후보가 부패 혐의로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자들은 이 후보와 BBK가 연관이 있다는 새로운 증거로 동영상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분석가들은 부패 추문이 이 후보가 잡은 기회를 박탈하지는 않겠지만 그의 재임기간과 4월 총선에 구름을 드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인터뷰에서 "대선이 끝나더라도 (현) 여당과 다른 후보들은 (이명박의) 도덕적 결함을 가지고 압박할 것이며, 그의 대통령직 수행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몇 표 차이로 이기느냐만 남았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이날 "몇 표 차이로 승리하는지만 남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후보를 '보스기질이 있는(take-charge style) 불도저'라고 소개하며, 그가 50~55%를 득표해 "한국 역사상 유례없이 많은 표를 받을 것"이라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말을 전했다.
<IHT>는 이 후보가 법인세를 낮추는 고전적인 방법에서부터 운하를 파는 대역사에 이르기까지 경제를 일으키는 다양한 제안을 하고 있다며, 비록 많은 경제적 난제들은 대통령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지만, 유권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무능(malaise)을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과 인터뷰한 31세 대학원생 윤예영 씨는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젊은 사람들은 이 후보가 경제를 일으키고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또 노 대통령의 모든 것을 싫어한다. 개인적으로 나쁜 일이 있어도 노무현 때문이라고 농담을 한다."
2002년 노무현 후보에게 열광했다는 이종렬 씨는 아직 누구를 찍을지 정하지 않았다면서도 이 후보에 대해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IHT>는 특히 이데올로기적 차이와 왜곡된 한미관계에 대한 감정 등이 과거 한국 대선의 변수였으나 이번 선거의 쟁점은 경제 하나로 모아지고 있다며 확실한 1위 주자인 이 후보가 별 탈 없이 승리할지, 아니면 주가 조작 문제로 어려움에 처할지가 유일한 관건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어 보수주의자와 자유주의자들의 대북정책이 2002년 이후 매우 유사해졌고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대중들의 동의가 있기 때문에 대북정책이 선거 쟁점이 되고 있지 않다는 이내영 고대 교수의 말을 덧붙였다.
<알자지라> "이명박의 실수를 너그럽게 봐주고 있다"
중동 위성 방송 <알자지라>는 무엇보다 BBK 특검 소식을 상세히 전하면서 이 후보가 주가 조작 혐의 외에도 두 자녀에 대한 위장전입 및 위장취업 문제, 후보 자신의 탈세 문제 등도 있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그러나 유권자들이 이 후보의 과거 실수를 너그럽게 봐주고 있다며 일반 유권자들의 말을 소개했다.
평택에 거주하는 성다경 씨는 "이명박은 다소 때가 묻었다.(a bit dirty) 그러나 그가 이 나라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도덕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명박을 포기했겠지만 우리나라는 도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그같은 사고방식은 노무현 후보가 깨끗한 이미지로 당선됐던 5년 전과는 180도 다른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정치를 깨끗하게 한 점에 대해 신임을 받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그가 너무 독선적이고 경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믿는다는 분석가들의 말을 전했다.
<FT>, '마사지걸 발언' 등 상세 소개
영국의 <BBC> 방송도 인터넷 뉴스사이트에서 한국의 대선을 주요 뉴스로 다루며 야당 후보가 나머지 두 명의 경쟁자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게 큰 표 차이로 뒤지고 있다며 이 후보는 한국의 경제를 살리고 보다 튼튼한 한미관계, 보다 엄격한 대북관계를 약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16일 주말판 '인물탐구'에 이명박 후보의 생애를 집중 조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후보가 기업가 시절 많은 도로와 다리를 건설했다며, 그의 '747' 공약은 운하와 같은 건설 프로그램에 주로 의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 후보의 '마사지 걸' 발언 파문 등을 소개하며 부동산 소유 문제와 증시 조작 등 의혹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함승덕 고대 교수가 "유권자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스타일과 정책을 싫어하고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는 예측하기 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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